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원으로 시작… 독서실 업계 야놀자 꿈꾼다”
"독서실은 예측가능하고 전통적인 산업이었다. 변화가 없던 이 시장에서 나는 역사로 남고 싶다. 컴컴했던 독서실이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는 것에서 나아가 교육 콘텐츠를 더하며 업계 퍼스트무버로 시장을 끌고 나갈 계획이다"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가 말했다. 아이엔지스토리가 운영 중인 공간 브랜드 작심은 2016년 프리미엄 독서실로 시작해 스터디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고시원으로 공간 브랜드를 확장해왔다. 2020년 현재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작심 독서실만 310여 곳이 넘는다. 한 달에 8~9곳, 1년이면 100여 곳에 '작심' 간판이 달린 셈이다. 강 대표 표현에 따르면 울릉도 뺀 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교육 콘텐츠 업계 넷플릭스로 성장한 ‘작심‘ 브랜드
작심 브랜드는 진학, 취업, 창업, 독립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교육 공간으로 이어진다. 강 대표는 "공간을 가장 잘게 쪼갠 게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그 다음이 코워킹 스페이스와 고시룸"이라며 "공간을 효율화 시켜 성장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작심은 역세권, 이름난 건물보다 꼬마빌딩에 간판을 내걸면서 빠르게 확장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을 줄이고 점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공간을 임대할 수 있어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강 대표는 "꼬마빌딩에 브랜드를 입점하는 건 외형에 집중하기보다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덕분에 연 평균 빌딩 임대 수익률 15%를 넘긴 작심 브랜드는 50곳이 넘는다. 저렴한 임대료는 점주에게도 이익이다. 작심 프리미엄 고시원 5곳, 코워킹 스페이스 2곳은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교육 콘텐츠 제휴로 전환점을 맞았다. 작심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면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것. 강 대표는 "피시방 만화방에서 한 시간을 결제하면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작심 독서실에서도 교육 콘텐츠를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껏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물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소정의 독서실 비용이다. 콘텐츠를 재생할 노트북이나 태블릿은 모두 한 공간에서 대여할 수 있다. 콘텐츠는 에듀윌, 시원스쿨, 해커스, 패스트캠퍼스, 설민석 강사의 단꿈교육, 대성모의고사 이문과 지류, 아모르이그잼, 이투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교육 브랜드로 채웠다. 강 대표는 "모든 교육 콘텐츠는 유사업종에서 독점 계약으로 작심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서실 회원이 각 교육 회사에 개별 회원 가입을 한 후 아이디를 알려주면 작심 독서실에서 등록한 기간 동안 강의 수강을 설정하는 구조다.
작심 독서실과 스터디카페가 진학과 취업을 위한 공간이라면 작심스페이스는 당장 생존을 고민하는 창업자의 가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작심 독서실과 마찬가지로 꼬마빌딩을 활용하면서 임대료를 줄이고 창업자들의 문턱을 낮췄다.
진화하는 ‘영업 천재‘.. 영업비기는 ‘확신‘
아이엔지스토리가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린 건 지난해였다. 자본금 240만원으로 시작해 시드 투자 없이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로부터 단 번에 55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알펜루트자산운용,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에듀윌, 시원스쿨, 캡스톤파트너스가 150억 원 후속 투자에 참여하며 총 200억 누적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투자사로 이름을 올린 곳 중 신현성 전 티몬 대표가 의장으로 있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와의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대표가 고등학교 졸업 후 두 차례 창업을 거친 후 인턴으로 입사한 곳이 바로 초창기 티몬이었다.
티몬 시절을 묻는 말에 강 대표는 '영업 천재'였다고 답했다. “월급이 얼만지도 모르고 인턴으로 시작해 실력으로 최연소 팀장을 달았던 시절이었다. 영업 무기는 '확신' 이었다” 강 대표는 "회사와 경영자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만 나의 눈빛과 에너지가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내가 맡은 아이템,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상대방에도 전달했으니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루폰을 거쳐 진로 교육 강의 사업을 진행하던 중 군대에 입대했다. 입대 전에는 '잘 나가던 사업'이었지만 회사는 기울기 시작했다. 전역 무렵엔 빚만 2억 가까이였다. 입대 전 강 대표의 강의 수익이 회사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강 대표 부재는 곧 회사 생존과 즉결됐다. 상황을 인지한 강 대표는 휴가 때마다 파트너와 만나 사업 전략을 짜고 재기에 도모했다. 돌파구는 작심 브랜드'였다. 강 대표는 "현재는 흑자 경영으로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2020년 2월 기준 폐업률은 0이다. 양도 양수 건은 15건이다. 강 대표는 ”메인 상권에서 떨어진 곳에서 합리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증거이자 자부심"이라고 전했다.
반가맹 시스템 구축.. 새로운 상생 모델 만들어 갈 것
작심 브랜드는 추후 반직영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강 대표는 "가맹점을 늘리고 로열티로 수익을 올리는 프렌차이즈 모델로 성장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본사에서 가맹점 좌석을 턴키로 직매입하는 반직영 체제로 가맹사업자의 수익을 보존하면서 본사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온·오프라인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반가맹 시스템 운영도 가능해졌다. 오프라인에서 각각 관리되던 전국 좌석 이용 현황을 온라인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본사가 공실을 매입, 회전율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 전국 매장이 연동되면서 작심 브랜드 회원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좌석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강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때 고객이 비용을 부담하면 안된다를 대전제로 삼았다"며 "교육 콘텐츠와 좌석을 묶어서 판매하는 구조로 손실이 생기지 않는 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업체와도 상생하는 구조로 나아갈 방침이다. 강 대표는 "기본적으로 교육 콘텐츠 회사의 유통 채널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콘텐츠를 많이 보면 볼수록 학습 교재 판매량도 늘어나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라이센스로 결제 등 합리적인 과금 구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배움의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원하는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강 대표 목표 중 하나다. 강 대표는 "우리 동네가 가장 큰 배움의 터전이라고 믿게 만드는 게 미션"이라며 "한번 고객이 된 학생은 공부가 필요한 순간 평생 우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이다.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독서실 업계 ‘야놀자‘ ‘배달의민족‘ 꿈꾼다
강 대표는 정보의 비대칭, 낙후된 소프트웨어로 오랜 기간 변화가 없었던 산업이 IT 기술과 맞물려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독서실 시장도 변화가 시작됐다고 봤다. 모바일 기반의 사용자 경험, 온·오프라인 통합관리를 통해 소비자 편의성 강화는 물론 매장 효율성도 증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강 대표는 “앱으로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의 실시간 좌석을 확인하고 예약과 결제로 나아가는 시대를 열 것”이라며 “배달의민족, 야놀자처럼 독서실 업계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부를 생각했을 때 돈 걱정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 세상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 강 대표는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회전율을 정확해 산출한다면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빈 좌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점주와 회사가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강 대표 의견이다. 강 대표는 “통합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작심브랜드 공고화에 나설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대교와 손잡고 홍콩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예화 기자 lee99@venturesqua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