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 오기 전 알아둬야 할 과장님 맛집 4
을지로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오묘한 매력이 있다. 오래전부터 을지로 골목을 지키고 있는 인쇄소와 철물점, 힙지로라고 불리기 시작하면서 생긴 여러 식당과 카페, 이 공간을 채우는 여러 세대 등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골목을 비추는 인쇄소의 불빛 |
여전히 힙지로가 인상적인 이유다. 다음은 고민할 차례. 수많은 곳 중 어디를 갈 것인지 말이다.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을지로의 공기를 마시며 출퇴근하는 과장님이 고심 끝에 추린 4곳의 맛집 겸 술집이다.
●‘손수제비’가 포인트
본가닭한마리
점심과 저녁 가릴 것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닭한마리&닭볶음탕 전문점 ‘본가닭한마리’. 두 음식 모두 한 번씩은 경험해야 하니 두 번 방문은 기본인 식당이다. 이번에는 양념의 진한 맛이 필요해 닭볶음탕을 맛봤다.
![]() 닭볶음탕인데 만두사리도 들어가는 게 특징 |
부드럽고 잡내 없이 잘 삶은 닭고기와 만두, 떡, 감자 등의 재료를 더한다. 여기에 입맛 돋우는 양념장이 포인트다. 보글보글 끓여 양념이 적당하게 졸아들면 먹어야 할 타이밍이다. 마무리는 선택지가 3~4개다. 볶음밥, 칼국수, 라면이다. 그렇지만 가장 추천하는 건 부드러운 질감의 손수제비. 양념과 잘 어울리는 데다가 씹는 맛도 있다.
![]() 부드러운 닭을 맛보고 마지막으로는 손수제비를 추가하자 |
![]() 퇴근 시간에는 대기를 피할 수 없다 |
투박한 기성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마무리는 꼭 손수제비임을 기억해 두자. 닭한마리는 개운한 국물이 당길 때 추천한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쌀쌀할 때 특히 좋다. 재료는 닭볶음탕과 비슷한데, 사리는 떡과 칼국수가 잘 어울린다.
●3가의 낭만
을지오뎅
을지로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을지오뎅이다. 일단 영업을 시작하면 대기줄이 형성된다. 을지로3가에서 가장 술맛 나는 도룩묵&오뎅 전문점으로, 분위기부터 훌륭하다.
![]() 술맛 나는 을지오뎅 |
20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공간 한가운데 오뎅바가 있다. 바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따뜻한 오뎅(긴 오뎅, 꼬불 오뎅, 곤약 등)과 도루묵구이 또는 조림, 탱글탱글한 삶은 오징어, 황태양념구이, 시사모구이 등 술과 함께할 든든한 메뉴들이 포진해 있다.
![]() 오뎅바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을지로의 저녁을 즐긴다 |
![]() 오뎅, 도루묵만큼 안주로 좋은 삶은 오징어 |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을지로에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술잔을 채울 때마다 즐거움은 더해가고, 새로운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 늦은 시간까지도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
을지오뎅의 단점은 하나뿐이다. 좌석이 한정적이라 대기는 거의 피할 수 없다는 점. 게다가 술집이라 한 번 엉덩이를 앉히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요즘 매운맛
화육계
매콤한 닭발과 소맥 한 잔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이 화육계다. 직접 개발한 소스로 버무린 닭발, 족발을 숯불 화로에 구워 매운맛뿐 아니라 불향도 즐길 수 있다. 메인 메뉴는 닭발(무뼈·통뼈), 닭다리살, 미니족발, 순살족발이 있고, 곁들이는 음식으로 불보쌈, 훈제 보쌈, 몬스터 계란말이, 수란탕, 날치알 주먹밥, 치즈퐁듀소스가 있다.
![]() 닭발과 미니족발, 몬스터 계란말이, 주먹밥을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 |
단품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세트 메뉴가 가성비가 좋으나 취향에 따라 즐기는 게 낫다. 맵기 선택은 1~3단계로 구분되는데 맵찔이들에게는 1단계도 꽤 매콤하게 다가온다. 매운맛에 자신 있다면 2~3단계를 권한다. 또 주먹밥과 치즈퐁듀소스로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고, 주류 중 눈에 띄는 깻잎 모히토와 산토리 하이볼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 힙지로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
![]() 요즘 매운 닭발이 궁금하면 화육계도 괜찮은 선택지다 |
참, 내부도 일반 닭발 가게와는 달리 힙지로에 어울리게 잘 꾸며져 있다. 붉은 벽돌과 그림 장식이 조화를 이뤄 제법 느낌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에이스포클럽
힙지로 카페나 바, 술집은 눈에 안 띄는 곳에 둥지를 튼 곳이 더러 있다. 게다가 간판도 조그맣다. 그런데 일단 찾아가면 근사한 공간과 마주하고, 만족감이 꽤 크게 다가온다.
![]() 을지로 감성이 그대로 담긴 에이스포클럽. 이화다방을 개조했다고 한다 |
에이스포클럽(Ace Four Club)도 마찬가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적인 색채가 짙다는 점이다. 실제로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을지로 ‘이화다방’을 개조했다고 한다. 하이볼, 진토닉, 와인, 위스키, 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가 준비돼 있고, 안주는 나초 마운틴, 올리브 플레이트, 육포, 브루스케타 보드, 모둠 플레이트가 있다. 배를 채우는 음식보다는 심심한 입을 달래는 용도기 때문에 1차보다는 2차가 적당하다.
![]() 에디터 픽은 몽키47을 활용한 진토닉 |
이러한 이유로 저녁 8시 이후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기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쾌한 분위기와 맛있는 술로 하루를 마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여행 +
만화 덕후라면 필수!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를 좋아한다면 을지로 방문 전 이곳도 놓치지 말자. 만화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다. 평일에도 자리 경쟁이 치열할 만큼 이미 아는 사람이 많다. 센터는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만화의 집’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애니소풍(유료)’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아지트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만화의 집에서는 다양한 만화책을 만날 수 있는데, 연대별, 주제별로 정리돼 있다.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슬램덩크를 비롯해 원피스, 나루토, 드래곤볼 등 수많은 만화를 만날 수 있다. 또 DVD로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도 있다. 참, 우리금융디지털타워 1층으로 들어가면 바로 만화의 집이 나온다.
![]() 만화책이 시대별로 잘 정리돼 있는 만화의 집 |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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