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빵집 신발원
속 시끄러운 날, 중국 빵집
부산 사투리로 ‘속 시끄럽다’라는 말이 있다. 더 정확히 발음하자면 ‘쏙! 씨끄럽따’여야 맞다. 마음이 편하지 않고 어수선한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용하지 못하고 마구 떠드니 정신없다 한다. 나는 이 사투리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심란하다, 표현하기에는 너무 싱겁다. 속 시끄럽다 말고는 달리 마음을 표현 할 방법이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차이나타운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닿는다. <신발원新發園>은 그곳에 있다. 부산역 맞은편 골목, 차이나타운에는 대륙의 나라를 나타내는 붉은색으로 치장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가게 곳곳에서 카랑카랑한 중국어가 울려 퍼진다. 부산에서 중국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모든 풍경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15년 동안 먹었던 군만두집을 지나 골목이 끝날 무렵, 〈신발원〉을 만날 수 있다. 서너 테이블에 열 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가게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이 심상치 않다. 〈신발원〉은 1951년부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중국식 빵과 콩국, 만두를 내어놓은 노포 빵집이다.
그 이름이 어쩐지 아련하게 느껴진다. 〈신발원〉, 새롭게 발전한다는 의미다. 아무도 모르는 타향에 와 빵 한 접시, 콩국 한 그릇 내어놓기까지 얼마나 굳은 다짐을 했을까. 그 다짐 얼마나 움켜쥐었기에 나날이 발전하겠다는 이름을 지었을까. 그 단단한 마음과 시간이 있어 〈신발원〉은 여전히 활력 넘치는 공간이다.
빵이 그득하게 쌓인 진열대 안, 익숙한 이름의 빵인데 그 모양 참 생경하다. ‘호두팥빵’은 아이 주먹 정도의 자그마한 크기로 납작한 모양에 꽃처럼 칼집을 넣어 그 사이사이 팥이 그 속살을 드러낸다. 반죽은 단단한 듯 고소하고, 채워넣은 국산 팥은 고소하기 그지없다. ‘계란빵’은 또 어떠한가. 크기는 ‘호두팥빵’과 비슷하지만 도톰한 모양새가 귀엽다. 포슬포슬한 맛은 마치 요즘의 스콘과 비슷하다. 그 사이 채워져 씹히는 설탕 필링이 달콤히 사각거린다.
독특하기로는 ‘꽈배기’가 으뜸이다. 부풀리지 않고 얇게 밀어 튀긴 ‘꽈배기’는 제법 묵직하다. 이가 부러질 것처럼 딱딱한데도 이렇게 고소하고 매력적일 수가 없다. 주먹으로 부셔 먹어야 제맛인 ‘공갈빵’은 잘 부풀어 바삭함의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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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나 식사대용으로 먹는다는 ‘커빙’은 들어간 것 없으니 밋밋하다. 가끔은 그런 별것 없음이 더 그리울 때가 있다. 항상 사람이 붐비니 일단 빵을 선점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발원〉에 가면 우선 보이는 빵을 종류대로 비닐봉지에 담아놓고 ‘콩국’ 한 그릇 먹는다. 한글로 ‘콩국 과자’라고 적어놓은 메뉴가 그것이다. 중국에서는 ‘또우쟝 豆.’과 ‘요우티아오 油.’라고 부르는데, 맑고 따뜻한 ‘콩국’에다 취향껏 설탕을 넣고 튀긴 과자를 넣어 아침식사 대용으로 흔히 먹는다. 국산 콩으로 만든 ‘콩국’은 뜨끈하고 부드러워 술술 넘어가고, ‘콩국’에 불어 말랑해진 과자가 시리얼처럼 든든함을 더해준다. 그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 속 시끄러운 날, 이만한 속풀이가 또 있을까.
〈신발원〉을 정말로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사람을 뜨겁게 하는지, 나는 말의 온기를 그곳에서 실감한다. 여 사장님은 내내 “아가씨는 예쁜 빵 골라줘야지” 하고, “아가씨는 콩국 좋아하지?” 하며 뜨끈한 콩국을 내어준다. “고마워요 아가씨 잘 가요” 하는, 그 중국 억양에 따뜻한 진심이 숨어있다. 나는 그곳의 온기가 참말로 좋다.
A 부산광역시 동구 대영로243번길 62
T 051-467-0177 H 빵 08:00-20:00 식사 11:30-19:30
C 매주 화요일
글ㆍ사진 | 이슬기
이슬기 저 | 북웨이
『경상빵집』은 우리나라 최적의 빵투어 지역인 경상도 중심의 빵투어 가이드북이다. 베이커리 문화가 풍부한 경상 지역의 도시 중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부산과 대구를 중심으로, 그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을 타고 빵투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기름 값 아껴 맛있는 빵을 하나라도 더 사 먹자는 게 이 책의 기본 취지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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