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살아 숨쉬는 양준일의 열정, Day By Day
그저 재미있는 인터넷 밈(Meme)이 아니었다. 중년 세대의 용기이자 젊은 세대의 새로운 '힙', 대중음악계에 유의미한 화두를 던진 계기였다. 레트로의 해였던 재작년, 과거 뮤지션을 재조명하는 유튜브 채널 일명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대중의 선택을 받은 양준일은 시대를 앞서간 패션 감각과 뉴 잭 스윙을 도입한 선구적인 음악 스타일로 세간의 뒤늦은 주목을 받았다. 진보적인 시도를 낯설게 받아들인 1990년대 문화계의 도외시로 가요계를 떠나야 했던 '비운의 뮤지션'의 스토리에 사람들은 흥미와 경각심, 한편의 미안함을 느꼈고 마침내 그에 열광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그에 대한 관심이 다소 수그러든 것도 사실이지만, 양준일은 변함없는 열정으로 자신을 노래한다.
'Rocking roll 어디 갔어'라 왕년을 목 놓아 부르는 선공개 싱글 'Rocking roll again'의 외침처럼 음반은 레트로풍의 일관된 프로덕션으로 찬란했던 지난날을 소환한다. 완성도도 준수하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Na na na'가 연상되는 친숙한 멜로디의 'Rocking roll again'과 V2 시절의 'Fantasy'를 닮은 당시의 미발표곡 'Sha la la'는 확실한 후렴구를 담보하고, 'Alibis' 등의 느린 곡으로 모양새를 확장하며 유기성을 강화한다. 특히, 펑키(Funky) 리듬의 흥겨운 댄스 플로어 위 '오랫동안 기다렸어 / 모든 것을 줄 거야'라는 다짐을 새긴 'Let's dance'는 팬 송의 기능에 충실한 타이틀곡으로 음반에서 가장 강한 중독성을 뿜어낸다.
오랜 공백 동안 수련을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양준일의 활약도 활기가 넘친다. 도도하고 시크한 톤을 구사하는 보컬은 가라앉은 편곡의 몽롱한 정서에 일조하는 표현력('Do you know')과 직선으로 뻗는 단단한 고음('Let's dance')을 두루 선보이며 가수의 역량을 체감시킨다. 또한, 'Rocking roll again'의 공감과 'Do you wanna know'의 따뜻한 손길, 비애감 가득한 '하루하루'의 냉정한 시선으로 짙은 잔향의 메시지를 심어놓은 것 역시 아티스트의 '힐링의 아이콘'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렇다 할 발전이나 변화 없는, 익히 들어온 레트로 앨범이기에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 이상의 의의는 도출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눈여겨볼 가치가 충분한 건 아티스트의 독특한 서사가 설득력을 부여하는 덕이다. 시계추를 뒤로 돌려 빛나던 과거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젊은 양준일의 열정을 담은, 환생한 그가 자신에게 선사하는 선물 같은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