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당장 ‘버리기’에 도전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제 역할도 못하게 된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정말 신기한 건, 물건만 정리했을 뿐인데 그 동안 스트레스가 되었던 돈 걱정, 가족 걱정, 잡스런 상념들까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로 정신 없는 2015년 12월의 어느 날, 나는 새로 시작하는 들뜬 기분으로 아침을 뚫고 나왔다. 오랜만에 신는 딱딱한 구두에 오랜만에 맞아보는 찬 바람. 살짝 무릎이 쑤시는 듯도 했지만 오랜만에 맞이한 아침 풍경이 반가워 아픈 건 아무렇지도 않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4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출산과 육아휴직을 마치고 나서는 첫 출근길은 그렇게 참 반가웠다.
복잡한 지하철에 발을 딛는 그 순간, 들떴던 기분은 사라지고, 다시금 현실 세계가 나를 덮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음 복잡한 수가지 생각들. ‘우리 아가는 나 없이 괜찮을까, 엄마가 아기 보느라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구멍 난 지갑 때문에 긁어댄 카드… 다음달 카드 값 괜찮을까, 이 겨울에 내 몸은 과연 잘 버텨내 줄까’ 등등 한 번 시작된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머릿속에 꽉 차버리고 말았다. 그 뿐인가? 쌓아놓은 빨래는 어쩌나, 미쳐 치우지 못해 여기 저기 쌓아놓은 집안 살림은 어쩌나 하는 지극히 주부다운 고민까지 더해지니 갑자기 가슴 속까지 답답해져 오는 것 같았다.
나를 한눈에 꽂히게 만들었던, 바로 그 표지. 저 방에 살면 실로 단순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그러던 중, 한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 나는 보자마자 ‘그래, 이 책이다!’ 하며 결제를 해버렸다. 수 만가지 생각들로 꼬여있는 답답한 나에게 왠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라는 메시지를 던져줄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특히, 빈 방에 달랑 노트북 하나, 이불 한 채만 덩그러니 놓인 사진이 담긴 표지가 내 마음 속에 확 와 닿았다.
사실 난, 물건을 잘 버릴 줄 모른다. 물건 하나 하나에 괜히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야 하나? 손 편지, 직접 산 음반들, 여기저기서 받은 각종 샘플들 등등. 그 뿐 아니라, 워낙 옷 사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나의 물건’은 고물상 저리 가라다. 모아놓을 땐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실 어떤 걸 어떻게 모았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이게 왜 소중했었나 싶기도 하고, 다 낡아 버려 못쓰게 된 것들 투성이에 남는 건 그저 쓰레기뿐. 어쩌면 나는 그 하나하나 별거 아닌 거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 마음을 위안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다.
흔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물건들을 잔뜩 짊어지고 있게 되는데, 사실 추억이란 건 추억하는 사람 마음에 달린 거지 물건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물건으로 위안받는 삶은 결국 또 다른 물건으로 위안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책이 말해주는 메시지. 오히려 잘 버리는 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남기게 하고, 쓸데없는 욕심과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것.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물건을 줄이는 사람’인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곧 내 정신까지 평화롭게 만든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 동안 그렇게 모아놓은 물건으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려 애썼던 게 아닐까? 그러다 보니 자꾸 자꾸 사게 되고, 분명 비슷한 게 있는데도 더 좋은 걸 찾게 되고… 가질 때의 애틋했던 그 마음이 조금만 지나면 싫증으로 바뀌었던 걸 보면 분명 난 물건으로 위안 받는 사람이었던 거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그 동안 버리지 못하고 쌓아놨던 걸 끄집어 내어 버리기 시작했다. ‘언젠간 쓰겠지, 이건 좀 아까워, 이건 친한 친구가 준건데, 이건 내가 처음 산 건데…’ 이런 생각으로 방치해놨다가 결국엔 제 역할도 못하게 된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정말 신기한 건, 물건만 정리했을 뿐인데 그 동안 스트레스가 되었던 돈 걱정, 가족 걱정, 잡스런 상념들까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 아기… 그래, 우리 엄마가 더 건강하게 잘 키워줄 테니까, 우리 엄마… 그래, 내가 더 열심히 벌고 용돈 더 많이 드리지 뭐~, 카드 값 폭탄, 알뜰살뜰 아끼고 이번 달만 잘 넘기면 돼!, 집안에 있는 것보다 나오니까 운동되고 더 좋잖아?’ 라는 무한 긍정의 기운이 샘솟고 있다. 단지 한 구석에 쌓아놓은 것들을 치웠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 많던 물건들은 다 정리가 됐냐고? 물론, 아직도 치워야 할 건 많다. 하지만 천천히 치워 가면서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해 더 깊숙하게 고민하며, 공허한 마음을 채워나갈 생각이다.
미련없이 버리자. 산다고 뭐랄 사람은 있어도, 버린다고 뭐랄 사람은 없더라. |
나처럼 이런 저럼 수많은 고민들로 마음이 복잡하다거나, 물건을 사도 사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당장 ‘버리기’에 도전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나는 지금도 ‘하루에 하나만’ 버리자는 목표로 집 혹은 사무실에 있는 불필요한 것 찾아 버리기에 도전중이다. 물론 아직도 충동구매에 휘말리고,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물건들은 한 무더기지만. 번뇌에 싸인 모든 이들이 단순하지만 꽉 찬 행복감을 누리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지금 그거, 버려도 괜찮아요!”
글 | 유승연
사사키 후미오 저/김윤경 역 | 비즈니스북스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 살면서도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남들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사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던 저자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먹으며 소유한 물건들을 버리면서 얻게 된 변화와 행복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 스스로 묻고 생각하게 되었고,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이런 집에 살아야 해’ 같은 생각으로 불필요하게 소비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게 되자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지며 자신의 직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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