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10가지 문장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여행의 목적은 다양합니다. 크게는, 일을 위한 여행과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여행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은 일을 위한 여행도 아니고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여행도 아닙니다. 진정한 여행은 여행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입니다. 그것은 집을 떠나 국경 너머 미지의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것 자체를 주된 목적으로 삼는 여행입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리자면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여행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일이나 휴식을 위한 여행도 이러한 여행의 성격과 요소를 전혀 포함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일이나 휴식을 위한 여행에서는 여행다운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경험하기가 어렵습니다. 여행 이외의 목적에 마음 쓸 일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고 무작정 국경을 넘어 낯선 나라의 땅을 밟는다고 해서 그 여행이 절로 여행다운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다운 여행을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자가 여행의 ‘이유’와 ‘방법’을 찾는 데 참고할 만한 10가지 문장을 소개합니다.
1. 혼자 떠나라 – 스스로 발견한 세계가 더 강렬하다
낯선 세계의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경험하고 음미하려면 되도록 혼자인 것이 좋습니다. 동행자가 있으면 그에게 계속 마음을 써야 하기 때문에 홀로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관찰하고 음미할 여유가 생기지 않습니다. 동행자와 관심사와 취향이 다를 때는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 여행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상대와 낯선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마음에 맞는 사람과 동행하게 된다면 서로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채워주며 서로의 경험과 사유를 더 깊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스스로 발견하고 사유한 세계가 더 강렬하게 남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계획을 너무 자세히 짜지 말라 – 아무 때나 멈춰 설 수 있는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의 세계에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 여행은 불가능합니다. 숙박지나 교통편을 미리 알아보지 않고 국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귀중한 경험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계획은 되도록 간단히 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뜻밖의 아름다운 장소를 만났을 때 멈춰 서서 그곳을 바라볼 수 있고, 운치 있는 바를 발견했을 때 그곳에서 쉬어갈 수 있으며,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3. 외국어 능력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 – 여행자에게 완벽한 표현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의사소통에 자신이 없어 홀로 여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언어가 여행에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현지 언어를 모르는 여행자가 오히려 더 진정한 여행의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소통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중학생 수준의 영어 어휘와 성인의 지적 수준이면 낯선 나라에 가서도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어 문제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안하면 꼭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표현들을 수첩에 적어가면 됩니다.
4. 많이 헤매라 – 목적지는 여정이 끝나는 마지막 장소에 불과하다
일이나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해 놓은 목적지에 가장 쉽게, 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길을 잃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보다 지도를 보고 직접 목적지를 찾기를 권합니다. 여행자의 헤맴은 낭비가 아닙니다. 헤매는 일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만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됩니다. 목적지를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여정이 끝나는 마지막 장소’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5. 많이 보려 하지 말고 자세히 보라 – 하루에 한 문화를 이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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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려 하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부에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가까이 다가가야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짜는 바깥이 아니라 안에 혹은 뒤 편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한 도시씩 보는 것은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장소도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이 다를 수 있지요. 한 도시를 여러 날에 걸쳐 깊이 보는 것이 하루에 한 도시씩 보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6. 박물관은 생략하거나 맨 나중에 보라 – 온종일 박물관에서 보낼 것이 아니라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은 여행의 품위를 높여주는 코스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전시물을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은 여정에서 생략하거나 다른 구경을 다 한 뒤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압축 요약해 놓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곳의 살아 있는 현재를 경험하게 해 주는 곳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은 종일 걸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여행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다른 생생한 것들을 보고 경험할 시간을 빼앗아 버립니다. 그리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이야말로 ‘훑어 보는 것’이 의미가 없는 공간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보낼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곳을 방문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7. 사진을 많이 찍지 말라 – 남들이 다 찍는 사진을 찍으려거든
아름다운 풍경이나 유명한 건축물 앞에 서서 그곳에 왔었다는 인증 사진을 찍는 일로 여행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 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진 찍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정작 실제로 보는 시간은 없게 됩니다. 인터넷에는 이미 훌륭한 사진가들이 찍어 놓은 멋진 고화질 사진들이 널려 있습니다. 중요한 일은 대상의 세부를 관찰하고 그것들의 아름다움과 그것들의 역사와 의미를 음미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거든 남들이 찍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나 똑같이 찍는 다시 똑같이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의 눈길에서 벗어나 있는 것들, 혹은 그 장소가 그 순간에 고유하게 보여주는 어떤 사건을 포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여행에서 ‘동반자’가 큰 의미가 있다면 많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이 내 미래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데 몰두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8. 불편을 즐겁게 받아들이라 – 불편은 새로움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여행지에 가서 꼭 고향의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여행지의 낯선 환경이나 관습도 잘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이나 휴식을 위해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음식과 환경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여행이란 집과 고향의 안락을 떠나는 일이므로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자는 이 이국의 낯선 차이들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그 차이를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음미하고 즐기려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편은 새로움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9. 방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라 –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싶다면
오늘의 세계에서 미지의 곳은 사라졌습니다. 모든 곳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데 이 축적된 지식을 무시하는 것은 게으른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사전 지식 없이 여행하게 되면 불필요한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지식을 갖춘 여행자는 현지에서 더 많은 것을 더 깊이 보고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지 사람들을 사귀고 대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반가운 것처럼요.
10.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보라 – 이 만남은 우주적인 우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일 수 있습니다. 많은 여행자가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오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와서 더 자세히 보려니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그곳을 마지막으로 보는 여행이 되고 마는 수가 많습니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한 번밖에 보지 못하는 장소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볼 때 세상의 수많은 장소 가운데 어떤 장소를 한 번이라도 스쳐지나 본 적이 있다면 그 스침은 어떤 면에서 우주적인 우연이라 할 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은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지없이 안타깝고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장소에서 이것이 마지막 바라봄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 장소들은 전부 달리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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