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는 어떻게 탄생할까?
음식평론가 읠리엄 시트웰이 쓴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
이 책에서 작가가 소개한 레시피 중에는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인기인 브런치 메뉴의 대명사인 에그베니딕트 유래도 소개된다. 메뉴 개발에 대한 기원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은 있지만 일단 뉴욕 사교계 대명사인 르무엘 베니딕트 이야기가 재미나다.
사진 출처_ imagetoday |
음식으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들이 풍부한 완두콩은 여성과 노약자 아이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식품이다. 싱싱한 완두콩은 5,6월 무렵에 잠시 선보이는 귀한 식재료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완두콩처럼 건강에 좋다고 다 귀한 음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야 맛 볼수 있는 베이징덕(오리구이)도 원래는 청나라 때 거지들이나 먹던 음식이었다는데 완두콩스프도 19세기 유럽에서는 귀족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메뉴였다고 한다.
이렇게 식도락가들 사이에 인기인 레시피들 중에는 당초 서민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 먹던 음식중에 탄생된 메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유럽 어디를 가나 외식 메뉴로 인기가 많은 탕수육, 깐풍기 같은 중국요리다. 중국 사람들은 모두가 요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음식 만드는걸 즐기고 먹는걸 좋아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뉴욕과 런던 등 차이나타운 음식점에서 기본적으로 최고 인기 메뉴는 역시 돼지고기 탕수육. 이 메뉴를 전세계 대중음식으로 확산시킨 장본인은 켄 홈이라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1950년대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난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일찍이 죽고 홀어머니와 살면서 어려운 살림에 입학한 대학 기숙사에서 생존을 위해 어머니가 어릴 때 해준 음식들의 레시피를 스스로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켄은 가난뱅이 학생임에도 친구들과 자신이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걸 좋아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요리솜씨가 입소문이 퍼지면서 뉴욕 상류층 부인들의 개인 요리사로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영국으로 건너가 요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음식평론가 읠리엄 시트웰이 쓴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에 따르면 차이나 푸드는 미국에서 먼저 유행한 게 아니라 켄이 영국에서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외식 메뉴로 정착되어 유명해진 것 같다.
지금은 영국 요리가 셰프 스타인 제이미 올리버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사실 영국인들의 식성은 짠 맛과 튀김 같은 건강에 위배되는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걸로 유명하다. 덕분에 튀김 옷에 MSG 범벅인 탕수육 맛에 더 쉽사리 빨려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원래 중국음식은 담백한 찜류가 주류이다. MSG 중심의 차이나푸드는 영국에 소개될 때 그들 입맛에 맞추어 튀기는 조리법에 짜고 달달한 소스를 듬뿍 뿌린 레시피로 변형이 되었고 그 예가 탕수육이다. 그러니까 탕수육은 퓨전요리의 원조 메뉴인 셈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소개한 레시피 중에는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인기인 브런치 메뉴의 대명사인 에그베니딕트 유래도 소개된다. 메뉴 개발에 대한 기원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은 있지만 일단 뉴욕 사교계 대명사인 르무엘 베니딕트 이야기가 재미나다. 어느 날 아주 심한 숙취 상태에서 그는 윌드포 아스토리아호텔을 찾았는데 마땅히 먹고 싶은 메뉴도 없고 시간도 점심에 가까운 늦은 아침이라서 주방에 직접 주문을 했다고 한다. 토스트에 베이컨을 얹고 수란을 얹은 다음 소스를 부어 달라고. 현재 많은 이들이 브런치로 즐겨먹는 에그 베니딕트는 토스트 대신 잉글리시머핀으로 바뀌었지만 레시피의 출발은 이러했다.
앞서 완두콩 스프도 중세 프랑스에서는 주식으로 빵을 구하기 힘든 가난한 서민층에서나 먹던 레시피였지만 이후 요리와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지닌 한 귀족부인의 요리 다이어리에 먹는 법과 효능이 널리 소개되면서 오늘날은 유명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로 격상되었다.
글 | 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