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맥주를 따서 마셨는데, ‘어라 맛이 왜 이래?’ 이래보신 분? ‘기억하는 그 맛 아닌데?’ 이런 분은? 맥주는 식품이다. 당연히 변질이 일어난다. 병맥주고 생맥주고, 신선한 것이 맛있는 법
맥주의 맥자는 보리 맥(麥)자다. 즉, 맥주는 보리로 만든 술이다. 맥아(보리싹)의 즙에 홉을 넣고 효모로 발효시켜 맥주를 만든다. 이렇게 원료에 들어 있는 당분이나 전분을 발효시켜 빚는 발효주는 대체로 알콜 도수가 낮고 맛이 다채로우며 향이 부드럽다. 최근 맥주의 맛과 향에서 단순한 시원함보다 다양한 개성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한 추세인 셈이다.
맥주의 종류
맥주의 종류 맥주는 홉과 효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맛과 성격이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효모의 발효 형태에 따라 맥주 종류를 나눈다. 즉, 발효 과정에서 거품이 생성되면서 효모가 맥주액 위쪽으로 떠오르면 상면발효맥주, 반대로 효모가 맥주액 아랫부분으로 가라앉으면 하면발효맥주다. 상면발효맥주는 18~25도의 상온에서 만들어지는데 색이 붉거나 노랗고 맛이 진하며 알콜도수도 4도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영국의 에일, 스타우트 등이 상면발효맥주다. 하면발효맥주는 10도 전후의 서늘한 온도에서 만들어지는데 색이 옅고 맛은 맑고 청량하며 알콜도수는 보통 4도로 순한 편이다. 세계 맥주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라거가 하면발효맥주다. 이 맥주의 효모가 살아 있는 상태로 마시는 것이 생맥주이고, 병이나 캔으로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열처리를 진행한다.
맥주잔 선택하기
맥주를 따르는 잔이 맛에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그렇다. 외국의 맥주 제조회사들은 향이 풍부하다거나 거품이 부드럽다거나 목 넘김이 시원하다거나 하는 맥주의 성격에 따라 가장 맛있는 형태로 마실 수 있도록 전용잔을 디자인해 내놓고 있다. 만약 전용잔이 없다면 맥주에 맞춰 잔을 골라서 사용할 수도 있다. 진하고 끈적한 거품을 가진 수도원 맥주라면 튤립형 맥주잔이나 고블릿 형태의 잔을 선택해서 맥주의 맛은 응축시키고 거품은 풍부하게 즐긴다. 목 넘김을 시원하게 즐기는 라거 맥주라면 맥주잔의 두께가 두꺼워서 손의 온도가 맥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잔이나 아예 손잡이가 있는 잔을 고르고, 향이 풍부한 맥주는 위쪽이 넓은 맥주잔을 선택해서 향을 즐기는 것이 요령이다.
이기중 씨가 쓴 『맥주 수첩』에서는 맥주잔의 모양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누어 권하고 있다. 필스너 플루트형(체코식 필스너 맥주용), 바이젠 플루트형(독일식 밀맥주용), 노닉 파인트잔(영국식 에일용), 고블릿(벨기에 트라피스트 비어용), 튤립형(벨기에 스트롱 에일용), 마스(독일식 필스너용)
나라마다 다른 맥주 문화
영국
영국에서는 펍이라 불리는 대중적인 술집에서 캐스크비어, 즉 생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퍼블릭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인 펍은 18세기에는 에일하우스(alehouse)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홉을 넣지 않고 빚던(지금은 넣어 빚는) 영국의 전통 맥주인 에일을 마시며 사람들은 토론과 만남을 즐겼다. 에일 외에도 끈적하고 진한 맛을 가진 포터와 스타우트 등이 영국의 대표 맥주로 꼽힌다.
독일
물에 석회질이 많아 대신 맥주를 마신다고 할 만큼 독일의 맥주 전통은 뿌리가 깊다. 1300곳이 넘는 맥주 양조장, 연간 맥주 소비량 세계 3위, 14살이 넘으면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맥주 양조자인 브라우마이스터들이 양성되는 곳이며, 매년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뮌헨에서 여는 나라. 맥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보리, 홉, 물과 효모만을 넣으라는 1516년의 맥주순도유지법이 지금도 유효하지만 지역 양조장에서는 저마다 독특한 맥주를 빚고 있는 독일이야말로 맥주 러버들의 나라다.
미국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미국 맥주에 대해서는 언급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영국에서 이주해온 청교도들이 집안에서 맥주를 빚어 마시던 것에서 시작된 미국의 맥주 역사는 19세기 들어 맥주 공장이 대형화되면서 맛이 가볍고 색이 엷은 미국식 페일 라거 일색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성과 맛을 추구하는 1400여 소규모 맥주 생산자들이 미국 곳곳에서 맥주를 빚어내면서 세계 맥주의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로 떠올랐다.
체코
1인당 맥주 소비량 세계 최고, 세계 맥주 수출량 10위인 체코. 라거 맥주로 통칭되기도 하는 하면발효맥주의 대표 주자인 필스너가 체코 플젠(Plzen) 지역에서 만들어진 맥주다. 사츠 지역에서 생산된 최고급 홉을 써서 씁쓸한 맛이 살아 있고, 경도가 낮은 플젠 지방의 연수를 사용해 만들어진 필스너를 현지에서 즐기기 위해 체코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는 체코 맥주 부데요비츠키 부드바와 상표권 분쟁을 빚기도 했다.
벨기에
맥주 브랜드만 500여 종이 넘는 벨기에. 고전 맥주의 양조 전통이 잘 살아 있어서 람빅, 트라피스트 맥주, 애비 맥주, 화이트 비어, 스토롱 에일 등 독특한 맥주가 많다. 특히 벨기에의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람빅이나 트라피스트 맥주는 그 풍부한 향과 맛, 높은 도수에 적은 생산량이라는 조건이 더해져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곤 한다.
신선한 맥주 고르기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맥주를 따서 마셨는데, ‘어라 맛이 왜 이래?’ 이래보신 분? ‘기억하는 그 맛 아닌데?’ 이런 분은? 맥주는 식품이다. 당연히 변질이 일어난다. 병맥주고 생맥주고, 신선한 것이 맛있는 법. 유통되는 맥주는 더 이상의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효모를 처리해놓아 6개월 정도 보관에는 문제가 없다. 그래도 직사광선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상하기도 한다. 맥주병이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도록 색깔이 들어 있는 병을 쓰는 것은 이 때문. 맥주가 유통되는 동안 음지의 서늘한 곳에서 잘 보관된 것을 고르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 과정을 알기는 어려우니 유통기한만이라도 체크해서 가장 신선한 제품을 고르기를 권장한다.
글ㆍ사진 | 김진아(비플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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