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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말

영어에서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말

롤리타, 혀끝의 세 단계 여행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 리- 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midir Nabokov)의 소설 [롤리타(Lolita)]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첫 문장들은 작품의 화자가 롤리타라는 소녀의 존재에 대해 갖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롤리타’라는 이름이 가진 소리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보코프는 마흔이 넘어 미국으로 귀화한 러시아계 작가인데 영어로 소설을 써서 영어권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가 영어에 대한 감각도 뛰어났다는 사실은 바로 [롤리타]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롤리타’라는 이름은 왜 아름답게 들릴까요? 두 번 연달아 나오는 유음(流音) /l/과 파열음 /t/의 절묘한 조합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음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아름답게 들린다고 합니다.

‘어음미학’과 Cellar Door

아름답게 들리는 말의 음질을 전문용어로 활음조(滑音調)라고 하고 영어로는 유포니(euphony)라고 합니다. 언어의 미적 속성들을 연구하는 학문을 어음미학(語音美學 phonaesthtics)이라 하고요.

이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발음하기 쉽고 듣기 좋은 소리를 선호한답니다. 그래서 자음보다는 모음을 좋아하고, 짧은 모음보다는 긴 모음을 좋아한다는군요. 자음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모음에 가까운 반모음 /w/, /y/와 유음 /l/, /r/을 좋아합니다.

언어 전문가들 사이에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습니다. 뜻은 상관없이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이루어진 영어의 어구는 무엇이냐를 묻는 조사였습니다. 여러 어구들이 후보에 올랐지만 오랫동안 단연 1위를 차지한 말이 있습니다. cellar door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지하실 문’이라는 말인데 뜻을 따지지 않고 소리만 듣자면 가장 아름답게 들린다고 합니다.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아름답게 들린다는군요.

‘셀러 도어’라고 발음되는 이 말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마찰음 /s/, 유음 /l/과 /r/, 그리고 가장 듣기 좋은 모음이라는 /o/를 포함하여 3개의 모음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셀러 도어’라는 말이 가장 아름답게 들린다는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뜻이 인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말의 후보로 다른 말들을 내세웁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셀러 도어’의 아름다운 음질을 인정하면서 발음만 같게 하고 철자를 달리한 새로운 단어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가령 어떤 소설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의 이름을 ‘Selladore’, ‘Cellador’, ‘Salladhor’ 등으로 붙이기도 했습니다.
영어에서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말

© tagxedo.com

“갈가마귀”와 Nevermore, 그리고 Lenore

‘셀러 도어’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도 좋아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갈가마귀(The Raven)”라는 저 유명한 시를 쓸 때 시의 주제와 맞으면서 소리 울림이 가장 큰 단어를 찾았는데 그때의 기준이 ‘셀러 도어’와 비슷한 소리 효과를 내는 단어였습니다. 그가 찾아낸 단어는 Nevermore였습니다. 그는 이 단어가 되풀이하여 나올 수 있도록 시의 후렴구로 사용했습니다. 이 단어 ‘네버모어’에는 ‘셀러 도어’에 들어 있는 모음이 같은 순서로 나올 뿐 아니라 유음 /r/이 2개, 비음 /n/, /m/이 2개, 부드러운 자음 /v/가 들어 있습니다.

‘네버모어’를 생각해 내기 전에 포가 좋아했던 단어는 Lenore라는 여성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이 이름에도 역시 /o/ 모음과 유음 /r/이 들어 있고 비음 /n/고 들어 있습니다. 이 이름 역시 “갈가마귀”에 등장합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아름답게 여겨지는 영어 단어는?

소리에 한정하지 않으면 아름답게 여겨지는 말에 대한 생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04년 영국문화원이 설립 70주년을 맞아 비영어권 102개 국가의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묻는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1위로 뽑힌 단어는 mother(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차례로 passion(열정), smile(미소), love(사랑), eternity(영원), fantastic(환상적인), destiny(운명), freedom(자유), liberty(해방), tranquility(평온) 등의 단어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역시 소리보다 뜻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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