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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한 끼, 소문난 문래동 노포 5

오래된 공업단지와 신흥 예술촌이 공존하는 뉴트로의 성지 문래동. 

그곳엔 철공소 직원들과 오랜 단골을 위해 밥을 짓는 노포가 있습니다. 

요즘 식당처럼 예쁘진 않아도 포근하고 정겹습니다. 

 오늘 하루 힘든 일이 있었다면 노포의 한 끼로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01. 소문난 식당

용접 불꽃이 가득한 거리 한편에 빨간 고무대야가 잔뜩 쌓여 있는 허름한 건물이 있습니다. 잡동사니에 가려져 ‘소문난 식당’이라는 간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묵은지 냄새가 오늘의 반찬을 짐작케 합니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깔끔합니다. 나무를 덧댄 외벽과 들뜬 장판을 보면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주방과 홀의 경계가 따로 없어서 팔팔 끓는 들통도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그 안엔 묵은지 고등어찜과 숭늉이 각각 들어 있습니다. 단일 메뉴라 자리를 잡고 앉기만 하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푸짐한 백반 한 상이 뚝딱 차려집니다.


소복이 쌓인 김치를 살짝 걷어내니 고등어 두어 토막이 보입니다. 부산에서 갓 올라온 고등어답게 통통한 몸집과 뽀얀 속살을 자랑합니다. 마르지 않은 하얀 밥 위에 양념이 속속 밴 고등어 한 점과 길게 찢은 묵은지를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무가 많이 들어갔는데도 달지 않고 칼칼해 반주 생각이 절로 납니다. 식사 후 입가심은 함께 제공되는 숭늉과 보리차로 대신합니다. 입 안에 남아있는 생선의 기름진 맛과 묵은지의 강렬한 향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위치: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41가길 32-1

02. 골목집

골목집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오리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입니다. 오리 불고기와 오감탕(오리 감자탕)을 비롯해 녹두반계탕, 육개장, 청국장, 쭈꾸미볶음, 코다리조림 같은 특별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지요.

대표메뉴는 오리 순살로 만든 오감탕입니다. 오랜 시간 푹 끓인 오리탕 위에 부추와 들깨가루, 깻잎을 듬뿍 얹어 손님상에 냅니다. 맛은 돼지 등뼈로 끓인 감자탕과 비슷합니다. 확실한 건 오리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는 것. 감자탕처럼 살코기를 발라낼 필요도 없고, 고기도 훨씬 부드러워서 바쁜 직장인들이 밥 한 공기 후루룩 말아 먹기에 제격입니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볶아 먹는 오리 불고기도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고기 자체도 기름이 적은데다 양념이 달거나 짜지 않아, 씹을수록 담백한 오리 생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 찬으로 제공되는 파김치나 도라지 무침을 곁들이면 혼자서도 2인분 정도는 거뜬합니다. 오감탕과 오리불고기를 둘 다 맛보고 싶다면 2인 세트를 주문하면 됩니다. 날치알 볶음밥이 서비스라 가성비도 대만족입니다.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139가길 11

03. 문래돼지불백 본점

돼지불백이라는 단어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나 봅니다. 철공소 직원이든, 택시기사든, 동네 주민이든, 문래돼지불백 앞에 서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이곳은 1983년 양천구에서 신월동 돼지갈비로 출발해 휴식과 재정비, 업소 이전 등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리모델링 노포입니다. 매장 위생에 힘 쓴 덕분에 주변 식당에 비해 한결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대문짝만한 간판에 비해 실내는 약간 좁습니다. 주방 면적이 꽤 넓은 편인데, 오픈형이라 그런 내부가 답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방에서 쉴 새 없이 고기를 굽는데도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입구 근처에 세면대를 두어 쌈 싸 먹는 사람들의 청결을 배려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돼지불백의 주인공은 간장 양념이 고루 밴 돼지불고기입니다. 삼겹살만큼 부드럽진 않지만 잡내가 없고 적당히 기름져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 합니다. 반찬은 쌈 싸 먹을 때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추, 쌈장, 마늘, 양파는 물론이고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는 콩나물과 무생채, 매콤한 고추장아찌는 불백을 무한 흡입하도록 만들어주지요. 밥과 국, 추가반찬은 얼마든지 리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눈치 보지 말고 맛있게 먹는 것 뿐!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2-1

04. 매일낙지

매일낙지는 44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 온 문래동 터줏대감입니다. 중간에 사장님이 교체된 바 있어 출입문에는 ‘SINCE 1979’, 간판에는 ‘27년 전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2대 사장님이 가게를 인수할 당시 1대 사장님께 조리법 등을 통째로 이어받았기에 맛만큼은 44년째 한결같습니다. 메뉴는 단출합니다. 점심때만 판매하는 낙지 전골을 제외하면 불낙지가 유일합니다. 그마저도 1인분에 33,000원. 적지 않은 가격에도 철공소 직원들을 비롯한 동네 단골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불낙지는 매콤한 낙지볶음이 아니라 국물이 있는 샤브샤브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산더미 불고기집에서나 볼법한 납작한 불판이 사용됩니다. 일반적인 연포탕과 다르게 낙지를 굽듯이 데치기 때문입니다. 먼저 불판에 쑥갓을 올린 뒤 육수를 부어 촉촉하게 달구고, 그 위에 산낙지를 얹어 빠르게 익혀줍니다. 낙지가 불판을 벗어나려 꿈틀대는 동안 조금씩 육수를 끼얹다가, 움직임이 잦아들면 가위로 잘라 야채와 함께 특제 초장에 찍어 먹습니다. 볼록한 불판 위에서 익은 낙지는 불낙지, 오목한 가장자리에서 육수에 담가진 채 익은 낙지는 데친 낙지가 되는 겁니다.


불판 위에 오르는 낙지는 무안, 해남, 고흥산입니다. 문어로 오해할 만큼 커다란 몸집을 보면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덕분에 조리 후 부피가 줄어들더라도 탱글탱글한 식감과 육즙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먹물이 풀린 자작한 국물에 밥까지 볶아 먹으면 올겨울 몸보신도 걱정 없습니다.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78길 3-16

05. 상진다방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편에서 지미유가 광희, 김종민을 불러 매니저 면접을 보던 곳을 기억하시나요? 시간이 멈춘 듯했던 이 카페는 철공소 골목을 40년 가까이 지키고 있는 상진다방입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와썹맨> 등 인기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다방의 멋과 맛을 느끼려는 청년들의 발걸음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촌스러운 벽지와 찢어진 가죽 소파, 빛바랜 포스터, 손때 묻은 장식장, 그리고 멎어버린 괘종시계까지. 무늬만 레트로인 콘셉트 다방에서는 차마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이제는 희귀템이 되어버린 찻잔 열탕 소독기도 보입니다. 위생 관념까지 1970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사장님이 한가할 때에는 가게 곳곳에 비치된 보물들을 손님들에게 직접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상진다방의 대표메뉴는 쌍화차, 냉커피, 칡즙입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단연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탕. 한약처럼 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정과처럼 계피 향이 나면서 달달합니다. 견과류를 먼저 먹고 겉면이 적당히 탱탱해진 노른자를 호로록 마시면 부드럽고 고소한 쌍화탕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133길 9


취재. 양자영


※ 위 정보는 2021년 12월에 등록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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