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왕 김리뷰 “익명을 고수하는 이유”
익명의 김리뷰가 전하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 『1인분의 삶』
이름, 얼굴, 나이, 성별도 수치화된 거고 이분법적인 거죠
45만 팔로워의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나. 45만이라는 숫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다. 모든 것을 리뷰한다는 김리뷰의 리뷰 목록을 살펴본다. 흥미롭다. 리뷰 대상은 영화, 스포츠를 망라하는데 최근에는 과자 후레쉬베리를 리뷰했다. 리뷰에 항의해오는 업체의 연락도 모두 까발린다. 솔직한 B급 정서가 매력적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다는 김리뷰답다.
팔로워의 “절반은 안티”라 웃으며 말하는 그는 『1인분의 삶』에서 “가장 쓰고 싶었던 글”을 썼다고 했다. 책이라는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는 것. 가벼운듯하나 좀처럼 하기 힘든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과거 일베에서 활동한 사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과거에 한 행동이라는 건 그 자리에 있고, 사라지지 않는”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마음에 품은 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새롭고, 재미있는 글을 지향하는 김리뷰. 그의 신념처럼 이 책은 ‘라면받침’으로도 쓸 수 있다는 전언이다. 나무에게 너무 미안하지는 않기 위해서다.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이번 책을 ‘가장 쓰고 싶었던 글에 가깝다’고 하셨어요. 그 전에 쓴 글도 있고, 앞으로도 글을 쓸 텐데 가장 쓰고 싶었던 글은 어떤 것이었는지 묻고 싶어요.
그냥 나오는 대로 쓰는 것? 예전부터 시키는 대로 쓰는 걸 잘 못했거든요. 물론 쓰긴 했는데요. 그걸 쓰면서 즐겁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진 않았어요. 책과 온라인 글이 다르긴 하죠. 블로그에 개인적인 걸 아무렇지 않게 쓰는 글이랑 책이라는 매체에서 정제해서 쓰는 글이랑 보통은 굉장히 다르잖아요. 저는 그걸 똑같은 감성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계속 했었어요. 그래서 뭔가 정신 사나운 글이 된 것 같긴 해요.(웃음) 어쨌든 쓰고 싶던 글을 쓰게 돼서 작업할 때 굉장히 즐거웠던 것 같아요. 밤에 2만 자 씩 쓰고 그래서 힘들긴 했지만요.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쓴 것 같아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을 빨리 쓰는 편이라고요.
원래도 좀 빨리 쓰는 편이에요.
가장 빨리 쓴 챕터는 어느 부분인가요?
챕터를 따로 정해서 쓰진 않았고요. 소재를 막 늘어놓은 다음 거기에 하나씩 골라서 썼어요. 비교적 3장(리뷰)이 좀 빨리 쓴 것 같아요. 명확한 주제고, 평소 했던 생각들이 있으니까요.
<불행>과 <행복> 같은 글은 좀 다른 글쓰기였거든요. 진짜 빨리 썼거나 가장 고민을 많이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진짜 빨리 썼어요.(웃음)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쓰고 싶은 대로 쓴 책이잖아요. 이 기회가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운 형태의 글 같은 것을 많이 시도하려고 했어요. 실험이었죠. 좀 끊어 쓰긴 했는데요.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쭉쭉 썼어요. 페이스북 메시지로 책 잘 읽었다는 연락을 받는데 특히 이 글에서 감동 받았다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잘 썼나(웃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확실히 시선을 끄는 글이긴 해요.
네, 전혀 다른 형태의 글이었으니까요. 저로서도 실험적인 시도였어요. 원래 책에서 그런 방법이 잘 시도되는 건 아니잖아요. 저한테도 신선한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잘 전달이 된 것 같아서 기분도 좋아요. 실험적인 걸 했을 때 ‘뭐 이딴 걸 해’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의외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웃음) 좋죠.
온라인에서 쓰는 글과 책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잖아요. 그것을 통일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그 대목에서 불편해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수 있거든요.
창작이라는 건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나오는 거잖아요.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고, 이질적인 형태의 글쓰기였죠. 어떻게 보면 블로그에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말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다는 발상 자체도 하기 힘든 거고요. 그래서 그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내 실험적인 태도를 왜 이해해주지 못하지 이런 것보다는 말이에요. 기존의 책이라는 매체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너무 낯선 느낌도 들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일기 쓰듯이 쓴다는 피드백을 보긴 했지만 일기 쓰듯이 쓴 게 맞는 거라서요.(웃음) 그냥 신변잡기식 글을 쓴 거니까요. 분명한 건 형태보다 그 안에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결국 글의 가치라는 건 독자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해주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서요. 형태보다는 그 안에 제가 어떤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했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초점을 맞춰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죠.
그 메시지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아무래도 만화책이거든요. 만화책은 삶에 도움이 되거나 그렇진 않잖아요. 그냥 재미로 읽는 거고요. 읽다가 모종의 임프레션 같은 걸 얻을 수 있죠. 전 그런 느낌으로 쓴 거예요. 나는 이렇게 살았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했었다, 이런 걸 적은 거죠. 메시지를 강요하는 건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내 생각을 부여한다기보다 진정성에 초점을 맞춰서 보여주려 한 거예요. 궁상스러우면서도 진정성이 묻어나는 것, 이것들을 통해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도록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같은 드라마를 봐도 사람마다 거기서 얻는 메시지는 다를 수 있잖아요.
어떤 메시지를 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나는 흘러오는 대로 살다보니 이렇게 됐고, 지금 어느 정도 행복하다,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결국에는 제가 의도한 대로 전달이 되지도 않고, 해석하고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도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독자들의 특권 같은 거죠.
독자는 늘 작가의 의도와 글 쓸 때의 생각이 궁금한 것 같아요. 물론 다양하게 읽힐 수 있지만 말이죠. ‘흐르는 대로 살아왔고, 지금 어느 정도 행복하다’ 여기에 방점을 두면 될까요?
흐르는 대로 살았고, 어떤 목적도 없었다, 유일한 목적이라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는 것이었다는 거죠. 요즘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워낙 많아지다 보니 사람으로서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을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저도 아직 사회초년생이고, 원룸 월세에 살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진 않잖아요. 그렇지만 지금 굉장히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동물은 종족 번식의 목적으로 사는 족속들(웃음)이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사람은 동물에서 좀 벗어났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원한다면 자식을 안 낳을 수도 있고요. 결국 사람은 본질적으로 행복해지려는 목적이 있다, 바로 그걸 쫓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수치화, 형체화된 것들만 맹목적으로 쫓다 보니 지나친 경쟁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기계발서 같은 것들이 나와서 ‘나처럼 해라,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생각만 하면 다 된다’ 이런 것들을 말하는데 저는 거기에 반감을 갖고 있기도 했고요.
자기계발서에 반감이 큰 것 같네요.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을 취하는데 왜 사회적 성공이라는 기준 하나로 사람들의 행복을 한 가지로 정의하려는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라고 느끼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정말 행복해져야겠다’ 같은 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행복해지려고 사는 것’ 저한테는 이게 본질적인 메시지였어요.
가장 마지막 글이 <R=VD(Realization=Vivid Dream)>이기도 했죠.
이름을 X자로 표기할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재미도 없고, 이 작가님을 인격적으로 디스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썼죠. 그 분이 쓰신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제 입장에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그 내용에 상처 받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제 얘기를 풀어나가 보자는 의도였기 때문인데요. 그게 명예훼손일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요. 음악 하는 분들은 음악으로 디스를 당하면 음악으로 답변하잖아요. 저는 그 분에 비하면 초짜 작가지만 제가 쓴 글을 읽으셨고 거기에 대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글로 쓰실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걱정 안 하고 대놓고 막 쓰기도 했고요.
익명을 고수하는 이유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셨는데, 이것 역시 말씀하신 전하려던 메시지를 위해 일부러 적으신 건가요?
얘기하다보니 그냥 나왔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우울증은 의도한 측면이 있죠. 전 우울증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거든요. 지금도 약을 먹고 있고요. 요즘은 굉장히 살기 어려운 때라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있잖아요. 우울증은 지속적으로 상담 받고, 약물로 교정을 하면 평범한 생활이 가능해요. 그런 걸 말하고 싶은 의도는 있었죠. 개인사나 가족 얘기는 얘기를 하다 나왔다는 게 더 적당할 것 같아요. 그것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에 진정성을 불어넣어준 것 같아서 책의 완성도 측면에서 좀 좋은 결과였던 것 같고요.
얼굴도 공개하지 않고, 이름도 필명을 사용하는 등 철저하게 익명을 추구하는 부분과 솔직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는 부분은 다소 불균형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두 가지는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 건가요?
익명이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잖아요. 보통은 저처럼 정말 사적인 부분까지는 드러내지 못하는데요. 저는 일단 믿는 거죠. 나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지금은 사람들도 저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 하지 않아요.(웃음) 그냥 인터넷에 글로만 드러나는 자아니까요. 실제 제가 얘기하는 방식과 김리뷰가 말하는 방식도 달라요. 담고 있는 메시지는 같을지언정 방식도 다르고, 대면해 얘기하는 무게감도 다르고요. 익명 상황에서 어디까지 깊게 얘기할 수 있을까 라고 했을 때 저는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이름, 얼굴, 나이, 성별, 이런 것들도 수치화된 거고 이분법적인 거죠. 이것들이 메시지 자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 여자인 걸 알고 군대 관련 글을 쓴 걸 본다면 어떤 식으로든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그런 조건을 다 뺀 상태에서 제가 겪었던 이야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전달하려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저의 속성에 비춰 메시지를 본다기보다 메시지를 통해 저를 보니까요.
이렇게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익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가요? 의도된 바인지 궁금해요.
전혀 아니었고요.(웃음) 그렇지만 원래 인터넷을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까요. 익명으로 글을 쓰는 게 굉장히 익숙했고, 그러다보니 사고도 많이 치기도 했는데요. 익명이라서 줄 수 있는 모종의 감동이나 생각, 감성 같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은 계속 했어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계속 한 것 같아요. 시작은 뜬금없었어요. 모든 게 계획했던 것이었다고 하면 그냥 갖다 붙이는 거지(웃음) 사실은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운이 잘 따랐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신상은 절대 공개하지 않을 작정인가요?
아마 그럴 것 같아요. 계획이라면 북 콘서트 같은 걸로 제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소수와 교류를 가지면 좋겠다는 게 있는데요. 기본적으로는 이대로일 거예요. 글은 결국 메시지고, 어떤 감성을 전달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사실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개인적인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사람이 쓴 글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게 말이죠. 또 사람들이 궁금해 해야 저라는 캐릭터도 가치가 있는 거니까 계속 유지하게 될 것 같아요.
자연 상태 그대로의 ‘나’와 ‘김리뷰’로서의 자아가 서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나요?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줘요. 현실의 저는 정말 소심했거든요. 편의점에서 물건 살 때 어떻게 말을 해야 안 어색할 수 있을까, 영화관에서 어느 자리에 앉아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 같은 걸 고민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욕구는 있는데 본질적으로 소심해서 현실에서 표현하지 못했죠. 그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튀어나와서 자아와 욕구가 섞여 발현이 됐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거나 주관적이기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사실은 저만 그런 게 아니었던 거죠. 사람들이 김리뷰에 열광하고, 관심 가져주는 것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이랬구나 하고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고, 정말 뒤를 생각 안 하고 막 지껄이는 김리뷰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게도 그렇고요. 김리뷰가 제게도 영향을 주죠. 솔직해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구나, 신념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공감을 해주는구나, 이걸 느낀 후에는 저도 덜 소심해졌죠. 이런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제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김리뷰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기도 하고요.(웃음) 서로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김리뷰와 저자가 생각하는 김리뷰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구가 많아지고, 다양해지니까요. 저자가 생각하는 김리뷰의 정체성은 뭔가요?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죠. 누가 시키는 것 안 하고, 눈치 안 보고요. 요즘은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야 하잖아요. 직장 동료와 밥을 먹으러 가면 내가 제일 어리니까 수저를 놓아야 하나, 밑에 휴지를 깔아야 하나, 물을 따라줘야 하나(웃음), 이런 게 있잖아요. 사소한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하죠. 그런데 김리뷰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인터넷 공간이긴 하지만 아무런 눈치 안 보고, 브랜드 이름도 여과 없이 얘기해버리고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끝없이 새로운 것을 하고, 끝없이 파격적인 것을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지 않는 것이죠. 제가 예전에 그런 것을 지키지 못한 과거가 드러나면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선을 지키는 한에서 새로움을 주려고 해요. 진중함이 있는 코믹함에 초점을 맞춰서요.
일베
일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셨어요. 언뜻 얘기도 하셨는데 지금 저자에게 그 사건은 무엇인지 묻고 싶어요.
책임지는 걸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익명이라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그때는 그것에 굉장히 취해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은 묶여있는데 온라인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주 자유롭고요. 그 보호막에 취해있었던 셈이죠. 현실에서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요. 그게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가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어요. 그런 것이 후회가 됐죠.
단순히 어렸을 때 저지른 과오라고 말하면 변명이라고 생각하고요. 예전에 했던 말들과 상처 준 행동에 대해 확실하게, 끊임없이 반성해야겠죠. 그런 과거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약이나 원동력 같은 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회사에도 들어가고 조금 잘 되니까 사실 오만한 게 있긴 했어요. 겉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자존감이 억눌려서 살아왔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이상하게 변형돼 오만함으로 있었는데요. 이 사건들이 제동을 걸어주면서 주제파악을 하게 됐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것 같아요. 그때 일베를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하긴 했는데요. 지금은 안 들어요. 했다는 게 잘했다는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계속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니까요.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은 사건이었네요.
이미 그런 행동을 했고, 그때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했던 게 맞지만 그걸 지금이라도 깨달은 게 너무 다행스러워요. 그런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반성할 수 있는 자신이 된 게 다행이라고 느끼죠. 과거를 세탁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 내용을 빼고 얘기할 수 없더라고요. 세탁, 청산, 이런 말은 적절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한 행동이라는 건 그 자리에 있고,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요. 정말 용서 받기 어려운 과거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발전하려는 스스로가 되려고 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반성하게 됐지만 제가 반성하는 것과 상관없이 사과의 진정성이라는 건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재량이잖아요.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제가 반성하고, 발전하려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신 것 같고요. 저는 그걸 배신하지 않는 게 앞으로의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일이 지나가고, 해결된 과거라기보다 계속 여기에 남아 김리뷰와 같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계속 같이 가야죠. 왜냐하면 그걸 빼고 제 인생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거기 있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거기 계속 있는 일이라고 하면, 없던 일로 치부할 수 없다고 하면 그것이 주는 에너지 같은 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발전하자,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자, 이런 노력을 많이 하죠. 제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도 있어요. 잘못 하나로 모든 게 망가지고, 물거품이 되고, 사회에서 매장되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 그것을 용서하는 과정이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준다는 것, 그걸 앞으로의 제 행보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죠. 계속 반성해야죠.
예전보다 발전하는, 더 멋진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발전에 여러 방향이 있잖아요. 저는 정신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노력하겠다는 거고요. 지금 김리뷰가 쓰는 글처럼 가감 없고, 솔직하고, 메시지가 날것 그대로 있는 그런 글을 계속 써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제 감성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이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도 계속 쓰다 보니까 늘더라고요.(웃음) 이번 책을 쓰면서도 더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발전한, 메시지 있는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해야겠죠.
가장 트렌디한 글을 쓰는 작가가 목표
가장 쓰고 싶었던 글은 이번 책으로 써봤으니, 지금 상태에서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글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작가로서의 꿈이 있다면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쓰고 싶어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 이전에 없었던 글을 쓰는 것이 꿈이죠. 새로운 뭔가의 등장이라는 건 매체나 사회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키잖아요. 누구나 그런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니까 작가로서는 아무래도 이 시점에서 가장 트렌디한 글을 쓰는 작가로 목표를 잡았어요. 사실 매번 쓰고 싶은 글을 바뀌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SF소설을 써보고 싶은 꿈이 있고요. 어렸을 때 아주 초보적인 소설을 써봤는데, 다시 읽어보니 되게 파멸적이더라고요. 일단 여러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 어리고, 잃을 것도 별로 없으니까 그래서 많은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란 생각이 들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 어떻게든 되겠죠. 안 팔린다고 출판사가 저를 때리기야 하겠어요.(웃음)
트렌디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정보에 열려있어야 하잖아요. 공부랄까, 정보 수집은 어떻게 하시나요?
보통은 인터넷이에요. 책이 일반적으로 주는 느낌은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이잖아요. 도구나 장식 같은 느낌도 있죠. 책이 시대와 발맞추는 매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죠. 인터넷은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니까 그곳에 글도 많이 쓰고, 다른 사람의 글도 읽고 하는 거죠. 인터넷 문화에 정통하다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긴 해요. 앞으로도 인터넷 하면서 글 쓰고, 만화 보고, 게임하고 그러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쓰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예요. 그러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겠죠.
글 | 신연선, 사진 | 장호연
김리뷰 저/노선경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점점 스케일 크게 ‘모두까기’ 인형이 되어가는 것으로만 보이던 김리뷰가 예상과 전혀 다른 리뷰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두툼하여 라면받침으로도 안성맞춤인 이번 책에서 김리뷰가 리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헬조선의 태백(20대의 태반은 백수), 20대 자신의 모습이다. 이제는 ‘현실에서 기대는 버렸다’며 스마트폰, 인터넷, 게임 속으로 녹아버린 그들 중 한 사람으로서 김리뷰는 자기 자신을 투영하여 20대 모두의 마음을 리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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