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온 서울 Y2K & 레트로 핫플 4
튜닝의 끝은 순정. 레트로는 흥할 수 밖에 없다. 2022년 8월, 긴 생머리에 블록코어룩을 입고 등장한 뉴진스의 y2k 감성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이제 y2k와 레트로는 한 때의 유행을 지나 힙함의 대명사가 됐다.
뻔한 곳이 지겹고, 내 안의 힙함을 깨우고 싶다면 밀레니엄 감성이 짙은 서울 Y2K & 레트로 핫플에 방문해보자.
망우삼림 현상소 & 20세기인쇄사무실의 빈티지한 내부 |
쉿, 서울 힙쟁이들이 몰래 모이는 곳
#망우삼림 현상소 & 20세기인쇄사무실
을지로3가역 맞은편에 숫자 20과 한자들이 커다랗게 적힌 유리창이 보인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홍콩 영화가 생각나는 이곳은 인쇄현상소 ‘망우삼림’과 인쇄사무실 ‘20세기인쇄사무실’이다. 망우삼림은 3층에, 20세기인쇄사무실은 4층에 있다. 이질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망우삼림이 빈티지한 90년대 공간이라면 20세기인쇄사무실은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분위기를 풍긴다.
y2k 감성공간 |
망우삼림에는 ‘사진 좀 찍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꼭 왔다가는 곳이다. 필름 현상이 주 서비스이지만, 각종 필름과 일회용 필름카메라 구매도 가능해 아이 쇼핑에도 적합하다. 60~70년생 부모님 세대가 공감할 만한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다. 꽃무늬 커튼과 식탁보, 옛날 담배 진열대까지, 빈티지 러버가 환장할 만한 건 다 있다.
현상소에서 판매하는 필름 |
콜드브루와 밀크티 자판기 |
20세기인쇄사무실에서는 현상한 사진으로 특별한 물건들을 제작할 수 있다. 대개 티셔츠 프린팅을 주문하는데 그 외에도 나만의 굿즈나 커플템도 만들 수 있다. 사무실은 이름 그대로 20세기로 시간여행을 온 것만 같은 y2k 감성이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힙한 무드를 얹고 싶다면 여기서 사진 1~2장 찍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컴타자연습으로 산성비 게임을 즐겨하던 그 시절 컴퓨터가 네 대나 있다. 일본 도쿄 감성의 자판기에는 밀크티와 콜드브루도 판매하니 무더위에 쉬어가기에도 적합하다. 평소 타임슬립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이 두 곳을 꼭 한 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망우삼림(忘憂森林)’의 뜻이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니 말이다.
MZ 취향 100% 메론소다&헬로키티 카페
#링링
그 시절 레트로가 다시 돌아와 부모님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며 생활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의외로 레트로 퓨처리즘을 다룬 Y2K 스타일의 공간은 드물다. 메탈릭 소재를 베이스로 화려한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y2k. 패션계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인테리어에 접목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y2k 공간 가뭄 속에서, 신당동에 유유히 자리하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한 카페가 있다. 주로 매니아층이 방문하는 카페인데, 힙한 공간에서 풋풋한 친구들과 여름의 맛을 입에 한가득 욱여넣으니까 잠시 10대가 된 기분이었다.
힙한 카페 벽면 |
자그마치 한 시간. 카페 대기 시간이 이렇게나 길다. 허름한 신당동 골목 한가운데 올블랙룩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이 ‘링링’이다. 서울에 흔치 않은 y2k 카페로, 메론소다와 화려한 파르페가 유명하다. 음료뿐만 아니라 케이크 비주얼도 남다르다. 나홀로 집의 케빈이 먹을 것 같은 귀여운 케이크가 있고, 케이크만큼 독특한 카페 내부 인테리어도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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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놓인 헬로키티도 힙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일반카메라 보다는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으면 레트로 감성이 훨씬 짙게 담긴다. 주변을 둘러보고 놀란 점은 드레스코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손님들 의상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 올블랙 아니면 화이트의 펑키한 치마나 원피스가 가장 많이 보인다. 나이대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많은 것 같다. Z의 성지다.
민트초코케이크 |
메론소다와 젤리소다 등이 대표 음료이고, 곁들이는 디저트로 민트초코케이크도 잘 어울린다. 모두 양이 넉넉한 편. 가격은 비주얼 탓인지 메론소다 8,000원, 퓨어 젤리소다 8,500원, 아이시 쇼코 케이크(민트)는 7,800원 등 가볍지 않다.
젤리소다&메론소다&민트초코케이크 |
메론소다 한 모금에 더운 여름 긴 대기로 인한 피로와 짜증이 확 가신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메론소다의 조합은 언제나 정답이다. 젤리 소다는 톡 쏘는 맛이 좋다. 밀키스 느낌의 음료에 귀여운 젤리들이 잔뜩. 케이크도 만점이다. 너무 달지 않고, 민트향도 너무 강하지 않은 균형 잡힌 맛이다. 극성 민초파가 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적당한 비율이다.
을지로X레트로 끝판왕 카페
#도탑다
뉴진스 하니가 부른 화제의 노래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의 청순함을 느낄 수 있는 을지로 카페다. 힙지로라는 별명답게 을지로에는 감도 높은 레트로 스폿이 참 많다.
힙지로 카페 ‘도탑다’는 일본 버블경제 시기의 바이브를 머금고 있다. 그 시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발행된 일본 패션잡지가 잔뜩 진열돼 있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패션잡지에서 카라, 동방신기 등 한류를 개척한 한국 아이돌들의 패션도 볼 수 있다. 과거 순수했던 낭만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알맞은 공간이다. 또 곳곳에 아기자기한 일본 레트로 감성도 확인할 수 있다.
카페라는 본래 목적도 잊지 않았다. 시그니처인 도라야끼를 한입 물면 희한하게도 도라에몽이 떠오른다. 푹신하고, 말랑해서 그럴까. 시시껄렁한 농담은 그만하자. 도라야끼는 2,500원으로 가격도 합리적이다. 게다가 이곳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느 사장님이다. 볼거리가 더 많은 2층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마음에 감동했다.
도라야끼와 음료 |
만약 2층에 자리가 다 차 1층에 앉게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2층에 진열돼 있는 잡지와 만화책을 들고 내려와 1층에서 구경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카페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계단에서도 핫스폿을 찾을 수 있다. 1층과 2층이 이어지는 계단 곳곳에 사장님의 감각이 흩뿌려져 있는데, 거울 샷 맛집을 여기에서 찾았다. 기분 탓일까 긴 전신 거울이 몸을 더 날씬하게 보이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2층으로 올라가면서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건축학개론이 생각나는 서촌 LP 카페
#커피한잔
서촌에서 가장 힙한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조성한 게 아닌, 정말 세월이 흐르고 흘러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들로 꾸며진 카페다. 다 헤져 가는 간판에서부터 이 카페만의 고유한 미감이 잘 느껴진다.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이제훈이 LP에 흘러나온 노래를 들으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을 것 같은 공간이다.
사장님 한 명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잡다하고 귀여운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라고. 모든 공간에 빠짐없이 사장님의 손길이 닿았다. 게다가 노을 맛집이다. 노을이 질 무렵 문에 달린 작은 창문 사이로 석양빛이 들어와 내부를 은은하게 밝힌다. 카메라로 절대 담을 수 없는 감성이다.
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커피한잔’은 가게 이름에 어울리는 커피 맛집이다. 쓴 것은 입에도 안 대는 아기 입맛인 에디터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맛이다. 조용한 분위기에 끝내주는 커피까지 힐링과 힙함을 동시에 느끼기엔 이곳만 한 카페가 없을 것 같다.
글·사진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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