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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쓸모없는 재능이란 없습니다"

2023년 1월호 -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차가운 바람이 코트 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인터뷰 장소인 카페 2층으로 들어서자 눈부시게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햇살보다 더 환한 미소, 명랑한 웃음소리, 가끔 눈물이 고이기도 했던 투명하면서도 온기 넘치는 표정의 이민진 작가. 작품과 글쓰기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져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배어나는 현명한 답을 제시하는 작가의 말을 언제까지나 듣고 싶었다. 완성미를 갖춘 작품은 이처럼 성숙하고 단단한 인격에서 비롯된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던 시간이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주인공 케이시는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외모, 경제적 형편, 성, 재능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불안해하는 청춘을 생생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특히, 케이시의 쇼핑 중독에 공감했습니다. 인생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쇼핑은 선택하기 쉬운 출구처럼 보이니까요. 이토록 과도하게 물질적인 사회에서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적인 소설에서 패션, 쇼핑, 뷰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여성이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여성 혐오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물질주의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정치적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현 정치 시스템에서는 여성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오직 한 가지 형태의 권력만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랍니다. 바로 '미모가 권력'이란 말이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그 권력을 잃게 됩니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물질적인 문화를 이용하는 것뿐인데, 그렇게 하면 사회는 또 그런 여성을 나쁘다고 비난합니다. 그런 점을 비판하고 싶었어요.


이 소설은 2007년에 처음 출간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건 몇 주 전이었는데요. 읽고 나서 든 생각은 2007년에 읽었더라면, 오히려 지금처럼 크게 공감을 느낄 수 없었을 거라는 거예요. 작가님이 그때부터 사회가 지나치게 물질 중심으로 흐를 것을 예견해서 쓴 것인지, 아니면 그때부터 미국 사회가 물질 중심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점을 언급해 주셔서 정말 기뻐요. 2007년에 처음 나왔을 때 이걸 읽은 백인이나 흑인 독자들은 이 책이 세태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제 한국인 친구나 한국의 독자들은 결말이 슬프다거나 주인공이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게 되는 결말로 끝나길 바랐다는 말을 했어요.


그건 너무나 진부한 결말이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런데 이 책이 나온 후로 여러 대학에서 문학 강의 교재로 사용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한국계 미국인 독자들이 이 소설에 점점 더 공감하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하게 됐습니다. 전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2007년 당시 미국에서 젊은 이민자들은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네가 원하는 건 잊어버려. 예를 들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잊고 돈이나 벌어"라는 말을 들었죠. 하지만 저는 돈을 벌어서 멋진 물건들을 사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생각하지 않는 삶은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조지 엘리엇의 걸작 『미들마치』는 작가님이 쓰신 소설 두 권에 다 나왔습니다. 케이시는 그 소설을 반복해서 읽고, 노아는 그 소설 덕분에 아키코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지 엘리엇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정치적이었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그는 매사를 정치적으로 사고합니다. 그리고 공동체의 삶, 사회 속의 삶을 썼습니다. 저는 조지 엘리엇이 굉장히 배짱이 있는 여성이었다고 생각해요.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걸 배웁니다. 사회의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모두 완벽하게 담고 있는 완전한 작품이거든요.


케이시는 매일 아침 성경을 읽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갑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신실한 신자와 거리가 멀어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이종교적 의식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굉장히 복잡한 질문 같네요.(웃음) 제 생각에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위선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케이시는 신이 없는 삶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신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교회에 가서 위로를 받습니다. 영성이 있는 삶을 추구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내면의 삶이 있는 겁니다. 종교든 철학이든 뭔가를 자신의 내면에 품고 있어요. 저는 이 젊은 한국 여성인 캐릭터에서 그런 점을 구현하고 존중해 주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 세대, 특히 코로나19 세대는 아주 우울해합니다. 그들은 방을 나가고 싶어 하지 않죠. 그들 모두 존재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겁니다. 저는 그런 실존적, 존재론적 위기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설교하지 말고 그냥 들어줘야 해요

작가님의 소설에는 다양한 유형의 부모가 등장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모는 『파친코』에서 선자의 아버지 '훈'이었어요. 그는 완벽한 아버지처럼 보였어요. 작가님이 쓰신 소설 속 부모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모는 누구였나요? 


이삭이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엘라의 아버지인 더글라스도 마찬가지로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독자들은 케이시의 아버지인 조셉이 나쁜 부모라고 합니다. 그가 딸에게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역시 좋은 아버지입니다. 단지 부모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게 된 거죠.


케이시의 동생인 '티나'는 언니가 정직하고 항상 자기 자신이라서 아주 멋지다고 했습니다. 노아 도 자신의 인종에 상관없이 그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님의 메시지인가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음 편히 사는 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인생에 목적을 가지고 사는 것, 의미를 가지고 사는 것. 그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는 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윗세대는 MZ 세대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질적으로는 비교적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자아실현을 추구하면서 만족하기란 극히 힘들어요.


케이시는 골프를 잘 치고 아름다운 모자를 디자인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재능으로 돈을 벌 순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 잔인한 농담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겐 이런 재능이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요.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저는 이런 재능이 있는 사람은 백만장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쓸 때 두 가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백만장자들에게 보상한다는 겁니다. 그들이 특별히 그걸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또 하나는 우리 모두가 백만장자라는 겁니다. 우리 각자에겐 자신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재능이 있죠. 케이시는 선천적으로 골프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월가에 취직했을 때 그 기술이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죠. 이처럼 우리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릅니다. 그것을 쓰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적재적소에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 그것을 터득해 가는 것이 인생인 셈이죠. 어떤 사람은 그걸 빨리 알아내고, 어떤 사람은 그걸 늦게 알아내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시간의 차이로군요.


네, 맞아요. 자신의 재능이 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방법과 쓸 수 있는 곳을 알아내는 여정이 원치 않게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저를 예로 들면 이 책을 쓰기까지 12년이 걸렸습니다. 자신에겐 재능이 없다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쓸모없는 재능이란 없습니다. 여러분에겐 남에게 없는 재능이 분명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아서 소중히 여기면 좋겠어요.


리아의 유산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케이시가 엄마 리아의 데이트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그 순간 모녀 관계가 뒤바뀐 것 같더군요.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딸은 보통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것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가지 점에서 인상적인 질문인데요. 먼저,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바뀌었다는 점을 눈치챈 것이 마음에 듭니다. 모녀 관계란 세월이 흐르면서 부모 자식 관계가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은 모든 모녀에게 일어나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돌보고, 부모가 그 돌봄을 받는 순간이죠. 결국엔 이런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그런 순간이 너무 일찍 올 때도 있습니다. 그건 비극이죠. 채 자라지도 못한 아이들이 애어른이 되어서 삶을 감당해야 하니까요.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조숙해진 아이들, 여섯, 일곱, 열 살인 아이가 일찍 어른이 되어 삶을 꾸려가는 모습들을 우리는 계속 봐왔잖아요. 아이가 유년기를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아주 비극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점에 주목해 주셔서 아주 기뻐요.


부모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부모로서 가장 하기 힘든 일 중 하나는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거나 노력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 그건 신경 쓰지 마. 이거나 열심히 해." 이런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겁니다. 뭔가를 가르치거나 설교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줘야 해요.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재능은 끈질긴 성격 

작가로서의 일상을 여쭙고 싶어요. 글을 쓸 때 행복하신가요?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굉장히 힘들어요. 가끔 글이 잘 써질 때는 '아,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힐 때는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을 멈추려고 합니다. 그게 잘될 때는 괜찮아요. 하지만 그게 잘 안될 때는 너무 힘들어요.


『파친코』『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서 여성들은 항상 고통을 받습니다. 여자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죠. 요즘 여성들은 그와는 조금 다른 시련에 봉착해 있습니다. 여성을 향한 증오와 차별 같은 문제들이요. 우리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리는 우리를 괴롭고 심란하게 하는 문제들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들을 항의하고, 그에 맞서 사람들을 모아서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어야 하죠. 현재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더라도, 세상에 그런 상황에 처한 다른 여자들이 있다면 우리들이 목소리를 높여 발언해야 합니다. 여성은 연대해야 합니다.


『파친코』에는 등장인물이 아주 많습니다. 그 정보를 어떻게 정리하셨나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서는 색인 카드를 썼어요. 하지만 『파친코』는 100년의 역사를 담은 책이기 때문에 자료와 인물이 너무 많았죠. 그래서 글쓰기 프로그램 스크리브너를 써서 정리했습니다.


훌륭한 소설을 쓰는 데 있어 재능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가진 꿈이 얼마나 큰가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행력도 아주 중요하죠. 사람들에겐 모두 꿈이 있죠. 큰 꿈도 있고 작은 꿈도 있고. 그런데 작가들의 꿈은 항상 큰 것 같습니다.(웃음) 제가 즐겨 읽던 19세기 문학처럼 소설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까지 전 12년이 걸렸어요. 제 경우에 재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 재능은 끈질긴 성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품은 질문들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질문을 품게 됐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여자이고, 아름답지도 않고. 그러니 제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이유도 딱히 없었는데 저에겐 그게 그토록 중요했어요. 그 질문을 품고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소설을 쓰게 된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항상 포기하고 싶었어요, 항상. 2017년에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 후보가 됐는데, 그해 남편이 실직했어요. 그래서 건강 보험도 잃었죠. 전 교사 일을 구해 보려고 했지만 경험이 없었고, 영문학 학위도 없었어요. 변호사 일도 한 지 너무 오래돼서 돌아갈 수 없었고, 부동산 중개업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남편이 9개월 만에 다시 취직하기까지 아들 대학 등록금이며 생활비가 빠듯해서 글을 그만 쓸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파친코』에서 한수는 어떤 종교도 믿지 않습니다. 그저 배움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들인 노아가 지적인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님은 예일 대학교를 나왔지만 글쓰기는 독학으로 배우신 셈인데, 두 가지를 다 경험한 입장에서 배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수와 이삭은 교육에 대해 아주 다른 이론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들이죠. 한수에게 교육이란 거래와 같습니다. 지식을 수집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획득하는 일종의 도구죠. 반면, 이삭에게 교육이란 변화입니다. 교육을 받아서 사람이 좋게 변화해야 한다고 믿죠. 단지 기독교인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도덕적이고 고귀한 사람이 되길 바란 것이죠. 그래서 다음 소설 『아메리칸 학원』에서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교육은 거래를 위한 교육인가, 변화를 위한 교육인가. 전자는 틀렸다고 전 믿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교육은 그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죠.


『파친코』가 '2022 YES24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됐고, 한국 독자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독자들의 애정이 작가님께 어떤 힘을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울고 싶진 않지만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제가 쓴 모든 책은 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는 내내 독자들에게 사랑을 보냈는데 이제 그 사랑이 돌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죠.


작가님의 강연을 유튜브에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대학교에서 한 강연이었는데 거기서 작가님은 강연을 할 수 있게 힘을 보탠 모든 노동자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셨죠. 그날 눈이 내린 모양인데, 강연을 올 수 있게 눈을 치워준 사람, 강연 장소를 청소해 준 노동자까지 언급하셔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님의 그런 섬세한 면이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소에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 어떤 돌봄을 하고 있나요?


다시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전 성장하는 내내 주목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어요. 그래서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항상 공감하고 저와 동일시했어요. 그런 점이 작가로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전 모든 사람을 주목하고, 또 그러고 싶거든요. 저도 그런 관심과 주목을 받고 싶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아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좋은 관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작가고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전 누구도 소외시키고 싶지 않아요. 특히 자기가 평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요. 그런 면에서 전 세상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일부 사람들만 너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작가는 중요한 질문을 품은 사람'이라고 하셨는데요. 질문이 없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은 쓰고 싶은데 질문이 없을 경우에는 말이에요.


제 생각에 그런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잘 들어보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만의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그런 질문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죠. 어쩌면 그런 질문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품은 질문이 정말, 정말 부끄럽다면 그런 주제를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생각보다 더 많을 겁니다. 그런 질문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요. 당신이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을 추구해야만 그 책을 끝낼 수 있어요.


작가를 꿈꾸는 여성 또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에 아주 솔직해져야 합니다. 오직 당신만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있을 겁니다. 출판 시장은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건 시장에서 통하는 것이 뭔가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미국 출판 시장에서 성인 독자들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 대해 쓴 소설은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전 고집이 센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을 꼭 끝내고 싶었어요. 돈을 못 벌어도 어쩔 수 없지만 아름다운 책을 쓰고 싶었어요.



사진_타별 


이 소설은 독립과 화려함, 로맨스를 갈망하는 젊은 몽상가가 뉴욕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여성이 거기서 무엇을 찾게 되는지 탐구한다.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욕망하며 부모님을 차츰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당연히 내 첫 소설은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갖기를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다.

*이민진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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