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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빈티지한 레트로 스폿 5

낙엽 지는 계절,

군위에 쌓인 여러 겹의 레트로를 들춰 봤다.

레트로의 이름으로

올해 7월1일, 경상북도 군위군은 대구광역시로 편입됐다. 군위는 넓다. 전체 면적이 대구의 약 41%를 차지할 만큼. 그런데 인구수는 대구 총인구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 하나 찾아보기 어렵고, 프랜차이즈 업체도 드물다. 땅 넓고 산 많고, 드문드문 사람이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맑은 물과 공기가 채우는, 유독 여백이 많은 곳. 모두가 ‘변화’니 ‘성장’ 따위를 운운할 때, 세상의 소동에 한 발 떨어져 느리게 멈춰 있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발전이란 어딘가 고약한 구석이 있어 거듭될수록 잃는 것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시간의 흐름 아래 희미해져 가는 모든 것들이 군위엔 ‘레트로’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빛바랜 학교, 흙 묻은 돌담, 오래된 간이역까지. 레트로가 레트로로 남아 있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군위가 가진 또 다른 힘이다.

●여행자의 작은 숲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

겨우내 말려 둔 곶감, 뒤뜰의 코스모스, 작고 네모난 주방 창문.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의 집은 화면 속 모습 그대로다. ‘영화 촬영지’란 타이틀만 보고 왔지만, 정작 이곳에선 ‘영화’도 ‘촬영’도 의미가 옅어진다. 쥐고 있던 모든 걸 내려놓고만 싶은 풍경이라서. 마당과 마루, 개울은 하나하나가 마치 한 그루의 나무 같다. 그 나무들이 이루는 숲에서 여행자는 쉰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혜원의 친구 재하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은, 녹진히 익어 가는 논밭의 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 레트로의 교차로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레트로는 교차에서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옛것과 새것이 오가고, 전세대의 추억과 후세대의 배움이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레트로는 비로소 부활한다.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 레트로의 교차로다. 옛 폐교를 리모델링한 테마 박물관에선 1960, 70년대 생활상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재현된다. 50년 전 시골 학교 교실부터 이발소, 사진관, 만화방, 연탄가게까지. 영사기가 돌아가듯 그 시절을 비춘다. 부모들이 낡은 나무 책상에 걸터앉아 추억을 회상하는 동안, 아이들은 옛날 오락기와 달고나에 열을 올린다. 교차로에서 마주하는 가장 흔한 일상이다.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화본역

‘아름답다’처럼 주관적인 형용사도 또 없지만, 이곳에선 객관을 따지기가 왠지 멋쩍어진다. 철로를 따라 핀 코스모스가, 세모 지붕의 대합실이 그렇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란 수식어는 역의 존재 자체로 주관에서 객관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1900년대엔 경북 신녕이나 영천장으로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는데. 지금은 하루에 상행 3편, 하행 3편만이 운행되고 있을 뿐. 나머지 여백은 고요함이 채운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일 수 있어서, 화본역은 또 너무나 화본역이라서. 그래서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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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전망뿐

화산산성 전망대 

당연한 얘기지만, 전망대의 본질은 전망에 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광활하고 찬란한 풍경을 선사할 것. 화산산성 전망대는 본질에 충실하다. 타워라든가 쇼핑센터라든가 하는 자질구레한 치장 따윈 없다. 그가 가진 건 오로지 ‘전망’뿐이다. 그런데 그 전망 하나가 전부여도 좋을 만큼, 풍경이 가진 힘이 세다. 꼬부라지는 산길을 타고 오르다 보면 해발 700m, 경북 유일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청정 지역인 화산마을이 발아래다. 수채화처럼 이어지는 높고 낮은 산들과 군위호, 갈대와 코스모스. 여기에 원색의 풍차가 떨어트린 빈티지함 한 방울까지. 액자 포토존의 인기가 상당한데, 사실 이런 풍경 앞에선 굳이 액자가 필요 없다. 눈 닿는 곳이 곧 그림이기 때문이다.

● 담백한 청국장처럼

한밤마을 돌담길

‘관광지’와 ‘터전’의 경계에서 좀 당혹스럽다. 포토존도, 셀카봉도, 말소리도 없다. 맞게 찾아온 건지 의문이 들 때쯤, 마을 전체를 감싸는 6.5km의 돌담이 나타난다. 부림 홍 씨가 이곳을 집성촌으로 삼았을 당시, 땅에서 파낸 돌들을 정리하며 포개 놓은 것이 돌담의 시초가 됐다고. 무려 1,0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어깨 높이부터 야트막한 담장까지 쭉 이어지는 돌담은 뭐랄까, 조미료 하나 없이 담백하게 맛을 낸 청국장 같다. 그렇다고 ‘내륙의 제주도’라 칭하기엔 글쎄…. 마을이 지닌 매력이 다른 무엇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화려함이 주는 자극보다 담백함이 주는 순수가 좋다면 한밤마을을, 군위를, 가슴에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대구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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