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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의 러빗부인으로 새로운 모습 선보인 배우 김지현

기존의 틀을 깬 신선한 무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어느 이발사의 잔혹한 복수극과 그를 연모하는 한 여인의 순애보를 그린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2007년 국내 초연 때만 해도 제대로 호응을 얻지 못했던 공연은 2016년 재연 당시 한결 보기 좋게 다듬어진 데다 관객들 역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이제는 서로 감동과 재미를 나누게 됐다. 복수와 살인 사이 자리한 순박한 사랑, 피가 낭자한 무대에 깃든 블랙코미디, 불협화음 너머 이뤄지는 절묘한 하모니가 기존 공연의 틀을 깨며 신선한 재미로 다가온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이미지의 틀을 깨고 새로 캐스팅된 배우도 있으니, 바로 러빗부인을 맡은 김지현 씨다.

다양한 인물로 무대에 서왔지만, 대극장은 유독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만 참여했잖아요.


맞아요, 라이선스 작품으로 대극장에 서는 건 처음이에요. 처음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도 ‘저요? 괜찮을까요?’라고 되물어봤어요(웃음). 당시 <여명의 눈동자>를 올릴 때고 드라마도 있어서 정신이 없기도 했고, 초연 때 봤던 러빗부인의 이미지와 저는 접점이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저는 확신이 없는데 확신을 갖고 얘기해 주니까, 보통은 ‘내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분들의 얘기를 믿고 가볼까 싶었어요.


러빗부인의 말투나 동작이 김지현 씨의 기존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긴 합니다.


연습 때는 계속 확신이 들지 않았는데, 극장 들어와 리허설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 이미지와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분장이라서 확실하게 다른 인물로 만들어 주더라고요. 가발이나 의상까지 갖추니까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훨씬 과감하게 행동하게 되고. 옷도 겹겹이 껴입는데 무척 타이트하고 무거워요. ‘무릎이야’ 이런 대사가 그냥 나오고, 저절로 뒤뚱거리며 걷게 돼요. 전체적으로 뭔가 많이 붙어 있는데, 훨씬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

타이틀 롤은 스위니토드인데, 공연을 보고 나면 러빗부인을 더 좋아하는 관객이 많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처음 제작팀에 ‘러빗부인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미친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살아가는 데, 토드한테 미친 여자예요. 잘살기 위해, 토드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뭔가를 하는 데 거침도 없어요.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어떨 때는 짠하고 안쓰럽고. 여러 감정이 들게 하고, 이 극에 독특한 생기를 불어넣는 인물이죠. 재연 때 번역을 다시 하면서 유머러스한 부분을 특히 러빗부인 대사에 좀 더 반영한 것 같고, 전체적으로 조마조마함과 블랙코미디를 적절히 섞어서 관객분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없는 듯해요.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의 호흡이 중요한데, 세 토드와도 처음 작업하는 거죠?


너무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해서 만날 수 없었죠. 정말 손에 꼽는 배우들이잖아요. ‘나는 뮤지컬을 그만해도 여한이 없다’ 생각했고, 요즘도 함께 공연하면서 신기할 때가 있어요. 그나마 러빗부인이 억척스럽게 좋아하고 토드는 꿈쩍도 하지 않아서 다행이죠. 서로 사랑하는 장면에서 만났다면 노래하다 기절하지 않았을까(웃음). (조)승우 오빠는 말이 필요 없잖아요. 지난 시즌에 이미 참여했던 만큼 잘 알고 리드해 주시고, (박)은태는 서정적이고 조용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동안 안 보여줬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 본인도 재밌어 하는 게 느껴져요. (홍)광호는 세 토드 중에 아내를 잃고 복수를 하는 것에 대한 색이 좀 짙은데, 무척이나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사람을 죽이니까 더 무섭고 묘한 매력이 있고요.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이 듣기에 기괴한 만큼 배우 입장에서는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악 연습할 때마다 ‘어떡해?’ 사색이 됐어요. (옥)주현 언니는 ‘괜찮아, 하면 돼. 그런데 계속 틀려. 틀리는데 아무도 모르고 맞아도 틀리게 들려!’라고(웃음). 지금도 쉽지 않아요. 가사도 반복되는 게 없고, 리듬도 음도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게 너무 많고, 피아노 없이 현과 관악으로만 이뤄져서 반주가 들어가면 더 이상하고. 무대에서 귀에 정확히 꽂히는 게 없어서 배우들이 박자를 타는 것도 너무 힘든 거예요. 이래서 손드하임이라고 하는구나. 다행히 공연 때는 음악감독님이 저희가 부르는 대로 다 맞춰서 연주해 주세요.

전작 <오만과 편견>이 두 명의 배우가 소설 속 20여 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2인극이었고, 연초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도 초연이고 무대 형식이 독특했죠. 배우 입장에서 힘들면서도 연기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어려운 건 어느 작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올해 제가 했던 세 작품은 장르도 너무 다르고, 시대적인 배경이나 이야기, 형식도 다르고. 특히 <오만과 편견><스위니토드>를 함께 작업할 때는 주위에서도 ‘하필 그 두 작품이냐’고 하실 정도로 제 뇌의 한계를 경험했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저 역시 작품마다 새로운 경험을 했고, 관객분들도 나름의 재미와 감동을 따로 가져가시니까 배우로서는 뿌듯하죠. 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기도 하고요.


글 | 윤하정 사진 | 신화섭(스튜디오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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