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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의 소리를 듣는 날 - 국립수목원

광릉 숲은 조선조 세조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으로 500년도 더 된 유서 깊은 숲이다. 국립수목원이 들어선 뒤로 유명해져서 버스가 자주 다니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면 광릉 내로 들어가기 전 다리 앞 삼거리에 내려 보행로로 걸어가 보자. 200~300년 전에 심은 전나무 고목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크게 자라 장관을 이룬다.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광릉이 나오고 곧 수목원에 닿는다.

고요한 숲의 소리를 듣는 날 - 국립

수목원에 가을이 찾아왔다. 육림호를 물들이는 가을 풍경

수목원에 들어서면 방문자의 집에 들러 안내를 요청해도 되고 자유롭게 둘러보아도 좋다. 방문자의 집에서 선착순으로 표를 받으면 하루에 세 번 백두산 호랑이를 볼 수 있는데,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호랑이를 보는 탐방은 해설가가 인솔하므로 재미있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사계절 언제 찾아가도 좋다. 숲 외에 산림 박물관과 식물원도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


원래 광릉 숲은 조선시대 세조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이었다. 속전에 의하면 광릉은 세조가 생전에 친히 지리를 보아 두었다가 이곳을 자기의 능지로 쓰기로 결정하자 주변 숲을 곧 봉산封山으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현대의 광릉 숲은 1913년에 지정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수목원의 시험림이다. 우리나라 산림대 중 온대 중부에 속하는 지역으로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와 참나무류, 서어나무류, 단풍나무류, 물푸레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섞인 천연림으로 구성되어 오다가 1916년 조림을 시작한 이래 1929년에는 잣나무, 낙엽송, 잎갈나무, 전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주로 침엽수를 조림하여 현재는 천연림과 별 차이 없이 울창한 모습을 하고 있다. 소리봉 부근의 숲은 우리나라 온대활엽수림 생태계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極上林으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술 보존림으로 지정되어 아쉽게도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국립수목원만 둘러보아도 충분히 숲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광릉 가는 길

국립수목원 안에는 주차장이 있고, 당연히 거기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그러나 숲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면 광릉내로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다리 앞 삼거리에서 걸어가기를 권한다. 둘이 같이 걷기에도 좁은 인도를 따라가면 오른쪽 왕숙천에는 숲에서 흘러내린 깨끗한 물이 흐르고 왼쪽에는 연구 목적으로 나무 허리에 흰 페인트를 두른 낙엽송이 가득하다. 옛날 비포장도로였던 시절에는 먼지가 많아 걷기에 상당히 고역이었는데, 길이 포장된 요즈음은 오히려 차가 많아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군부대 앞쪽의 산을 질러 만든 조그마한 오솔길을 지나 언덕을 넘으면 음식점이 가득한 동네가 보이고 바야흐로 이삼백 년 전에 심은 전나무 가로수가 나타난다. 주변의 숲이 워낙 울창해서 위세가 당당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이가 무색하지 않게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로 서 있다. 예전에는 더 많은 나무들이 있었지만 숲을 찾아 나서는 인간을 위해서 길을 넓힐 때 전나무 고목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차량 매연이나 사람들의 잦은 발길로 인하여 점점 쇠약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나무는 치료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길 양쪽이 모두 숲으로 우거진 길을 지루한 줄 모르고 걷다 보면 오른쪽에 광릉이 나오고 곧 왼쪽에 국립수목원이 나온다. 수목원은 숲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중에만 예약제로 관람객을 받는다. 수목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간식을 챙겨야 한다. 수목원 안에서는 식사 장소로 지정된 곳이 아니면 음식을 먹을 수도 없으며 식당도 없기 때문이다. 입구 왼쪽에 있는 안내소에서는 임산물을 팔고 있으니 나올 때 잠깐 들러 보자.

고요한 숲의 소리를 듣는 날 - 국립

육림호로 가는 길에 활엽수의 녹음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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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

호랑이는 세계적으로 1종 8개 아종으로 분류한다. 193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3종은 이미 멸종하였고, 현재 5아종 약 7천 마리가 생존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 포획 개체가 마지막 기록이며 이후 멸종되었다. 국립수목원의 백두산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는 1994년 3월 장쩌민 중국 주석이 한국과의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에게 기증한 것이며 수컷호랑이는 1990년생이고 암컷 호랑이는 1991년생이다.

제일 먼저 만나는 수목원교를 무조건 건너지 말고 잠깐 돌다리 위에서 개울 풍경을 감상하고 가자. 인공의 힘을 빌려 수목원을 조성했지만 개울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흐르고 있어 친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다리를 넘어서 박물관으로 난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야생동물원으로 가는 문이 나온다. 이곳에는 백두산 호랑이*를 비롯하여 멸종위기 동물이 살고 있는데 하루에 세 번, 정해진 시각에 숲 해설가의 안내를 받아 입장할 수 있다. 숲 해설가의 구수한 설명을 통해 여러 가지 새와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백두산 호랑이가 사는 곳에 도달한다. 오전에는 호랑이가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아서 진면목을 볼 수 없고, 오후에는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효하는 소리는 웅장하면서도 소름이 끼친다.


호랑이까지 보고 다시 내려와 육림호로 간다. 낭만적인 호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다소 투박한 이름을 지녔지만 이름이야 어떻든 초봄의 신록과 가을 단풍이 물들어가는 호수 주변의 경치는 압권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사람이 적은 때에는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10월에는 서울보다 일찍 단풍이 드는데 다른 나무들이 여전히 지니고 있는 초록의 한가운데서 맛보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단연 빼어나다. 물속에는 비단잉어가 한가롭다. 잉어와 송사리 떼가 공존하면서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광경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 숲의 또 다른 유산이다.

수질을 보전하는 숲

육림호 주변 산책로 어귀에는 약수터가 있다. 가래나무 숲에서 흘러나오는 이 샘물은 수질이 좋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숲에서 물이 시작되면 어느 정도 오염된 물도 희석이 되어 깨끗해지며, 비가 올 때 대기 중에 있는 오염 물질이 함께 숲을 통과하면서 일차로 나무에 걸러지고 다시 여과기 역할을 하는 토양에서 걸러져 계류로 나오므로 좋은 물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은 숲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적인 수질 정화 기능이 교란되어 수질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여름에는 대장균이 번성하여 물을 끓여야만 마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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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숲의 가족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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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나무

가래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북 지방의 비교적 서늘한 산록이나 계곡 주변에서 잘 자라는데 세계적으로 시베리아, 만주, 중국에도 천연 분포한다. 호두나무와는 사촌쯤 되는데 호두나무는 7백 년 전 유청산이라는 고려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들여왔고, 가래나무는 순수한 우리 토종나무다. 덜 익은 가래나무 열매를 돌로 짓이겨 냇물에 풀어 넣으면 물고기가 잠시 기절해 손쉽게 잡을 수 있다. 열매나 나무껍질 또는 뿌리를 설사, 이질, 장염치료제로 쓰는데 복용 방법은 5~6g을 1회분으로 해서 하루에 2~3회씩, 1주일 정도만 복용하면 신기하게 치료된다. 열매에 들어 있는 속살은 호두보다 아주 적어서 식용가치가 별로 없지만 열매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귀신을 쫓을 수 있다 하여 옛날부터 노리개로 지녔다.

숲을 초지나 농지로 바꾸면 물의 침투 능력이나 정화 능력이 30퍼센트 이상 떨어져 비가 많이 올 때는 토양 유실 등으로 물이 혼탁해지고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숲이 파괴되면 수맥이 끊어져 하류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숲이라는 완충대가 없어서 하류의 우물과 강이 쉽게 오염된다. 그러나 냇가에 최소한 폭 30미터 이상의 띠 숲을 조성하여 완충지대를 만들면 상당한 양의 오염 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 숲을 이용한 수질 보전이야말로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근원수를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가래나무**나 느릅나무와 같이 약용수종을 식재한 곳에서 솟는 물은 숲 생태계가 일차로 오염 물질을 거르고 약물이 더해져 더욱 좋은 물이 된다.

고요한 숲에서

돌아서서 박물관 쪽을 향한다. 상당히 긴 길가에는 곧게 뻗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기분 좋은 나무가 꽉 차 있다. 잣나무다. 잣나무 숲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햇빛을 바라보면 태고의 신비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가지런히 늘어선 잣나무 사열병을 지날 때는 마치 나무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국립수목원에는 중년 이상의 나무만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조금 더 가니 팔십 년 된 갈참나무가 허리가 아픈지 모로 누워 있고 이끼가 낀 모습은 광릉 숲의 연륜을 말하고 있다. 군데군데 뒹구는 돌도 숲의 일원이 되어 적당히 풍치를 더하며 이어서 졸참나무 숲도 늘어선다. 가지치기가 잘된 모습은 어딘가 허전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숲 그늘 짙은 곳을 빠져나와 환한 광장을 지나면 숲과 관련된 각종 표본 및 숲의 과거와 미래가 전시되어 있는 산림 박물관에 이른다. 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이야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니 생동감은 없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을 감상할 수 있어 한번 들러볼 만하다. 전시실에는 철마다 다른 전시회가 열려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유리로 덮인 온실 쪽으로 가는 도중에는 다른 데서 옮겨 온 복자기나무가 고목의 향기를 내며 기다리고, 온실에는 많은 열대식물이 수집되어 있다. 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된 전문수목원의 식물들이 계절에 맞게 꽃과 잎을 내므로 천천히 구경하면 하루를 나무와 함께 보낼 수 있다.

여행정보

- 3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 4월~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3월은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일요일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 주차장은 충분하며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근처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 봉선사 입구에서 감자가루로 만든 부침개와 대추와 밤이 든 돌솥 비빔밥을 들면서 쉬어가는 것도 좋다.

- 국립수목원 ARS 예약: 031-540-2000, www.kna.go.kr

 

찾아가는 길

버스: 청량리에서 707번 버스를 타고 광릉내 종점에 내려 의정부행 21번 버스를 탄다. → 종로5가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 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 다음 광릉내행 21번 버스를 탄다. → 지하철이용 시 1호선 의정부역에 내려 광릉내행 21번 버스를 탄다.

 

자가용: 서울 → 의정부 → 축석고개 → 국립수목원, 서울 → 구리시(43번 국도 포천, 의정부 방향) → 퇴계원(47번 국도 포천 방향) → 광릉내 입구 →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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