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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령' 강형욱 외길 인생…"적은 수입에 좌절도"

엑스포츠뉴스

"개 훈련법 말고요, 강형욱이 궁금해요."


반려인 천만 시대. 펫산업 시장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펫티켓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훈련사 강형욱은 자신의 전문 지식과 방송을 잘 접목시켜 '전문가테이너(전문가와 엔터테이너를 합친 말)'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형욱은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KBS 2TV'개는 훌륭하다' 등을 통해 강압적인 훈련법이 아닌 반려견을 이해하고, 보호자의 인식을 바꾸는 새로운 훈련법으로 반려견 훈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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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반려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건강한 문화와 정보를 알리는 데 일조하며 반려인들뿐 아니라 비반려인에게도 신적인 존재 '개통령'으로 거듭났다.


최근 엑스포츠뉴스는 올해 어느덧 훈련사의 길을 걸은지 24년 차가 된 강형욱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보듬컴퍼니를 찾았다. 인터뷰 직전까지 훈련을 하고 온 그는 꾸밈없는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숨을 고르고 돌아온 강형욱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유창하지 않은 말솜씨지만 정성을 다해 물음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24년 차 반려동물 훈련 전문가로서 방송가 섭외 1순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인터뷰 내내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진정한 겸손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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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농장 운영하던 父 영향...초등학생 때부터 유기견 봉사활동

강형욱은 속칭 개꾼이라 불리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강아지를 접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었다. 강형욱은 열악한 환경에서 개들이 사육되는 것을 보며 가슴 아픈 기억도 많았지만, 개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레 쌓아갈 수 있었다. 개를 너무 좋아했던 강형욱은 초등학생 때부터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니며 애견 훈련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훈련사를 택한 것이냐"는 질문에 강형욱은"인정욕구도 강했던 것 같아요"라며 어린 시절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를 좋아하다 보니까 종류를 꿰고 살았어요. 사람들도 신기해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 정도 나이 때는 인정욕구가 강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누군가 알아준 거죠."


초등학생이 혼자서 봉사활동에 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어른들보다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일머리까지 좋으니 얼마나 예쁨을 받았을까. '어린' 강형욱은 뿌듯함을 느꼈다. 봉사활동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은 어린 강형욱이 훈련사라는 직업을 꿈꿀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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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다른 유년시절

강형욱은 다른 사람이 한글을 배울 때 '골든 리트리버', '요크셔테리어', '그레이하운드' 등 강아지의 종류로 한글을 터득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유년시절부터 개에 대한 남다른 지식을 자랑한 바 있다. 강형욱은 초등학생 때부터 유기견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동물 애호 커뮤니티에도 모여 어른들과 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강형욱이 참여했던 봉사단체는 훈련사, 미용사, 수의사 등이 재능기부를 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훈련사가 제일 인기가 많았다고. 사춘기에 접어든 강형욱에게는 인기 많은 사람이 멋있게 보였다.


"누나들도 나도 훈련사 형만 따라다녔어요. 봉사는 안 가고 훈련사 형들 따라다니고, 방학 때는 훈련소에 가서 살고 훈련을 접하기도 했죠. 초등학생치고는 일도 잘했던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잘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렇게 존경심을 느끼던 훈련사들로부터 인정받은 강형욱은 '여기 뼈를 묻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훈련사의 길을 택하게 됐다.


생업으로 바쁜 부모님 밑에서 존재의 가치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강형욱에게 봉사단체와 훈련소가 그 울타리가 되어줬다. 그가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게 해줬고, 성실하게 일할 수 있게 해줬다. 사춘기 시절 나쁜 곳으로 빠지지 않고,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들이 많이 주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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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은 수입에 좌절도

강형욱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한다. 강형욱은 "어떻게 매번 쾌락만 느끼겠어요. 외로움도 많이 탔어요"고 말했다. 그는 개들을 매개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행복감을 느꼈다. 훈련사라는 직업에 자부심도 컸다.


그러나 강형욱은 군대를 다녀오며 현실적인 문제들과 부딪혔다. 20대 초반 많이 벌어도 150만 원 정도의 수입에 번아웃이 온 적도 있다고. 그는 전역 후 포털에 '23살에 요리사를 해도 되나요?'라고 검색했다고 한다. "요리에 적성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에는 "제가 알고 있는 분이 요리사로 열심히 잘 사는 모습을 봤었다"라고 답했다. 그냥 무작정 검색해봤던 것.


그런 강형욱의 고민은 25살, 아내 수잔 엘더를 만나고부터 바뀌었다. 강형욱은 식구를 굶긴다는 것에 굉장히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훈련사를 업으로 삼고 있을 때 아내를 만난 강형욱은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수입이 적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많이 힘들었고 정신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살았죠. 무료로 버스킹도 하고 쫓겨도 나보고. 훈련하고 나면 무일푼에 포카리스웨트 한잔 받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사랑해서 시작했던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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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동력은 가족

그는 개농장을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일찍이 가족을 고생시키기 싫다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강형욱의 어머니는 그가 개를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셨다고. 강형욱은 그런 어머니를 설득하고 중학교 3학년의 나이에 한국장애인 도우미견학교에 훈련사로 들어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됐다.


그렇게 묵묵히 24년의 길을 걸어온 강형욱은 수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결혼 후에는 번아웃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니, 번아웃이 오는 걸 막기 위해 정신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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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이런 사람들은 한편으로 싸늘함, 고독함, 고뇌와 가끔 울렁이는 파도들이 있다. 감사하게도 저에게는 가족이 있고, 같이 일하는 팀이 있고. 많은 분이 사랑해주신다"라고 말했다. 그런 자신이 번아웃을 느낀다는 건 오히려 경솔한 것 같다고.


강형욱은 "어떻게 번 아웃이 올까요? 누가 내 얼굴만 나오는 프로그램을 한 시간 가까이 보겠어요"라며 번아웃이 오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강형욱은 밖에 나와서 에너지를 쓰면 집에서 충족하는 스타일이었다. 집에 들어가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정적인 남자였다. 밖에 나가서는 밥도 술도 잘 안 먹는다고. 강형욱은 "집에서 아들하고 아내가 일찍 자는 편인데, 할 일이 다 끝내고 맥주 한 잔씩 먹는데 그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라고 말했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강형욱, tvN SOTRY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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