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을지로에서 찾은 '돈카츠' 맛집
서울 강북 여행의 중심은 광화문과 을지로다. 경복궁과 서촌, 북촌, 청계천, 명동, 힙지로 등 수많은 명소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식당도 당연히 많아서 선택 장애가 올 지경이다. 메뉴 고민에 지쳤을 때 돈카츠가 답이다. 광화문과 을지로에서 돈카츠로 이름난 곳들이다.
분지로 한국본점의 등심카츠 |
●나가사키에서 온 돈카츠
분지로
한국에서도 일본 못지않은 수준 높은 돈카츠를 만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상륙했다고 하면 궁금하긴 하다. 나가사키에서 서울로 찾아온 분지로(BUNJIRO)도 그중 하나다. 분지로는 요리가 타카다 유지가 일본 전역을 돌며 돈카츠를 연구한 후, 2004년 나가사키에 창업한 브랜드다. 타베로그, 구글 등 주요 웹사이트에서도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돈카츠로 평가받고 있다.
정원 같은 분위기의 분지로 |
롯데백화점 본점에 자리를 튼 분지로 한국 본점은 나가사키의 많은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타카다 유지의 기술을 익혀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고, 분지로만의 빵가루, 소스 같은 식재료는 물론 특수 제작 튀김기, 도자기 등도 공수했다. 메뉴는 로스(등심) 카츠, 특상 로스 카츠(한정 판매), 히레(안심) 카츠, 새우&로스 카츠, 분지로 스페셜 모둠 등이 준비돼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튀김옷과 촉촉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좋은 분지로의 돈카츠 |
튀김과 돼지고기의 조화도 좋은데, 튀김옷이 과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적당한 바삭함을 선사하고, 돼지고기의 촉촉함을 잘 지켜주니 말이다. 튀겼음에도 밥과 미소시루(된장국)과 잘 어우러져 마지막 한 점까지 기분 좋은 식사가 가능하다. 돈카츠의 영원한 단짝 양배추도 빠트리면 섭섭하다. 백화점인 만큼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숲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여유로운 점심 식사를 원한다면 한 번쯤 고려할 만하다.
●높은 기대감, 결과는?
오제제
식당에 가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큰 기대가 식사에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지나치게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 오제제가 그런 곳 중 하나다.
서울 인기 돈카츠 가게가 궁금하다면 오제제. 사진은 오제제의 안심카츠와 새우튀김 |
결과부터 말하자면 별 탈 없이 식사했다. 오제제는 돈카츠와 소바, 우동을 낸다.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안심돈카츠와 고소한 맛이 좋은 등심카츠와 특등심카츠, 쫄깃한 면이 매력적인 자루우동이 준비돼 있다. 또 큼지막한 새우튀김이 곁들여진 돈카츠 세트 메뉴로 풍성함을 더할 수 있다. 흰밥이 심심하다면 카레 추가로 맛을 보충하는 것도 추천한다.
탱글탱글한 면발이 인상적인 자루우동 |
돈카츠는 기대했던 대로 수준이 높았는데, 의외로 새우튀김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오는 즐거움은 음식이나 여행이나 같다.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를 음식뿐 아니라 인테리어, 오브제, 음악, 직접 제작한 그릇에 투영하고 있다. 오제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상호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서울에서 잘 나가는 돈카츠 가게를 확인하고 싶다면 오제제를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매력적인 변화구
필동카츠
밥과 미소시루(된장국), 돈카츠 구성의 식당 3곳을 봤다면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필동카츠의 ‘등심카츠동’으로 돈카츠의 활용법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 이곳의 카츠동은 흔히 볼 수 있는 자작한 국물의 카츠동과는 다르다. 달콤하고 짭짤한 소스에 비빈 밥 위로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와 돈카츠, 채소튀김이 자리를 잡았다. 돈카츠는 튀김의 바삭함을 살린 형태다.
필동카츠의 카츠동은 자작한 국물 형태가 아니라 소스카츠동이다 |
든든한 한 끼가 되는 등심카츠동 |
음식이 앞에 놓이면 일단 풍성한 자태에 만족스럽다. 작은 접시에 돈카츠와 채소튀김(가지·버섯·꽈리고추) 담고, 타래 소스, 와사비, 소금으로 한 번씩 맛을 즐긴다. 세 가지를 돌아가면서 먹거나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쭉 즐기면 된다. 인심 좋게 밥은 무료로 추가되니 부족함 없는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혼밥도 좋은 필동카츠 |
등심카츠동 외에도 안심카츠동, 멘치카츠동, 스키야끼 우동, 치킨카츠동 등이 준비돼 있다. 매장 내부는 특별한 포인트는 없지만, 사진과 소품 등을 활용해 온통 일본 감성으로 채웠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혼밥하기 편하게 좌석 배치를 한 것도 특징이다. 확실한 건 조금 색다른 카츠동을 경험하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가 돼 줄 식당이다.
▶맛집+
강남 돈카츠는 덤, 8분의 철학
카츠8
카츠8의 철학은 ‘카츠가 가장 맛있는 시간 8분’을 지키는 것이다. 첫인상부터 꽤 흥미롭다. 돈카츠 고유의 형식을 지키면서도 카츠8만의 색을 입힌 돈카츠를 선보이고 있다. 가게를 방문하면 여러 부분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태가 난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음식을 담는 그릇은 물론 참깨 전동 그라인더 등 디테일도 신경을 많이 썼다.
여러 카츠를 맛보고 싶을 땐 카츠8 모둠을 추천한다 |
깔끔한 인테리어 |
준비된 메뉴도 다채로운 편. 다양한 카츠를 맛볼 수 있는 카츠8모둠(등심·안심·새우카츠·치즈카츠), 흰살생선을 통째로 튀기고, 수제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인 통생선카츠, 특안심카츠, 등심카츠 등의 카츠 메뉴가 중심이 된다. 아주 바삭한 튀김옷과 두툼한 고기가 특징이다. 여기에 잘 지은 쌀밥과 미소시루(된장국)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여기에 얇게 썬 양배추까지. 이상적인 돈카츠 밥상 차림이다.
식기에도 공을 들인 태가 난다 |
카츠 메뉴 외에도 연어 카이센동, 참치·우니카이센동, 카츠8카이센동, 연어아보카도 Bowl, 참치아보카도 Bowl, 후토마키 등도 있다. 게다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카츠반상, 우동반상, 소바반상 같은 반상 메뉴도 준비돼 있다. 워낙 선택 폭이 넓다 보니 누구와 가도 괜찮다. 그저 취향에 맞게 잘 선택하면 즐거운 식사가 될 것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