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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트래비 매거진

1인 ‘1만2,000원 이하’ 서울 가성비 맛집 5

물가가 미쳤다.

밖에서 외식하기 참 망설여지는 시기다.

트래비도 고민했다. 

어느 정도 가격이어야 가성비 외식인지.

우리의 답은 1인 1만2,000원 이하다.

카린지 린가네 스낵바

카린지 린가네 스낵바

●감점심엔 역시 돈가스
카린지 린가네 스낵바

신촌에 의외로 근사한 외식 공간이 많지 않다. 이 아쉬움을 카린지 린가네 스낵바가 조금은 풀어줬다. 점심시간은 돈가스가 메인이다. 한국식과 일본식을 넘나드는 다양한 돈가스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베스트 메뉴는 경양식 돈가스와 소스카츠동이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드나드는 걸 보니 인근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인정받은 눈치다.

경양식 돈가스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푸짐한 양이 특징이다. 여기에 견과류 느낌의 고소한 특제소스를 듬뿍 올려준다. 소스가 적당히 스며든 곳과 바삭함 모두 즐길 수 있는 돈가스다. 한껏 일본풍으로 꾸며진 내부에서 경양식 돈가스를 즐기다니. 색다른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카츠동’ 하면 보통 자작한 국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은 감칠맛 넘치는 타래 소스를 활용한 소스카츠동이다. 푹신한 회오리 오믈렛, 바삭한 돈가스와 소스의 조합이 좋고, 입가심하기 좋은 토마토 절임도 포인트로 올려져 있다. 게다가 요즘 일본 현지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소스카츠동이 인기라고.

이밖에도 특제소스와 눈꽃치즈가 올라간 코돈부르, 볶은 김치를 이용한 김치카츠나베, 진한 토마토카레와 로스카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카츠카레 등도 있다.

게다가 이곳을 점심 식사로만 활용하면 절반의 매력은 못 보는 거라 무척 아쉬울 수도. 저녁에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지니 말이다. 한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콘셉트가 바뀌는 구성이다. 오후 5시30분 이후에는 하이볼과 맥주, 사와, 사케 등의 주류와 오뎅모리(오뎅모둠), 통조림을 활용한 재밌고 가벼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술집이 된다. 결국, 최소 두 번은 방문해야 하는 셈이다.

●만원의 행복
호갱

2023년에도 맛집의 대세는 퓨전이다. MZ세대가 몰리는 곳엔 어김없이 퓨전 음식이 있다. 왕십리의 MZ는 호갱으로 모인다. 한식 플러스 양식, 퓨전 한식집이다.

호갱전은 호갱의 유명세에 한몫 거든 효자 메뉴다. 이름은 ‘전’이지만 전과 피자의 중간이랄까. 도우로 밀가루 대신 감자채를 구워 바삭하게 깔았고, 그 위로 페퍼로니가 치즈 이불을 덮고 누운 꼴이다.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파스타류도 기본기가 탄탄하다. 로제부터 봉골레까지 우리가 기대하는 그 맛, 그대로다. 아는 맛이라 더 좋다. 저녁에는 다이닝 펍으로 운영되는데, 지갑 가벼운 대학생이라면 평일 런치 타임을 노리자. 회오리 오므라이스부터 각종 파스타와 필라프를 약 1만원에 판매한다. 호갱 말고 ‘호갱(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뜻)’ 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순도 100% 건대 맛집
시홍쓰

선배, 공강, 교수님, 인수분해, 동아리, 썸녀…. 옆자리 대화 주제가 풋풋하다 못해 파릇파릇하다. 순도 100% 대학가 맛집 인정. 건국대학교 앞, 일본풍 중식을 선보이는 시홍쓰다.

매장 내 테이블들의 공통분모는 토마토계란덮밥. 상큼한 토마토와 부드러운 계란을 불맛 가득 입혀 볶아 냈다. 계란이 얼마나 촉촉한지 밥이 죽처럼 훌훌 넘어간다. 시홍쓰의 시그니처인 이유가 있다. 

마라맛 러버들은 마파두부밥이 원픽일지도. 달달하고 밍밍한 마파두부가 아니다. 화자오로 매운맛을 낸, 마라향 가득한 사천식 마파두부다. 국물이 당길 땐 도교풍의 새우완탕을 시키면 식탁 위 밸런스가 완벽해진다. 웨이팅이 있을지언정 회전율이 나쁘지 않다. 참을성 없는 일행과 동행한다면 평일 점심이 안전하겠지만. 그래서, 그 동아리의 썸녀한텐 답장이 왔으려나. 

●알려주고 싶은 옛날 떡볶이
멕스칸떡볶이

서울대입구역 7번 출구를 벗어나 행운동 먹자골목과 관악중부시장을 지나면 멕스칸떡볶이와 만나게 된다. 외관만 봐도 옛날 느낌이 나는 분식집이다. 달리 말하면 푸근하고, 정이 있는 가게다. 겉만 그런 게 아니라 상냥한 모녀가 반겨주는 속은 더 친근하다. 

상호명에 나와 있듯이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계란, 만두, 라면, 쫄면, 오뎅, 치즈 등의 토핑을 곁들일 수 있고, 라면, 콩국수, 떡만두국 같은 단품 메뉴도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밀떡을 활용한 떡볶이는 적당한 매콤함과 달콤함으로 계속해서 먹게 한다. 라면 사리와 계란, 어묵도 훌륭한 조연이 된다. 

마지막으로 치즈를 더한 볶음밥을 먹으면 떡볶이 한 상 제대로 먹은 셈이다. 떡볶이 2인분, 계란+만두 2개, 라면사리, 볶음밥 1개, 치즈사리를 더하면 1만9,000원, 1인당 9500원에 꽤 푸짐한 한 끼가 가능하다. 식후에는 시장 구경을 하거나 샤로수길로 자리를 옮겨도 좋다. 

●도미로 만든 작품
이리에라멘

홍대는 일본 라멘의 격전지다. 오래전 라멘집 하카타분코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맛있는 라멘을 먹으려면 홍대 근처로 오면 됐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 공식은 2023년에도 유효하다.

이리에라멘은 시그니처인 도미시오라멘을 비롯해 시오라멘, 돈코츠미소라멘, 아부라소바를 선보이는 곳이다. 한 식당에서 생선과 닭, 돼지를 모두 활용해 3가지 육수를 뽑는 셈이다. 

도미시오라멘의 경우, 국내에서 정말 흔치 않은 도미를 이용한 라멘이라 더 눈이 간다. 게다가 오사카 후쿠시마 이치멘(Fukushima Ichimen)에서 배운 기술로 현지의 맛 그대로를 재현한다고 한다. 일단 국물을 한 모금 떠먹으면 진한 도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질감은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워 술술 들어간다.

쫄깃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균형이 잘 잡힌 면과도 잘 어울린다. 와사비밥을 추가하면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 육수를 원한다면 5가지 돼지 부위를 이용한 육수에 일본 된장을 더한 돈코츠미소라멘을, 담백하고 깔끔한 라멘을 즐기려면 시오라멘(기본·유자맛)을 선택하면 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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