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동을 지키는 오래된 맛집 3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중앙동.
한때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였다.
그 영광의 시간을 기억하는 식당들이 있다.
여전히 중앙동을 지키고 있는 노포 3곳이다.
오늘 점심이 고민된다면 메밀 앞으로 |
●부산의 점심시간
중앙모밀
중앙동 지킴이, 중앙모밀.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니 65년을 넘긴 식당이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11시 땡 하면 사람들이 2~3명씩 모여들다가 이내 만석이 된다. 오픈런이 필요한 식당은 아니지만 11시20~30분에 오면 이미 자리가 없다. 조용히 강한 식당이다.
음식은 모밀과 우동, 유부&김초밥, 오뎅탕이 준비돼 있다. 모밀은 시원한 모밀국수(2장)와 따뜻한 모밀냄비로 나뉘고, 우동은 새우튀김우동, 특오뎅우동, 굴냄비우동, 가락우동, 얼큰우동, 냄비우동이 있다.
푹 담가 먹어야 제맛인 모밀국수 |
가게 앞에 추천 메뉴로 모밀국수, 특오뎅우동, 새우튀김우동, 반반 초밥(유부&김)이 걸려 있다. 이번에는 모밀로 통일. 두 가지 모밀과 반반 초밥(메뉴판에는 없다)을 주문했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모밀은 8,000원, 우동은 5,000~7,000원이다.
유부초밥, 김초밥 반반 |
유부초밥과 김초밥, 반반 초밥은 4,000원이다. 1인당 7,000~1만원이면 면 요리 하나와 초밥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모밀국수는 두 판이 나와 양이 꽤 넉넉하다. 달콤하면서 멸치 향이 나는 국물에 겨자를 풀고 면을 듬뿍 담가 먹으면 술술 넘어간다. 찰기가 있는 편이라 씹는 맛이 좋은 것도 특징이다.
중앙모밀의 모밀냄비 |
반대로 메밀냄비는 속이 풀리는 국물과 부드러운 면을 즐길 수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새콤함과 간이 딱 맞는 초밥들도 곁들임으로 딱 좋다. 주변을 둘러보면 3대가 같이 오기도 하는데,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맛있게 먹는 걸 볼 수 있다. 이 식당이 계속해서 이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기도 하다.
●깔끔한 한상 ‘횟밥’
중앙식당
특정 지역에 가면 꼭 먹는 음식이 있다. 부산에서는 완당, 돼지국밥, 그리고 횟밥이 있다. 쉽게 말하면 회를 메인으로 하는 백반이다. 백반으로 하기에는 조금 가격이 나가니 한상차림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횟밥, 회백밥, 회백반 등 식당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차림새는 비슷하다.
회가 메인 반찬인 횟밥 |
광어와 도미 등을 숙성한 회의 맛이 중요한 밥상이다. 중앙식당은 1972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니 50년을 막 넘겼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있는 일도 쉽지 않은데, 50년이라는 세월을 이겨냈다. 이곳에서는 횟밥을 비롯해 광어회, 생대구탕, 대구양념구이, 회비빔밥, 생뽈 등을 선보이고 있다. 횟밥 구성도 참 좋다.
밑반찬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
방문한 날에는 정구지(부추) 부침개, 데친 오징어, 가자미구이를 포함해 여러 반찬이 나왔다. 하나하나 손이 가는 맛이다. 여기에 깊은 맛이 나는 숙성 광어회와 밥, 국이 더해진다. 찰진 식감의 광어회와 고슬고슬 윤기 나는 쌀밥의 조합도 으뜸이다.
옛 티가 나는 식당 내부. 나름의 정겨운 분위기가 있다 |
백반집은 반찬만큼 밥이 중요한데 중앙식당은 기본도 훌륭하다.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니 부산 여행을 시작할 때 들러도 좋고, 하루의 여행을 마치기 위해 이곳을 찾아도 좋다. 식사, 술자리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식당이다.
●오늘 밤 여기서 모일까?
뚱보집
약속을 잡기까지는 쉬운데 장소 정하는 건 다른 일이다. 모두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부산에서 이런 고민이 된다면 뚱보집이 적당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술 마시기에 참 좋은 분위기와 안주가 있으니까. 부산데파트(부산 최초의 백화점 형태의 시장)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연탄구이 냄새가 후각을 먼저 자극한다.
뚱보집의 대표 음식인 주꾸미구이 |
골목에 들어가면 연탄구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
매콤한 향이 일품인 주꾸미구이가 범인이다. 일단 침 한 번 닦고 가게로 들어간다. 메뉴부터 주류를 부르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주꾸미구이와 보쌈을 필두로 장어구이, 두부정식, 록빈, 콩나물밥이 준비돼 있다. 가격도 비교적 착한 편. 주꾸미와 보쌈 등 대표 음식이 1만8,000원이다. 안주 하나로 소주 1~2병은 비울 수 있으니 꽤 괜찮다.
뚱보집의 두부정식. 두부조림과 밥이 나오는 구성이다 |
뚱보집에 왔다면 역시 주꾸미와 보쌈 둘 중 하나는 맛봐야 한다. 연탄 향 솔솔 나면서 매콤달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주꾸미구이. 맵찔이도 불편함 없이 먹을 정도의 기분 좋은 매운맛이다. 더 강렬한 매운맛을 원하면 땡초주꾸미를 주문하면 된다.
생소한 이름의 록빈. 새우빈대떡인데 고소한 게 자꾸 손이 간다 |
생소한 이름인 록빈도 눈에 띈다. 새우빈대떡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일반 빈대떡과도 모양새가 다르다. 양파와 새우 등이 들어가고 튀기듯이 지져서 그런지 고소한 맛이 강하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더 필요하다면 콩나물밥과 두부정식을 시키면 된다. 메뉴를 여러 가지 시켜도 마지막 영수증을 받으면 그리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음식과 분위기에 이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가게인 이유다. 참, 이곳은 1982년부터 영업을 했으니 어느덧 40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냈다.
식사로 많이 주문하는 콩나물밥 |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