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에 따뜻한 죽만큼 좋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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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인류가 애용한 ‘죽’
30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계절인데도 빌딩마다 빵빵 돌아가는 냉방기구 탓에 가디건 같은 겉옷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병원마다 감기환자도 겨울 못지않게 많다고 한다. 여름 감기는 체질적으로 몸이 냉한 여성들, 실내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노출되기 쉬운데 개중에는 감기와 유사증상인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냉방병의 대표적인 증세는 소화불량, 두통, 오한, 콧물, 불면증 등이다, 증상이 계속되면 일의 능률이 저하되기 때문에 시원스런 멋도 중요하지만 옷을 따뜻하게 입고 음식 섭취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덥다고 해서 차가운 음료나 빙수, 아이스크림, 냉면, 메밀 등을 자주 먹다 보면 냉방병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따뜻한 종류의 음식을 자주 챙겨 먹도록 한다.
냉방병으로 속이 더부룩하며 소화가 안 되는 직장인들에게 아침 식사로 권해주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따뜻한 죽이다. 직장인에게 점심이나 저녁은 일의 연장선에서 먹게 되는 자리가 많아 아침식사로 추천한다. 죽 파는 집도 많고 편의점에 관련 제품들도 많아 시간 안들이고 손쉽게 먹을 수는 있지만 사실 집에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효과는 다를 것이다.
죽의 역사를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애용한 음식이었다. 기원전 535년 석가모니 부처께서 식사라곤 하루에 열매 1개 혹은 잎사귀 한 잎만 먹으면서 혹독한 고행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소녀가 우유와 쌀로 만든 ‘유미죽’을 공양했다. 이 죽을 드시고 기운을 차린 부처님이 훗날 대중들에게 죽의 5가지 효능을 설파하였다는데 지금도 유미죽은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노인들의 건강식으로 꼽히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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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각종 수프들
먹방, 쿡방 덕분에 뜨는 외식 메뉴들을 보면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 일본 등에서 그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 글로벌한 요리명이 주류다. 그런데 첨가되는 식재료나 맛은 대부분 고유의 요리법에서 많이 탈바꿈된 우리 입맛에 맞춘 퓨전 레시피들이 많다. 가령 흔한 파스타만 하더라도 본고장인 이태리나 그리스 현지에서의 파스타는 주재료인 면 만들기에만 공들일 뿐 전체 느낌은 심플하다. 반면 우리가 접하는 대개의 파스타들은 면 보다는 고명으로 올려지는 새우 오징어 베이컨 고기 랍스타 같은 다채로운 부속물에 의해 가격 등급이 매겨지는 것 같다. 우리가 새롭다고 여겨지는 어떠한 메뉴들도 그 음식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죽처럼 인류 식탁에서 오래 광범위하게 누벼왔음을 알게 된다.
이안 크로프톤이라는 저자가 미국 아프리카 중국 영국의 시골마을을 누비며 사람들이 즐기고 먹어온 음식의 역사를 박학다식하게 담은 책 『음식의 별난 역사』에 따르면 인류가 오늘날의 요리하는 형태로 음식을 먹기 시작한 것은 20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즉 인간이 수렵 채취를 통해 얻은 날 음식을 섭취하던 식 문화에서 벗어나 불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는 화식(火食)을 통해 다양한 메뉴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셈이다.
서양식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각종 수프들, 주재료에 따라 양송이 수프, 브로콜리 수프, 호박수프, 양파수프, 야채수프, 해산물수프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데 역사상 인류가 가장 처음 먹은 수프는 하마 수프로 6천년전 아프리카에서 당시 유행한 별미 중에 별미였다고 한다.
뿐더러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오래 전부터 식탁 위에서의 관심사였던 것 같다. 기원전 200년경 편찬된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는 올바른 식습관이야말로 건강에 필수라며 먼저 찬 음식과 뜨거운 음식의 섭취법을 제시하였다. 귀리나 보리, 우유는 여름처럼 더운 날씨에 권장되는 식품인데 이유는 체내 에너지 유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효능의 식품을 덧붙인다면 감자, 옥수수, 수수, 가지 등을 추가할 수가 있겠다. 반면 고기, 와인(술), 꿀은 더운 날씨 보다는 장내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한 추운 날씨에 먹는 게 더 유용하다. 또한 육류나 후추 외에도 매운 음식은 발한, 염증, 갈증, 피로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을 조절해서 먹을 필요가 있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글 | 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
이안 크로프톤 저/김시원 역 | 레몬컬쳐
저자 이안 크로프톤은 아프리카, 중국을 거쳐 인도의 작은 시골마을까지 샅샅이 다니며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음식의 별난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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