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개화를 향한 길
한 발자국 앞서 낭만을 외친 이들. 그 끝이 비극적일지라도. 그들이 심은 개화의 새싹을 따라 종로의 소격동을 여행한다.
▶COURSE 개화를 향한 길
헌법재판소 백송 → 백인제 가옥 → 서울교육박물관 → 정독도서관 → 옛 천도교 중앙총부 터 →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 청와대 → 기기국 번사창(한국금융연수원 내) → 가회동 한옥(북촌한옥마을)
코스 거리: 3.7km
소요 시간: 2시간 30분
개화의 역사가 깃든 터
헌법재판소 백송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갈하게 배치된 창문과 하얀 벽돌들은 헌법재판소의 공정함과 청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헌법재판소의 부지를 살펴보면 역사적인 사연이 많다. 과거에는 개화파 공신 박규수의 저택, 갑신정변의 주역 홍영식의 저택, 그리고 선교사 ‘알렌’이 세운 최초의 종합병원 광혜원과 최초의 관립 여학교 한성여자고등학교가 이곳에 자리했었다.
찬란한 개화의 역사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왔을 거대한 백송도, 헌법재판소 옆에 장엄하게 뿌리를 뻗고 있다. 이 백송은 하얀 자태로 6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하며, 1962년 천연기념물 8호로 등재됐다.
전통과 근대의 조화
백인제 가옥
대한의 전통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백인제 가옥은 북촌한옥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곳이다. 백인제 가옥은 대지 면적이 약 2,500m2에 이르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근대식 한옥으로, 1977년에는 민족문화재 22호로 지정되었다.
사랑채, 안채, 별당채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한옥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으면서도, 일본식 주택의 특징인 복도와 유리창 등을 통해 이색적인 매력을 동시에 선보인다. 1913년에 한성은행 전무로 활약하던 한상룡이 건립한 이후, 백인제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많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행적이 담겨 있다.
백인제는 현 인제대학교 백병원을 설립한 의사로, 독립운동가로서도 활동한 인물이다. 백인제 가옥은 그의 업적과 함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방문하여 자유와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소중한 장소로도 기억된다.
한눈에 보는 교육의 흐름
서울교육박물관
창덕궁, 경복궁, 삼청동에 둘러싸인 북촌의 중심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1995년 6월15일, 서울교육박물관이 북촌에 개관되었다.
붉은 벽돌의 친숙한 외관은 옛 학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교육제도,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기관, 교육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교육에서 개화기의 교육, 그리고 민족저항기와 광복, 6·25전쟁 당시의 교육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또한 매년 다양한 주제로 특별전을 기획해 시민들에게 신선하고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이곳의 장점 중 하나다.
역사가 머물다 간 곳
정독도서관
정독도서관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으로 1977년 1월에 개관했다. 현재 50만여 권의 책과 2만 5,000여 점의 비도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의 정독도서관이 들어선 곳은 갑신정변을 이끈 김옥균과 서재필의 집이 있던 장소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 중학교인 경기고등학교가 건립되었던 곳이다. 개화의 흐름이 이곳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본관 건물 동쪽에는 작은 우물이 하나 있는데 이는 을사오적 중 한 명인 박제순의 우물로 추정된다. 민족의 암흑기, 개화의 움직임과 부끄러운 역사가 이곳 정독도서관에 공존하고 있다.
▶Editor’s Pick
삼청동 문화거리
골목골목 소소한 볼거리로 눈길을 사로잡는 이 거리는 2000년대 초반 예술가들이 정착하고 모여 생활하기 시작한 이후,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이 밀집하면서 현재의 삼청동 문화거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조선 왕실의 품위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경근당, 옥첩당을 일러 종친부 건물이라고 한다. 종친부는 왕실의 후손들과 관계된 일을 맡는 관청을 가리킨다. 1866년, 흥선대원군이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종친부를 크게 확장해 건물이 300여 칸에 이르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81년에는 보안사령관 테니스장 개장을 위해 남아 있던 종친부 건물이 정독도서관으로 이전되었으나, 2013년에 원래의 위치로 재배치되어 현재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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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앙 관아 건축의 배치와 구성, 연결방식을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1972년 5월25일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9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2월27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었다.
평등의 이름으로 독립을 외치다
옛 천도교 중앙총부 터
천도교는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을 기반으로 1905년에 교주 손병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바꾼 종교다. 사람을 하늘처럼 여기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한 동학의 가르침 아래, 천도교는 1919년 1월, 다른 종교 세력과 함께 독립운동을 펼칠 계획을 세운다. 이후, 1919년 2월22일, 기독교 측에서 독립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운동하자는 의견을 천도교 측에 전달했고 이에 2월24일, 천도교 대표들은 이곳 천도교 중앙총부에 모여 기독교 측과 연합해 독립선언 방식의 독립운동을 결행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현재, 천도교 중앙총부는 사라지고 터만 남아 덕성여자중학교의 교정으로 쓰이고 있지만, 한민족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인 3·1운동의 발상지로서 그 의의는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Editor’s Pick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기관으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 작품들을 주로 다룬다.
국민이 품은 푸른 기와
청와대
청계천을 마주하고 북악산을 배경으로 푸른 기와의 고귀함을 뽐내는 청와대는 이승만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국민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 곳이다.
1층에는 무궁화실과 인왕실이 자리하고 있으며, 1층 별채에는 충무실과 세종실이 위치한다. 2층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접견실, 백악실, 그리고 집현실이 있으며, 본관 앞의 넓은 잔디 마당은 주로 야외 행사에 사용된다. 2022년 5월10일을 기점으로 대통령실은 용산구 이태원으로 이전되어 현재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중단되었지만, 국민에게는 전면 개방되어 문화, 예술, 역사 등의 복합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청와대를 방문하고자 하는 국민은 온라인으로 관람 예약을 할 수 있으며,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국가보훈대상자, 외국인의 경우 현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Editor’s Pick
북촌 한옥 역사관
북촌 한옥 역사관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한옥으로, 2021년 삼일절에 문을 열었다. 자세한 전시 해설로 북촌의 역사와 한옥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공간이다.
대한을 지키는 든든한 무기고
기기국 번사창
기기국 번사창의 독특한 외관은 개화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중국과 서양 양식이 섞인 회색 벽돌로 쌓은 벽체와 이중으로 된 지붕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기기국의 시작은 1880년에 생긴 통리기무아문에서 찾을 수 있다. 통리기무아문은 개항 이후 변화하는 국내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특별 관청이다. 통리기무아문은 12개 부문의 일을 관장했는데 그 가운데 기계와 군물 담당하는 관서가 바로 기기국이고, 번사창은 기기국의 무기고다. ‘번사(飜沙)’는 ‘모래(沙)로 제작한 거푸집에 금속을 녹인 액체를 부어(飜) 만든다란 뜻을 품고 있다. 기기국 번사창은 현존하는 근대식 벽돌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1982년 12월17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51호로 지정되었다.
생활형 한옥이 선보이는 전통의 미
가회동 한옥
북촌은 과거 조선시대 양반층의 주거지였다. 1930년대에 서울의 행정구역이 확장되고 산업화가 크게 이루어지면서, 주택 경영회사들이 북촌에 작은 규모의 한옥들을 집단적으로 건설했는데, 이것이 현 북촌한옥마을의 전신이다.
그 결과, 북촌의 한옥은 전통적인 한옥과 달리 ‘ㅁ’자 모양으로 지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사랑채와 안채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비록 도시의 변화에 맞춰 다소 개조된 형태의 생활형 한옥이지만, 전반적으로 전통한옥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소중한 우리의 것이다.
▶Editor’s Pick
가회동 성당
북촌은 최초의 선교사, ‘주문모’가 조선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지역이다. 가회동 성당은 그의 가톨릭 이념이 담긴 성당으로, 2013년에는 독일의 ‘토마스 얀’에서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이 성당 내에 처음으로 설치되기도 했다.
글 트래비 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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