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에서 놓치면 아쉬운 맛 3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다. 여행으로 주제를 좁히면 고양시가 왠지 그렇다. 거주민이 아니고서야 일산호수공원과 행주산성이라도 떠오르면 다행이다. 하지만 고양특례시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썩 괜찮은 여행지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부산, 대구, 전라도, 제주도처럼 딱 떠오르는 대표 음식은 없지만, 잘 찾아보면 의외로 괜찮은 음식이 제법 있다. 털레기, 웅어회, 일산칼국수가 그 주인공이다.
생소한 음식인 털레기, 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잊기 힘든 얼큰함이 있다. |
●털레기가 뭐꼬?
벵게식당
털레기, 이름만 들으면 어떤 음식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털어 넣고 끓여낸 탕 요리다. 동행한 회사 부장님 피셜, 강화도에도 털레기가 있는데, 본가에서 버섯털레기를 자주 맛봤다고. 고양은 조금 다른데, 미꾸라지가 주재료다. 미꾸라지탕에 국수나 수제비, 채소를 듬뿍 털어 넣고 끓여낸 매운탕으로,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추어탕과 달리 민물매운탕에 가까운 형태다.
고소한 추어튀김도 곁들임으로 좋다 |
고양특례시청 근처에 있는 털레기 맛집 ‘벵게식당’ |
이 털레기로 유명한 식당이 고양특례시청 근처에 있는 벵게식당이다. 이곳에서 털레기를 즐길 때 미꾸라지를 갈거나 통으로 넣는 방식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매운탕에 부추와 깻잎을 가득 넣어 향긋함을 더했고, 수제비와 소면으로 푸짐함을 더했다. 일단 쫄깃한 수제비와 부추를 먹다가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소면을 넣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무언가 더 먹고 싶다면 갓 튀겨내 바삭하고, 고소한 미꾸라지 튀김을 곁들이면 된다. 고양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미꾸라지 한 상인 셈이다.
●씹을수록 고소해
자유로민물장어웅어회
웅어도 생소한데, 웅어회는 더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임금님이 드시던 진상품 중 하나이며, 고양의 특색 음식이라고. 식당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유로민물장어웅어회의 웅어회는 잘게 채 썰어서 나온다. 회 밑에 깻잎 등 채소를 깔아서 내고, 초고추장과 고추냉이를 소스처럼 둘러준다. 사장님의 화려한 손놀림으로 비비면 간이 딱 맞는 웅어회가 완성된다.
임금님 진상품 중 하나였던 웅어. 웅어회와 구이 등 두루 즐겨보는 건 어떨까 |
한 젓가락 크게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식감에 먼저 반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에 또 놀란다. 초고추장 때문인지 따뜻한 밥에 비벼 먹고 싶다. 물론 웅어회 덮밥을 따로 판매하고 있는데, 밥 하나 추가해서 회를 반찬처럼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매콤달콤한 양념과 깻잎이 회와 잘 어울린다 |
장어구이도 같이 판매하고 있어 가족 식사로 좋다 |
웅어구이는 횟감보다 좀 더 큰 웅어를 사용하는 것 같고, 잘 말린 웅어를 구워 진한 맛이 특징이다. 잔가시가 많지만 억세지 않은 편이다. 웅어회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보통 장어구이도 같이 내는데, 의외로 장어구이도 맛이 괜찮다. 능곡역 주변으로 웅어회·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여럿 있고, 식사 후에는 능곡 1904와 5일장 능곡전통시장(2·7일)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닭과 바지락의 만남
일산칼국수
일산칼국수는 닭 육수와 바지락으로 맛을 낸 스타일과 닭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등을 아우른다. 고양시 곳곳에 일산칼국수라는 이름의 식당이 많아 다양한 맛을 체험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럼에도 닭과 바지락을 조합한 일산칼국수를 가장 추천하고, 밤가시마을에 있는 일산칼국수 본점도 가봐야 할 식당 중 하나다. 주말이면 가게 일대가 상당히 붐비고, 점심시간에 딱 맞춰 가면 기다리기 일쑤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일산의 맛, 일산칼국수. 푸짐한 양도 장점이다 |
주말이면 기다리기 일쑤다 |
일단 음식을 받으면 푸짐한 양에 놀란다. 첫맛을 보면 바지락 칼국수와 확실히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닭고기 육수의 고소함이 먼저 치고 들어오고, 후미에 바지락의 짭짤한 맛이 느껴질 것이다. 쫄깃한 면은 덤이다. 살짝 매콤한 김치와 궁합이 좋고, 국물과 쌀밥의 조화도 훌륭하다. 취향에 맞게 두루두루 즐기면 일산칼국수의 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 칼국수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밤리단보넷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다채로운 매력의 카페가 즐비하고, 액세서리, 빈티지 소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도 많다.
●▶맛+
디저트는 못 참지
열두톨&고야청년카페
고양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 이곳은 과거 한강 농경문화의 중심지로, 한반도 최초의 재배 볍씨인 고양가와지볍씨가 출토된 지역이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현재 특화 품종인 고양가와지쌀을 재배하고 있다. 이 쌀로 밥만 짓는게 아니라 술을 빚고, 디저트를 만들기도 한다.
고양 특화품종인 가와지쌀로 만든 열두톨의 파운드 케이크 |
열두톨 매장 |
정발산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열두톨(12tol)은 가와지쌀을 활용한 쌀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 메뉴는 파운드케이크다. 가와지 플레인과 얼그레이 레몬, 의성검은깨, 초코파운드 등 다양한 맛이 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시즌 메뉴도 있다.
고양관광정보센터 내에 있는 고야청년카페에서 선보이고 있는 가와지쌀프라푸치노와 열두톨의 파운드 케이크 |
쌀로 만들어서 그런지 식감은 대체로 부드러운 편, 여러 부재료를 더해 향과 맛을 살려서 간식으로 꽤 좋다. 쌀 쿠키도 있어 파운드케이크와 함께 기념품이나 선물로 활용해도 괜찮다. 고야청년카페는 고양관광정보센터 한 편에 있는데, 최근 가와지쌀을 활용한 쌀라떼와 살프라푸치노를 출시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곡물 음료로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