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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우도 캠핑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로 불리는 우도 내 비양도 야영장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로 불리는 우도 내 비양도 야영장

성산항에서 우도 천진항까지는 불과 15분. 

3년 만에 찾은 우도는 어딘가 또 달라져 있다.

달라져도 좋은 섬, 우도에서 즐긴 여름 캠핑 이야기다.

조롱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비양도의 아침

조롱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비양도의 아침

우도의 꿀정보는 버스에 있다

여름이 시작됐다. 제주 본섬에서 우도 천진항까지 가는 여객선의 운항횟수는 30분 간격인 것도 모자라 더욱 증편될 예정이란다. 비교적 한산하던 제주 본섬과 달리 평일임에도 우도는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정류장 옆에서 장사하던 아저씨가 배낭을 보더니 대뜸 “52분에 36번 버스 오면 타요. 딴 거 타지 말고” 한다. 천진항에서 비양동으로 가는 버스는 매시간 25분과 52분에 있다. 배낭을 들쳐 멘 전형적인 캠퍼의 모습에 목적지를 짐작하고 알려 준 것. 덕분에 초조함 없이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외국의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의 여름

외국의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의 여름

주민과 비양도 야영장으로 가는 백패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을안길순환전기버스

주민과 비양도 야영장으로 가는 백패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을안길순환전기버스

곧 마을안길순환버스가 도착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일종의 농어촌공영버스로, 여행객들이 즐겨 이용하는 해안도로관광순환버스(6,000원)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다. 카드로 결제하면 단돈 950원.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님의 이름은 천현덕씨다. 어찌나 말을 ‘천연덕’스럽게, 재미있게 하던지. 좁은 버스 안의 귀들이 온통 그의 입으로 쏠렸다. 우도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생 수는 60명, 면사무소 옆에 있는 봉구반점은 섬 주민들의 로컬 맛집. 우도엔 미용실도 한 곳 있고 하고수동 앞 치킨집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야영장 앞 카페는 샤워비 5,000원 등등. 우도의 ‘꿀정보’들이 그의 입에서 하나하나 폭로되자 버스 안은 웃음이 넘쳐났다.

해안길을 달리다 만난 뿔소라 조형물. 그 뒤편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해안길을 달리다 만난 뿔소라 조형물. 그 뒤편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오랜만이야, 비양도

도로의 점령군과 같던 전기차의 행렬을 뚫고 버스는 비양동 마을 안 정류장에서 멈췄다. 대구에서 왔다는 앳된 여학생 두 명과 비양도 야영장을 향해 나란히 걸었다. 그들은 바퀴가 달린 큰 가방을 끌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첫 캠핑을 위한 렌탈 장비가 들어 있다고 했다. “다음엔 아저씨처럼 멋진 배낭을 메고 근사하게 걸을 거예요.”

그늘이 없는 비양도 야영장에서 여름 캠핑을 하려면 타프는 필수다

그늘이 없는 비양도 야영장에서 여름 캠핑을 하려면 타프는 필수다

야영장엔 이미 많은 텐트들이 바다와의 경계 부분을 알록달록 채우며 앉아 있었다. 비양도 야영장은 우도와 조그만 다리로 연도된 섬 비양도 위의 초지다. 인위적인 시설 하나 없이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야영지이자,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프라가 꽤 훌륭하다. 마을에서 화장실 등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고, 다리 앞 편의점에서는 4캔에 만원짜리 캔맥주는 물론 얼음도 판다. 육지와 다름없는 상품군을 갖추고 있어 캠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양도 야영장을 국유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이곳은 경관보전지구로, 대부분의 사유지와 일부 국유지를 포함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가 무상으로 캠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덕분에 수많은 캠퍼들은 비양도 야영장에서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누구에게나 인생숏으로 남겨질 비양도 망루에서의 일몰

누구에게나 인생숏으로 남겨질 비양도 망루에서의 일몰

우렁찬 바다, 쾌활한 바람, 보드랍게 다듬어진 잔디 그라운드. 오랜만에 방문해서였을까. 비양도의 아름다움은 새삼스러웠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비양도 야영장의 망루엔 벌써부터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하고수동포구 너머로 태양이 조금씩 저물었다. 저마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가족 혹은 연인과 인생숏을 남긴다. 캠핑이 처음이라던 대구 여학생들도 셀카봉을 향해 미소를 띤 채 V자를 그렸다.

일명 서빈백사로도 불리며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된 홍조단괴해빈

일명 서빈백사로도 불리며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된 홍조단괴해빈

달라져도 좋을 섬

다음날 야영장을 나와 ‘우도의 강남’이라 불리는 하고수동 해수욕장 앞까지 걸었다. 불과 10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내부가 노출된 카페와 식당에는 젊은 여행객들이 가득했다. 몇 년 전과 비교해 봐도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활기와 에너지로 가득했다. 


마을안길순환버스를 타고 다시 천진항으로 갔다. 그리고 전기차를 빌렸다. 2017년 8월 이후 우도에 렌터카 입도가 금지되자(우도 숙박자, 7세 미만, 65세 이상, 장애인, 임산부 등 동승시 예외) 섬은 전기차의 세상이 되었다. 배에서 하선하면 가장 먼저 항구 근처에 렌터카 업체들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다. 대여 가격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3시간 기준으로 3~5만원 수준이지만 주말, 평일 등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시간과 가격이 다르다. 주말에는 인터넷 예약, 평일 혹은 비수기라면 직접 현지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대여하는 게 좋다. 우도의 둘레는 17km이지만 실제 해안도로로 이어진 구간은 11.3km다. 홍조단괴해빈에서 출발해 천진항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1-1 코스(우도올레)와 일치하며 전기차 역시 그 길을 주로 달린다. 

우도의 또 다른 관광문화로 자리매김한 전기차

우도의 또다른 관광문화로 자리매김한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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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도 종류가 다양했다. 그중 오픈카라 불리는 차량을 대여했다. 2인용으로 바퀴가 세 개 달린 것이었지만, 막상 타고 보니 거의 스쿠터나 다름없었다. 돌돌 소리를 내는 ‘오픈카’를 타고 수많은 식당들이 늘어선 해변을 지났다. 제주 전통음식은 물론 중국집, 퓨전과 파스타, 스테이크 등 음식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한 수제 햄버거 가게 앞은 여행객들로 유독 북적였다. 순백의 해변과 투명한 바다만으로도 충분했을 테지만 여행객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니 영락없는 외국 휴양지의 느낌이었다. 설레는 마음에 문득 깨달았다. 코로나 이후 두 번째로 맞은 여름을 우도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그리고 다음 여름엔 또 다른 의미로 우도가 달라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서 부풀고 있다는 사실을. 

*제주올레 1-1 코스


홍조단괴해빈→독생이코지→하우목동항→산물통→파평윤씨공원→방사탑→하고수동해수욕장→우도봉입구→우도등대→천진항

우도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제주 섬 BEST 3 

데크로드 위를 걸으며 탐방이 가능한 펄랑못

데크로드 위를 걸으며 탐방이 가능한 펄랑못

비양도는 200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다

비양도는 200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다

가게 주인이 갯가에서 직접 잡아 손님 상 위에 올린다는 참게볶음

가게 주인이 갯가에서 직접 잡아 손님 상 위에 올린다는 참게볶음

호돌이식당의 보말죽

호돌이식당의 보말죽

1. 비양도


우도의 비양도와 이름은 같지만, 엄연히 다른 섬이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딸린 섬으로, 해안선의 둘레가 3km가 채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다. 우도, 마라도, 가파도에 비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숫자는 적지만 가장 제주다운 섬으로 손꼽힌다. 바닷물이 섬의 지하로 스며들어 만들어진 펄랑못과 가마우지의 서식처 코끼리바위, 일명 ‘애기 업은 돌’로 불리는 부아석 등 걷다가 만나는 볼거리들이 쏠쏠하다. 선착장 부근의 호돌이식당은 보말죽이 일품이며 도선을 기다리면서 참게볶음에 곁들이는 제주 막걸리 한 잔도 묘미가 있다. 제주 한림항에서 하루 네 번 배가 오간다.

교회 언덕에서 바라본 마라도 마을 전경

교회 언덕에서 바라본 마라도 마을 전경

문어, 전복 그리고 소라를 형상화한 마라도 성당

문어, 전복 그리고 소라를 형상화한 마라도 성당

반영이 아름다운 마라도 연못

반영이 아름다운 마라도 연못

2. 마라도


여전히 마라도에는 자장면집이 많다. 싱싱한 해물도 곁들여 판매한다. 선사에서는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체류할 것을 권하는데, 시간은 표를 끊을 때 조정할 수 있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사진을 찍고 식사까지 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송악산과 모슬포 운진항 두 곳에서 여객선이 5~7차례 이상 오가며,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1,000원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2021년 7월 기준 마라도 등대는 정비사업 중인 관계로 관람이 불가능하다.

가파도 곳곳에는 익살스러운 돌하루방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가파도 곳곳에는 익살스러운 돌하루방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가파도 마을길에서 만난 소라껍데기 담벼락

가파도 마을길에서 만난 소라껍데기 담벼락

소품가게 봉그레이는 가파도의 감성으로 녹아드는 중이다

소품가게 봉그레이는 가파도의 감성으로 녹아드는 중이다

3. 가파도


가파도는 청보리가 넘실댈 때 가장 아름답지만, 청보리가 베어진 후에도 평화로운 정취가 빈 들판을 채우니 전혀 아쉬움이 없다. 해발이라 해 봐야 고작 20m. 제주에서 가장 크고 넓은 하늘을 보고 싶다면 가파도로 가야 한다. 가파도의 볼거리라 하면 최근에 생긴 ‘봉그레이’라는 소품가게를 꼽을 수 있겠다. 식당들이 자리를 지켜 온 마을 골목에 위치해 있다. 모슬포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김지웅씨, 박희연씨 부부가 주인이다. 나무와 도자기가 만나 탄생한 전시품들은 가파도 여행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정식밥상으로 유명한 용궁민박과 원조해물짜장짬뽕집도 건재하니 출출하면 들러 보자. 운진항에서 가파도까지는 하루 7차례(그중 2차례는 편도 운항) 여객선이 오간다.

김민수의 섬여행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 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인스타그램 avoltath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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