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페니 “돈에 대한 일기를 써보세요”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 미스 페니(진예지) 저자 인터뷰
열심히 일하는데 왜 늘 돈이 부족할까?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 는 미스 페니 저자가 같은 세대인 2030에게 건네는 솔직한 재테크 조언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이 품는 수수께끼를 속 시원하게 풀어주고,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처음으로 내 돈을 스스로 관리하기 시작하는 2030들에게 스트레스받지 않는 돈 관리 비법을 전해준다.
저자는 ‘돈을 모아야 한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 조금 느긋한 흐름으로 내 돈을 관찰하자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는 재테크’라는 컨셉에 맞춘 7가지 돈 관리 비법이 담겨 있다. 돈에 대한 내용이지만 읽다 보면 삶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 스타일의 대단히 독특한 재테크서이다.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에서 생활경제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미스 페니 저자에게 2030의 돈 관리노하우를 물어 보았다.
이 책의 타깃은 현재 20대에서 30대 초반입니다. 특별히 90년대생을 위한 재테크 방식을 고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90년대생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책을 쓸 때 제 친구들이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경제교육과 상담 일을 하면서 돈 관리가 꼭 어려울 필요는 없구나, 꼭 힘들 필요는 없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돈 관리를 추천했는데 다들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요. 돈 관리는 머리 아프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너무 강한 것 같았어요. 이제 책을 통해 많은 친구들에게 돈 관리의 좋은 점을 알려줄 수 있어서 기뻐요.
재테크 책인데 에세이 스타일을 택한 것이 독특해요. 왜 이런 형식을 택하셨나요?
일반적인 재테크 서적을 읽으면서 느꼈던 피로감이 에세이 스타일을 택한 중요한 이유에요. 제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독자들은 생전 재테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래서 재테크와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분들이 돈 관리를 쉽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책의 목표고요. 그래서 에세이 형식으로 가볍게 풀어낸다면 접근성도 높아지고 이해하기도 쉬울 거라 생각했어요.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모 방송인의 말이 한창 유행하기도 했죠. 그런데 작가님의 책은 반대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는 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재테크 책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강조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결국은 돈 관리를 하루 이틀만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돈 관리는 장기적인 습관이에요. 그런데 돈을 모아야 한다는 당위로 오늘은 참고 또 참는 방법으로는 지속적으로 돈 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고 또 발생해야만 하니까요. 그런데 발생할 수밖에 없고, 발생해야만 하는 소비를 ‘잘못’이라고 규정하면 이런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돈 관리를 포기하고 싶을 수밖에 없겠죠.
사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의 방식은 지금껏 우리가 학창 시절부터 지겹도록 해온 일이잖아요. 저 역시 오랜 기간 동안 그러한 규칙들을 따르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지쳤다는 느낌이에요. 제 방식으로 돈 관리를 한다면 참는 방식으로 돈 관리를 하는 사람보다는 돈을 못 모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소확행을 챙기면서 돈 관리를 하는 게 소확행을 챙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가계부를 단순나열식이 아니라 7가지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을 제안하셨어요. 예를 들면, 카페라테 한잔을 마시더라도 ‘간식’이라고 적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생활비’로 적는 식이지요. 왜 이렇게 새로운 분류법을 제시하셨나요?
이 지출이 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야 그 지출이 적절했는지도 평가할 수 있어요. 제가 월급이 200만 원인데 간식으로 5만 원을 썼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러면 5만 원이 적게 쓰는 건지, 많이 쓰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그냥 ‘간식으로 5만 원을 썼구나’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죠. 그런데 간식을 비롯해 식재료, 외식비 등 내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쓰는 ‘생활비’로 200만 원의 월급 중 50만 원을 썼다고 정리가 되어 있다면 그 적절성을 평가하기가 훨씬 쉬워져요. 사람에 따라 ‘삶의 기본을 위한 비용이니 적절해’라고 여길 수도 있고, ‘단지 기본일 뿐인데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 되었든 생활비에 대한 자신의 가치평가가 들어가므로 그 지출들에 대해서도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거죠.
또, 새로운 분류법을 제시한 데에는 지출에 따르는 허탈한 감정을 줄이고자 함도 있어요. 식재료비로 얼마를 썼고, 영화로 얼마를 썼고 하는 식으로 가계부를 정리하다 보면, 이미 쓴 돈에 대해서는 아깝다는 감정을 느끼기 쉽잖아요. ‘이건 괜히 썼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 지출들 역시 내 일상에서 어떤 역할들을 수행해준 고마운 지출들이에요. 마트에서 장 본 비용은 내 기본적인 생존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생활비’이고, 영화를 본 비용은 내 취미 생활을 풍성하게 채워준 ‘활동비’에요. 이렇게 지출 분류에 그 의미를 더해주면 이미 쓴 비용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아까워하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부분들에 주목할 수 있어요.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나고는 해요. 가계부를 장기간 쓰면서 돈 관리를 해나가는 작가님만의 비법이 있나요?
가계부를 오래 쓰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쓰는 거에요. 연애를 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오랜만에 소개팅을 나간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사람이랑은 잘해봐야지’, ‘꼭 잘 보여야 돼’ 하고 결심을 하면 꼭 이상한 얘기를 하거나 실수를 하게 되지 않나요? 오히려 별 기대도 않고 나갔던 자리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요. 너무 잘하려고 하는 마음,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는 마음들이 독이 될 때가 있어요.
돈 관리도 마찬가지예요. ‘이제부터 돈 관리 제대로 한다!’, ‘10억 모은다!’ 하고 기합을 넣는 것도 재미는 있죠. 동기부여도 강하게 되는 느낌이고요. 하지만 이렇게 힘을 강하게 주고 시작한 가계부 쓰기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힘들어집니다. 차라리 ‘돈에 대한 일기’를 쓴다는 느낌으로 가계부에 접근해보세요. 꼭 아껴야 하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늘은 내 돈에 무슨 일이 있었나 찬찬히 살펴보는 거예요. 그렇게 살펴보다 보면 너무 애쓰지 않아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보이고, 그래도 줄이지 못하는 부분은 ‘허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답니다.
첫 월급을 받은 사회초년생에게 이것만은 꼭 하라고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제2의 자아를 만들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책정해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제2의 자아라 말하면 거창하지만, 취미생활이나 일 외의 관심 분야가 있는 나를 말하는 거예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에서 내 존재가 작아질 때가 있잖아요.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고요. 사회 경험이나 일에 서툰 사회 초년생은 더욱 그럴 거예요. 그럴 때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직장에서의 초라한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제2의 자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삶의 여유를 만드는 데에도 의식적인 노력과 비용이 필요해요. 아직 일이 너무 바빠지지 않았을 때 미래의 내가 믿고 쉴 수 있는 취미 생활을 만들어보세요.
작가님이 바로 지금 주목하고 있는 돈 관리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돈 관리 방식은 요리입니다. 요리가 돈 관리 방법이라니 조금 뜬금없나요? 얼마 전 자취를 시작해서 생활비 중 식비가 크게 늘었거든요. 음식은 제가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부분 중 하나에요. 그래서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낮은 비용으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어요. 신용카드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 금리가 좋은 적금 찾기 같은 정보들도 유용하지만 우선은 제일 신경 쓰이는 ‘딱 한 가지’ 지출을 잡아 개선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미스 페니(진예지)
짧은 직장생활을 통해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하며, 그러므로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적은 돈으로 잘사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을 만나 돈의 본질과 돈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푸른살림>의 생활경제코치로 경제 교육과 경제 상담을 하면서 돈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무리하게 억압하기보다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돈을 관리하는 비법을 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브런치’에 ‘미스 페니’라는 필명으로 ‘자유를 위한 돈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이렇게 잘 쓰려고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번 겁니다』 (공저)를 썼다. 경제 에세이스트로서 매체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 브런치 : https://brunch.co.kr/@lagom)
글 | 김윤주 사진 | 출판사 제공
진예지 저 | 스마트북스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저축하면 부자가 된다’ 식의 억압적이고 강박적인 재테크는 이제 그만.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되새김질하면서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는 재테크라는 기치 아래 7가지 돈 관리 비법을 찬찬히 알려준다 [도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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