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SKY 대신 아이들에게 창업교육을 시켰나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이민정 저자 인터뷰
학생들의 얼굴만 봐도 성적이 보였던 입시전문가, 그녀는 왜 아이에게 SKY 대신 스탠퍼드 창업교육을 시켰을까? 이민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창업가들을 주목한다. 그들은 모두 스탠퍼드대 출신인 것.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는 아이에게 ‘야성’과 ‘자생력’을 길러주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의 모든 것을 담았다. 저자는 자녀에게 기업가정신을 길러주었고, 그렇게 대학생이 된 큰애는 글로벌 기업이 스카우트하는 인재로 자랐다.
고2, 고3 딸들에게 창업교육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내 아이들에게 창업교육을 시켜야겠다.”고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년생인 두 아이와 입시를 같이 치르면서 저와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말 그대로 미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입시를 끝내기 전에 제가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지만, 예민한 아이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오히려 엄마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들렸나 봐요. 때마침 제가 창업교육에 관한 일을 하고 있어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수험생 자녀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맨 처음에는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튜브나 테드 강연을 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다면서 짤막하게 창업교육을 알려줬는데, 아이들이 입시로 인한 예민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경험은 아이들이 입시 서류를 쓸 때 스토리를 잡고 전공을 정하는 데도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썼거든요. 창업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에서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세우는 일이잖아요? 기업이 뭔지 이해하니 경영이 뭔지 알게 되고, 그 상태에서 대학 공부를 마주하게 된 것이죠. 아쉬운 점은 창업교육을 가르친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거예요. 1살이라도 어릴 때 창업교육을 시키라고 하는 것도 제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아이, 고집 세고 떼쓰는 아이…. 내 자식이지만 콕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미울 때가 많잖아요. 이럴 때 아이를 좀 더 예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순해서 말을 잘 듣는 아이도 있지만, 말을 정말 안 듣는 아이도 있죠. 저희 애들은 지독하게 말을 안 듣는 편이었고요.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기업가정신이 풍부한 아이로 바라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과거 입시교육을 할 때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을 보면, 가르치기 힘들겠다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그런데 창업교육을 할 때는 학교나 교사 입장에선 문제시됐을 모습과 행동들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여집니다. 창업교육의 힘이죠.
고집 센 아이들은 웬만해선 변하지 않아요. 제가 경험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아이를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부모와의 관계가 더 멀어지거나 가족끼리 갈등만 깊어집니다. 아이들의 고집스러움이 자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주도해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으면 부모와 아이가 훨씬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저는 여전히 딸들과 의견이 안 맞을 때가 많은데, 그럴수록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인씽킹-초등 |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란 무엇이고, 이 교육의 효과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기존의 창업교육은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분석하고, 지식재산을 평가받고, 투자를 끌어내는 전문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마인드 교육’입니다. 사실 우리가 창업을 못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창업할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창의적이지 않다는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창업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누구나 창업가처럼 마음가짐을 셋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막연하게 들리시나요? 우리는 늘 새로운 일을 매일 맞닥뜨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하는 행동이 창업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창업교육의 장점은 나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조금 더 자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창업이란, 자신의 사업을 직업으로 바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잖아요. 따라서 생각을 ‘실현’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작은 것부터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창업교육을 하면서 매년 수천 명의 아이들을 만나잖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창업교육은 전략적으로 기획과 실행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보통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잘해내는 경우가 많지만,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결국 그 점 때문에 마지막에 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창업교육은 팀 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혼자서만 두각을 나타내다 그것에 발목을 붙잡힐 때가 많습니다.
고정관념을 뒤집어보는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가끔 학생들의 아이디어들이 너무나 놀라울 때가 많아요. 다이어트 식당이나, 손님이 직접 조리해서 먹는 식당, 선착순으로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이벤트 식당 등은 지금 당장 시도해도 괜찮은 아이템들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내는 학생들의 학업 성적은 천차만별이고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성공으로 가는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지식이 많다 보니, 오히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들기도 합니다. 창업교육은 학업 성적과 무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죠.
‘창업교육’이라고 하면 어른도 막연하고 어려워요. 1살이라도 어릴 때 하면 좋은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창업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나도 할 수 있다.”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 좋은 시기란 없습니다. 다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일은 어릴수록 쉽습니다. 나이를 먹고 지식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강제적으로 겸손해지게 되니까요. 오만해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겸손이든 오만이든 이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어릴수록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행위 자체에 집중합니다. 주어진 활동이 있고 그것을 이뤄내는 그 순수한 성취감이 주는 행복은 어릴수록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우리 교육은 이런 부분을 소홀히 여겼습니다. 무언가를 해냈어도 항상 자만하면 안 되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으니 더 열심히 하라고 배워왔으니까요. 무언가를 해냈는데도 너무 기뻐하면 안 된다는 것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순수하게 나의 성취를 기뻐하는 것은 1살이라도 어릴수록 쉽습니다. 그래서 창업교육은 어려서부터 하면 효과가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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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SKY를 고집하거나 창업이 매우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집에서 당장 해볼 수 있는 창업교육 1, 2가지만 소개해주세요.
SKY를 갈 수 있으면 너무나 좋죠.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공부하다가 성적이 잘 나오면 가는 곳이 SKY지, SKY를 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앞으로 점점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시면 아이가 서울대 의대를 가놓곤 가출하잖아요? 실제로 부모가 원하는 대학을 갔으니 효도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무기력해지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복수를 하는 거예요.
지금 많은 대학생들이 게임하고 핸드폰만 보면서 “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라고 말한다면 믿어지시나요? 저는 학생들에게 모두 다 창업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죠. 집에서 당장 해볼 수 있는 창업교육은 디자인씽킹이라고 부르는 가족회의를 추천합니다. 아이에게 고민거리를 물어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하는 거죠.
저희 집은 “아빠의 고민이 무엇일까?”를 주제로 놓고 디자인씽킹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아빠들은 밖에서 일만 하고 가정에 소홀하다는 오해를 많이 받잖아요? 아이들이 이 회의를 통해 아빠의 입장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빠의 고민거리를 예상해보고 포스트잇에 적어보면서 막연히 짐작했던 아빠라는 역할의 무게와 책임감을 공감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아이들이 아빠를 대할 때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로서, 자녀교육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직업 특성상 학부모들과 소통할 일이 많은데요. 많은 부모들이 자신만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부모들께서 확실한 교육관을 정립하지 않으면, 가정교육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습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정확한 교육관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한 가정의 교육관은 가정환경과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그 대안으로 창업교육을 제시하는 사람이고요. 창업교육은 아이를 평가하는 기준을 ‘성적’이 아니라 ‘시장’의 관점으로 보라고 말합니다. 성적이 나쁜 아이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고, 성적이 좋은 아이에게는 배려심을 가르쳐주는 교육이죠.
그리고 공부를 시킬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부를 왜 하는지 알려주는 일입니다. ‘자기 자신이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공부’와 ‘세상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는 나중에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목적에 상관없이 결과만 중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부의 목적이 더 중요해집니다. 아이가 행복한 공부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세요.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이민정 저 | 쌤앤파커스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아 행복하게 살게 하려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속에서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에게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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