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앨리, 스타트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다
최근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실리콘앨리에 대한 기사와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여러 스타트업들의 성공 스토리,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엄청난 수의 스타트업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실리콘앨리의 각종 지표와 숫자들이 실리콘앨리의 성장세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실리콘앨리만의 현주소와 강점, 그리고 실리콘앨리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는 로어 맨해튼과 미드타운 일대에 스타트업들이 밀집한 지역을 실리콘앨리라 칭한다. 1990년대부터 IT관련 기업들과 창업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된 실리콘앨리는 현재는 맨해튼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스타트업들 때문에 이제는 특정 지역만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퍼 맨해튼, 맨하튼 남쪽지역, 그리고 인근 퀸즈와 브루클린 지역에도 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실리콘앨리는 이제 뉴욕시의 5개 보로(Borough)를 전부 포함하는 용어로 쓰여야 한다.
Source: Digital.NYC |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매력적인 창업지역, ‘실리콘앨리’
실리콘앨리가 최근들어 각광 받고 있지만 약 10년 전에도 실리콘앨리가 창업하기 좋은, 그야말로 뜨고 있는 도시라는 기사와 관련 서적들이 출간 됐었다. 그러나 특별히 실리콘앨리가 실리콘밸리 못지 않게 성장 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렇다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실리콘밸리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미디어들은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실패 스토리들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실리콘앨리가 확실히 성장하고 있으며 실리콘앨리의 발전 가능성은 실리콘밸리 못지 않다는 것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및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뉴욕의 실리콘앨리는 주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텀블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 셔터스톡과 같이 뉴욕에서 시작된 스타트업들의 성공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실리콘앨리의 성장세는 지표로도 확인 할 수 있는데, 미국의 엔젤투자 정보업체인 ‘거스트(GUST)’에 따르면 2015년 1분기에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투자지원 비율이 0.1%의 차이를 보였지만 2015년 2분기에는 뉴욕이 21.2%로 캘리포니아의 17.5%를 넘어서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1년전인 2014년 2분기에는 캘리포니아가 19.7%, 뉴욕이 13.6%로 이들의 격차는 꽤나 큰 상황이었다. 이틀 전 발표된 2015년 3분기 실적에서는 비록 캘리포니아가 다시 선두를 차지 했지만 거스트는 지표상으로는 실리콘앨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기에 이와 같은 성장은 경이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뉴욕시 스타트업과 테크놀러지의 공식적인 포털 역할을 하는 Digital.NYC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스타트업이 약 7,000여개, 200명의 투자자들, 그리고 8,500여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실리콘앨리를 구성하고 있다. 비록 실리콘밸리의 규모와 실적에 비할 수는 없지만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대학 내 스타트업들의 수를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은 확인 할 수 있다.
Startup Funding Trends – Q2 2014, Source: Gust |
Startup Funding Trends – Q2 2015, Source: Gust |
흔히 실리콘앨리는 흔히 패션, 미디어, 금융과 같이 뉴욕을 대표하는 산업군에 대한 스타트업들 위주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들이 많고 이들 스타트업들이 실리콘앨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 업종에 사업방향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비중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엔젤리스트(Angelist)와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를 통해 실리콘앨리에 기반을 둔, 2014년과 2015년 동안 시리즈A이상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업종을 살펴보면 빅데이터, 사무실청소, 의료 서비스, 생필품 배송 등 다양한 업종에 기반한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패션, 미디어 등이 대표산업으로 알려진 실리콘앨리의 특성에 대해 뉴욕시의 테크놀러지 관련 정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부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진바 있다. 그는 패션, 미디어 등 뉴욕을 대표하는 산업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잘 성장하고 있지만, 뉴욕시의 정책기조는 점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반한 테크놀러지에 보다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는 패션, 미디어, 금융 산업 등에 기반한 스타트업이 실리콘앨리의 전부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실리콘앨리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과 같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다른 업종의 스타트업의 발전에 방해 아닌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실리콘앨리에는 다양한 업종을 기반으로 한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있고 텀블러(Tumblr)나 작닥(ZocDoc), 위워크(WeWork) 같은 뉴욕에서 탄생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깬 사례가 아닌가 싶다. 현재 맨해튼을 벗어난 지역인 퀸즈나 브루클린에는 제조(Manufacturing)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도 있으며, 원래 퀸즈와 브루클린 지역이 1980년대 미국 제조업의 쇠퇴 이전까지는 공업, 제조단지였음을 감안하면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뉴욕이 갖고 있는 기존의 금융, 패션과 같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특색있는 실리콘앨리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칼럼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 산업을 바탕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는 실리콘앨리의 향후 강점과 향후 발전 가능성은 과연 어떻게 정리 할 수 있을까.
실리콘앨리의 3가지 강점
실리콘앨리의 강점은 세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째로 뉴욕시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익히 알려진바와 같이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뉴욕시장은 스타트업에 대한 무세금 혜택을 포함해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이는 드블라지오(Bill de Blasio) 현 뉴욕시장도 마찬가지로, 현 뉴욕시의 정책도 뉴욕시의 스타트업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특히 테크놀러지 기반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근 뉴욕시는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래의 링크는 최근 진행된 빅데이터와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대한 이벤트로 뉴욕시가 테크놀러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벤트에서 실리콘앨리 스티커를 배부하면서 실리콘앨리에 대한 대중적인 홍보도 겸하고 있었다.
Source: 직접촬영 |
두 번째로 동부에 소재한 명문대학들과 뉴욕 소재 대학들의 창업지원이다. 뉴욕에서는 뉴욕대(NYU), 컬럼비아(Columbia), 코넬(Cornell) 등의 유수의 대학들이 학내 수많은 창업지원 프로그램 및 교과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뉴욕대의 경우 매년 여름 학생들의 전공에 제한없이 창업 아이템에 대한 접수를 받아 서류와 시제품 확인, 면접 등을 통해 10개 이내의 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팀들은 방학기간인 3개월간 인디고고(Indiegoo)의 담당자나 실리콘앨리의 투자자들을 멘토로 배정받아 창업 아이템을 진행해서 상업화 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뉴욕대는 소호에 인큐베이팅 센터를, 본교 근처에는 레슬리 이랩(Leslie eLab)이라는 창업센터를 통해 창업 프로그램에 선발된 팀 외에도 언제든지 학생들이 멘토링을 받고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컬럼비아대 역시 Columbia Startup Lab과 창업 페스티발 등을 통해 학부생, 대학원생들이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 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코넬대는 2013년 맨해튼에 NYC테크라는 공과대학 캠퍼스가 별도로 설립됐고, 2017년에는 루스벨트섬에 캠퍼스를 옮겨 실리콘앨리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밖에 눈여겨볼 사항은 최근 실리콘앨리를 기반으로 생겨나는 스타트업들 중에 하버드나 MIT 출신 창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스턴 지역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로 가서 창업하는 것이 예전의 추세였다면 지금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이전보다 실리콘앨리에서의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뉴욕에서 창업을 하고 펀딩을 받아 성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뉴욕 바로 옆에 위치한 뉴저지 지역의 프린스턴대나 스티븐스 공대 또한 실리콘앨리의 성장에 함께 할 수 있는 대학들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동부지역의 명문 대학들의 창업지원 열풍은 뉴욕시의 정책과 맞물려 실리콘앨리의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마지막 강점은 바로 다양성(Diversity)이다. 뉴욕은 수많은 인종과 언어가 존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성이 형성된다. 실리콘밸리에도 다양한 인종, 문화, 언어가 존재하지만 뉴욕은 이에 못지 않은, 오히려 더 강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문화나 비즈니스 환경을 기반으로 한, 미국 외 국가의 스타트업들 또한 실리콘앨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실리콘앨리 스타트업들의 창업자들 중 인도나 중국 출신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시에서도 점차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업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에 뉴욕에서 열린 Korean Startup Summit에 뉴욕시 테크정책 담당자가 참석했고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실리콘앨리에서 시작해 나가는 것에 대해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이러한 문화나 언어와 같은 배경 이외에 위에서 언급된 패션, 미디어, 금융, 예술 산업에 대한 기반, 여기에 더해 하드웨어 및 서비스 등 점차 다양해지는 스타트업들의 분야를 보면 다양성은 실리콘앨리 성장에 있어서 또다른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패션이나 예술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여성 종사자들이 많고, 여성 창업자들이 뉴욕에서 창업하기에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나이, 성, 인종과 같은 다양성이 혁신과 창의성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기반이 되고, 실리콘앨리의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다.
실리콘앨리는 더이상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뉴욕이 뉴욕이라는 도시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고 있듯이 실리콘앨리도 자체적인 성장을 통해 실리콘앨리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리콘앨리가 스타트업의 새로운 성지로 거듭날지는 위에 언급한 세가지 강점을 얼마만큼 활용해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성장을 이루어 내는지에 달려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실리콘앨리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 중 성공사례와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들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또한, 현재 WeWork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속해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자, 뉴욕시 테크놀러지 정책 담당자의 인터뷰 등을 더해 더욱 상세하고 심도있는 실리콘앨리의 현황 및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실리콘앨리 및 스타트업 관련한 추가 정보를 위한 웹사이트
http://www.businessinsider.com/
글. 윤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