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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자살, 그래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자살했다』 곽경희 저자 인터뷰

“나는 마흔아홉 살에 죽을 거야.” 남편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공교롭게도 남편은 마흔아홉 살을 한 달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선택한 남편, 그리고 하루아침에 자살자 유가족으로, 네 아이의 가장으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게 된 저자. 슬퍼야 하는데 화가 났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사치였고, 아픔을 극복하려 할수록 ‘남편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하는 시선들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저자는 절망과 우울을 딛고 일어섰다. 오랜 시간 상담치료와 글쓰기를 통한 회복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인생을 희망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사람들, 상실의 공허함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이야기를 전해주고자『남편이 자살했다』를 썼다. 


남편이 자살했다라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불행감과 우울함 속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남들처럼 웃고 떠들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바닥까지 추락하는 일을 경험했고, 죽을 수도 없는 살 수도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지요. 이후 모든 걸 내려놓고 회복의 여정을 시작했으며, 진정한 행복은 바로 내 앞에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처럼, 이미 고인이 된 남편처럼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희망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건 바로 ‘존재의 소중함’입니다.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이 어떻게 불행이 연속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저의 삶을 통해 알려드리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깨닫지 못하면 반복되거든요. 특히, 알코올중독자와 사시는 분들은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시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헤어지는 것도 좀 떨어져서 지내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같이 살다 보면 건강한 배우자까지 병들고 아이들까지 병들 수 있거든요. 제 경험으로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것이 서로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편분의 자살 이후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자살 유가족으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는지요?


정서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고 그런데도 어린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내 마음도 힘든데 아이들 마음마저 챙겨줘야 하니 나중엔 그냥 죽고 싶어졌습니다. 그때는 ‘아이들만 없어도 내가 이 고생을 안 할 텐데’라는 생각들이 자주 스쳐 지나갔는데, 그러면 또 엄청난 죄책감에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남편이 죽기를 바라더니 이제는 아이들이 없어지길 바라나? 나는 정말 나쁜, 구제 불능의 인간인가’ 하며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딜 가던 가족 이야기가 나오고 친구들의 엄마, 아빠 이야기가 나오면 힘들어했습니다. 학교에서 가족을 그리라고 한다든지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을 힘들어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제가 뭔가를 잘못해서 남편이 자살했을 거로 생각하고 질문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가 자살했다는 이유로 그를 불쌍히 여기며 저를 가해자 취급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입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맞은 이들, 작가님과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지요? 


이미 내게 일어난 일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매일매일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사느냐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처음부터 금방 슬픔을 기쁨으로 뒤바꿀 수는 없지만, 서서히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는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남편에 대한 원망에서 고마움을 찾아내기 시작했을 때 서서히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야 떠나보낼 수 있고 용서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든 일상에 그 부정적인 마음이 영향을 미쳐 또 다른 관계까지 파괴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몸도 마음도 병들게 됩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이 때론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든 걸 다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받아들이고 그 상황 가운데 가장 최선을 찾아보는 거죠. 그 사건에 대한 자신만의 재해석이 필요합니다. 저는 남편과의 관계와 제 삶을 재해석하며 서서히 행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집단상담 치료에 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책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자녀를 먼저 보낸 어느 어머니의 절규를 통해 함께 뒤엉켜 울었던 경험을 통해, 저만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처음으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자살한 남편이 죽기 전에 아내를 죽이고 갔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남편은 내 인생 망치고 간 남자가 아니라 나를 살려주고 간 고마운 남자로 바뀌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어머니에 관한 생각이 바꿨던 사건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다는 것은 제가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친정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이 자신의 어머니가 어릴 때 집을 나가셨기 때문에 10살 때부터 밥을 하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알코올중독 아버지에게 온갖 학대를 당하며,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비록 매는 맞았지만 시집갈 때까지 밥 한 번 안 해본 공주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게 ‘매 맞은 공주였네!’ 하시는 바람에 상처가 한 번에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집단상담은 생각을 바뀌고 관점을 바꾸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생각은 바꿀 수 있고, 생각이 바뀌면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프롤로그에서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담담하게 시작하셨는데요. 책을 집필하신 후, 주변 상황과 심리적인 것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요?


책을 쓰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제가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삶을 비로소 시작하게 된 거였습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지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점차 행복감을 누리기 시작하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고 아이들도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되었고 친밀한 관계도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간’을 누리며 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과거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몸이 있는 곳에 정신을 붙잡아두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걱정과 염려, 후회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좀 더 행복해진 거라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곽경희’라는 저자의 이름을 걸고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으신데요. 유튜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궁금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특히 어떻게 우리가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즐겁게 그러면서도 보람되게 살 수 있는지가 저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일이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관해 정리가 되면 또 책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은 그리고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불행한 삶을 산다는 게 뭔가 억울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바꿀 힘이 있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것이고, 습관적으로 하는 부정적인 생각의 뿌리를 찾고 치유하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통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발견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자기를 사랑할 때 모든 관계도 건강한 관계로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렇게 점점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일을 경험한 분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하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습니다. 모든 이들이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일, 행복한 일을, 가슴 뛰는 일을 찾으시길 응원합니다. 

*곽경희


갑작스러운 남편의 자살로 하루아침에 자살자 유가족이 되었다.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기에는 책임져야 할 네 아이가 있었다. 이 끔찍한 현실 속에서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내가 나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상담 치료를 시작했다. 내면 깊은 곳에 응어리져 있던 자신의 마음을 하나둘씩 꺼내 놓기 시작하면서 고통의 무게도 조금씩 줄어갔다. 그렇게 죄책감, 분노, 서러움… 상실의 고통을 넘어 애도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회복의 길을 걸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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