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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계가 어려운 남성을 위한 지침서

『그녀를 모르는 그에게』를 읽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이성관계가 어려운 남성을 위한 지침서

언스플래쉬

“잘 모르겠어요.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왜 잘 안되는 걸까요?”

 

그는 호남형에 번듯한 직업도 있고 키도 훤칠한 남성이다. 여성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시험공부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일반적 사회성은 좋아서 영업직으로 실적도 좋은 편이고, 인사고과에서도 상위권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여성을 사귀는 것에서 만은 전병이다. 처음 한 두 번 만날 때에는 괜찮은데 세 번 이상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 주로 무슨 얘기를 하냐고 물어보았다.

 

“열심히 말을 합니다. 흐름이 끊어지면 그쪽이 싫어할까 봐 제가 주로 대화를 이끌어 가요. 저보다 4~5살 어린 분을 만날 때에는 요새 유행하는 재미있는 얘기도 몇 개 정도는 준비한다고요.”

 

자신의 말솜씨가 좋다고 과신하는 타입이었다. 상대가 말을 해도 듣지 않고 무슨 말로 상대를 빵빵 터뜨릴까만 고민하는 유형이었다. 상대는 자기가 하는 말을 흥미를 갖고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남성에 호감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과 처음 사귀는 과정을 어려워하는 남성뿐 아니라, 이미 안정적 관계가 된 커플이나 부부사이에도 매번 뭔가 삐걱거리고 부딪혀서 불꽃이 튀거나 아슬아슬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이런 이성 간의 관계 맺기와 유지는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벌어진다. 경험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의 상대방의 무지가 더 영향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여심맹(女心盲)을 위한 매우 구체적인 지침서가 출간됐다. 존 가트맨과 줄리 슈워츠 가트맨의 『그녀를 모르는 그에게』이다. 영어 제목이 ‘The Man's Guide to Women'으로 직설적으로 이 책은 가이드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저자들은 심리학자로 부부와 관계 치료의 권위자다. 이들은 일대일 상담도 하고, 연구도 하지만 진짜 유명해진 것은 ’러브랩‘(Love Lab) 덕분이다. 존 가트맨이 40년전 워싱턴 대학에 작은 아파트형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 아파트에서 관계에 문제가 있는 부부를 8시간 정도 들어가서 지내게 하고 모든 활동과 대화를 비디오 녹화했다. 그 과정에 부부가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과정, 갈등에 대해 말을 할 때 혈류량, 심박동의 변화, 0.0001초 사이에 바뀌는 표정, 말투, 단어 선택, 몸짓까지도 분석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몇 년 단위로 여기를 거쳐간 부부를 추적면담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했는데 길게는 20년까지도 쫓아간 커플이 있다고 한다. 40년간 3천쌍의 부부를 이런 식으로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94%의 확률로 부부의 이혼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부부 관찰 예능의 시조새쯤 되는 셈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

이성관계가 어려운 남성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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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책을 냈는데, 이번에는 남성을 대상으로 여심에 대한 가이드북을 냈다. 저자는 먼저 여성이 남성에게 기대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조차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여성의 정신을 연구해온 나 자신조차 아직도 답을 알 수 없는 난제가 있다. 도대체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고민을 했다고 하니 얼마나 어렵단 말인가. 남성은 흔히 자신이 멋있고, 능력 있고, 남성적인 매력이 있으면 여성들이 좋아할 것이라 믿는다. 그들의 콤플렉스도 그런 것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다르다. 그들이 남성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다. 겉과 속이 같고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여성들은 은연중에 누군가를 만나면 언제나 마음속으로 ‘이 남자 믿고 기대해도 될까’라고 되뇐다고 한다. 러브랩의 연구결과 여성은 남성에 대해 ‘필요할 때 곁에 없다’, ‘친밀과 유대감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갖고, 남성은 반대로 ‘툭하면 싸우는 것’과 ‘섹스가 부족한 것’을 불만으로 갖는다. 서로가 상대에 대해 기대하는 바와 부족하다고 느끼는게 이렇게 다른 것이다.

 

둘의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남성은 여성에게 관심을 갖고 그녀에게 온전히 집중을 해야 한다. 동시에 마주보고 살펴보면서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한다. 여성의 고민에 대단한 솔루션을 주려고 노력하기보다 그저 온전히 이해만 하려고, 공감을 갖고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남성들은 자꾸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고, 해결해주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지만 여성이 바라는 것은 잘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만족을 하고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긴다고 한다.(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쉽다면 쉽지 않은가) 이를 통해 여성의 공포와 경계심은 낮아지고 불필요한 갈등도 줄어든다. 그리고 그토록 남성들이 원하는 섹스도 만족스러워질 기회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하고 있다.

 

한편 여성의 뇌는 남성과 다른 방식으로 두려움을 경험한다. 똑같은 상황이라 해도 여성이 두 배 정도 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뇌를 갖고 있다. 더욱이 주기적 호르몬의 변화로 외부 환경의 존재와 상관없이 기분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성별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모르면 여성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무턱대고 “요새 그거 하는 중이야?”라는 식의 무신경한 말로 감정의 뇌관을 건드려 폭탄을 터뜨리거나, 그녀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해 무시하거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가장 최악은 재미삼아 일부러 겁을 줘보는 것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에 시작해서, 데이트 과정에 여성의 거절을 알아차리는 비언어적 신호들을 읽는 방법, 데이트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점남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커닝 페이퍼’와 ‘빵점남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두 장의 요약 페이지로 매우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하나하나 매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 정리해놓고 있다. 분명한 정리와 결과를 좋아하는 남성들을 위한 안성맞춤의 구성이다. 여성의 몸을 이해하고, 섹스를 하는 과정, 쇼핑하는 여성 이해하기, 여성들의 우정이 남성과 다른 점,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의 특징 등이 후반부를 구성하고 있다.

 

마치 남성이 처음 호감가는 여성을 만나 데이트를 하고, 깊은 관계가 되어 부부로 살아가는 전 과정에 만나게 될 모든 문제를 시간순서대로 미리 예습할 수 있는 가이드북과 같다. 이 책 한 권 본다고 갑자기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론상 완벽한 남성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죽 읽어나가는 과정에 한 두 군데에서는 ‘아차’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도대체 뭘 잘못하고 있었는지 실태 파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관계는 이론과 공부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라 실천과 경험을 통해 나아져가는 것이니 말이다.

 

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이성관계가 어려운 남성을 위한 지침서
그녀를 모르는 그에게

존 가트맨, 줄리 슈워츠 가트맨, 더글러스 에이브럼스, 레이철 칼턴 에이브럼스 저/정미나 역 | 해냄

 

행복한 남녀관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비법을 신간『그녀를 모르는 그에게(The Man's Guide To Women)』에서 전하고자 한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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