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를 팝니다.
18세기, 한 신문은 다음과 같은 공고를 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무엇일까요? 출생의 비밀, 불륜, 이혼......
이 3가지의 소재는 순위를 다툴 수 없을 만큼 아침드라마부터 저녁드라마까지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어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VIP'를 꽤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출처 : SBS 드라마 「VIP」 |
장나라와 이상윤, 그리고 불륜녀인 표예진의 삼각 불륜 로맨스(?)가 꽤 흥미진진 했어요.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불륜녀, 남편과 부하직원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부인의 분노와 복수, 그 두 여자 사이에서 답답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남자.
출처 : SBS 드라마 「VIP」 |
결국 부부는 이혼을 했고, 불륜녀는 자신의 길을 찾아 유학을 떠났고,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끝이났죠.
출처 : SBS 드라마 「VIP」 |
이들처럼 처음엔 사랑을 했고, 행복을 위해 결혼을 했지만 그 끝이 이별인 부부들이 꽤 많습니다. 지금은 이혼을 원하면 법 안에서 이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과거엔 어떻게 이혼을 했을까요? 한번 결혼하면 평생 같이 살아야만 했을까요?
18세기와 19세기 영국에서는 복잡한 이혼 절차와 많은 비용 때문에 아내를 파는 관행이 생겨났고, 이런 아내 판매는 공공장소, 신문이나 포스터로 광고하거나 마을 안내원이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중에서 '아내 판매 광고' |
18세기의 한 신문은 다음과 같은 공고를 냈습니다.
제 아내 제인 허버드를 5실링에 팝니다. 체격이 건장하고 사지가 튼튼합니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며 쟁기를 들고 팀을 꾸려 일합니다.
아내 판매는 일종의 '이혼'
아내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판매가 성사되면 변호사가 교환과 권리 및 의무 이전을 기록한 영수증을 작성했습니다. 이처럼 아내 판매는 일종의 이혼으로 여겨졌어요.
19세기 말부터는 새로운 민법이 도입되면서 이혼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혼을 하려면 의회에 청원을 해야했고, 이때 큰 돈이 들었기 때문에 부유층만 이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후반에야 법으로 도입된 이혼
이후 1857년 영국에는 이혼 법원이 설립되어 이혼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감축 시켰습니다. 기존 의회를 통한 이혼엔 약 700~800파운드가 들었지만 법원을 통해서는 40~50파운드 정도의 비용으로 이혼 소송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69년에 이혼법을 도입한 영국에서는 2년 동안 별거한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1975년부터 프랑스에서도 같은 법이 도입되었습니다.
2011년에서야 이혼이 합법화가 된 나라도 있어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들은 이혼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일랜드는 1996년에서야 이혼을 금지하는 헌법을 삭제했고, 몰타에서는 2011년에야 이혼이 합법화가 되었습니다. 필리핀은 혼인 무효는 허용하지만 이혼이나 재혼은 금하고 있으며 바티칸은 여전히 이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좀 더 자유로운 이혼법이 도입되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이혼이 가능해졌죠.
아내 판매 광고에 얽힌 여성의 억압과 투쟁
지금까지 함께 살펴본 '아내 판매 광고'에 얽힌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의 파경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 모두에게 힘든 일이지만, 기혼 여성에게 아무런 법적 권리나 지위가 없던 시절 이혼이 여자에게 과연 어떤 과정이었는지, '아내 판매 광고'를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억압과 투쟁, 연대와 해방을 나타내는 여성사의 물건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앎이 여기 있다! 지적인 대화를 위한 깊고 위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정희진(여성학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