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휴지를 고르는 방법
두루마리 휴지에 형광 증백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화장지, 특히 두루마리 휴지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형광 증백제’ 때문입니다. 형광 증백제는 피부질환이나 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논란이 있는 물질입니다. 형광 증백제가 인체에 어떻게 유해한지 확정적으로 얘기할 만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일종의 ‘표백제’ 성분이 피부에 닿는다고 생각하면, 그 사실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여기기는 어렵지요. 두루마리 휴지를 얼굴을 닦는 등의 용도로도 흔히 사용하는 습관 탓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화장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형광 증백제를 사용하는 것을 불법입니다. 그렇지만, 그 규정을 상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아리송한 부분이 있습니다.
형광 증백제 관련 화장지 [유해물질 안전요건] – “미용 화장지에는 검출되어서는 안되며, 화장실용 화장지의 경우 생산과정에 형광 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일단, 항문을 닦기 위해 탄생한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는 미용 화장지와 비교하면 덜 까다로운 안전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그리고 흔히 ‘갑 티슈‘라고 부르는 미용 화장지에 형광 증백제가 들어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는? 생산과정에 형광 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이러한 표현은 폐지를 재활용한 재생 펄프로 휴지를 만들 때 들어가는 형광 증백제와 관계가 있습니다. 재생 펄프로 휴지를 생산하면 (제조 과정에서 형광제를 별도로 첨가하지 않더라도) ‘재활용 원료로 사용된 폐지 자체’에 그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형광 증백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재생 펄프의 원료가 되는 폐지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접하는 A4 종이라든가 책 등에는 모두 형광 증백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위에 파란 글씨로 적힌 문구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두루마리 휴지를 생산할 때 재생 펄프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추가로 형광 증백제를 투입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군요.
그럼, 두루마리 휴지 제품에 ‘화장실에서만 사용하고, 냅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적혀 있는 경고 문구가 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두루마리 휴지에는 형광 증백제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화장실용 화장지 [사용상 주의사항] 표기 규정 – “주위 글씨 등과 쉽게 구별될 수 있는 방법(예: 적색 글씨, 또는 주위 글씨보다 훨씬 3배 이상 큰 글씨 등)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올바른 사용법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제품에 ‘화장실용으로만 사용할 것, 식당이나 가정에서 냅킨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표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주의사항은 제품에 형광 증백제가 들어 있든, 들어있지 않든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되어 있어서 혼란을 유발합니다. 두루마리 휴지라도 재생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냅킨으로 사용하여도 무방하니까요. 또한, 폐지를 재활용한 경우라 하더라도 우유팩이나 종이컵을 재활용한 휴지의 경우 형광증백제에서 안전합니다. 식품을 담는 용기에는 형광 증백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나는 어떤 두루마리 휴지를 사서 써야 하는가?
다음과 같은 원칙을 기억하면 됩니다.
1. 무조건 형광 증백제가 없는 휴지를 사용하고 싶다면
→ 100% 천연 펄프 표시가 있는 제품을 찾습니다.
천연 펄프 표시가 의무는 아닌 것 같지만, 널리 알릴 만한 일이므로 대체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휴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형광 증백제를 투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러므로 천연 펄프를 사용하였다면 논란의 물질인 형광 증백제가 포함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천연 펄프’가 친환경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을 경계할 필요는 있습니다. 열대림을 베어내어 천연 펄프로 만든 휴지보다는 자원을 재활용한 재생 펄프가 더 친환경적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2. 자원 재활용에 동참하고 싶지만 형광 증백제는 걱정된다면
→ 우유팩을 재활용한 제품을 찾습니다.
재생 원료를 사용했지만 (천연 펄프를 사용했다는 말이 없는 경우겠지요) 100% 우유팩을 재활용했다고 쓰여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러한 휴지 역시 형광 증백제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유팩은 본래 형광 증백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생 펄프를 사용한 경우 원칙적으로 '본 제품은 자원 재활용을 위해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입니다.'라는 문구를 포함해야 하지만, “식품위생법의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규격’에 의한 기준을 만족하는 종이제 또는 가공지제를 재생 원료로 사용한 경우”에는 이 표기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유팩을 재활용한 제품은 재생 원료를 사용했다는 표기가 생략되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3. 어차피 형광 증백제는 일상에 퍼져 있고 상관없다는 쿨한 당신
→ 재생 원료 제품을 사용하고, 가능하면 화장실에서만 사용합니다.
두루마리 휴지에 포함된 형광 증백제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화장지에 포함된 형광 증백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검증한 자료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환경 단체에서는 재생 펄프를 사용한 화장지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일부러 100% 천연 펄프 제품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길이니까요. 재생 원료를 사용한 경우 재활용에 대한 표시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본 제품은 자원 재활용을 위해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입니다.”라는 문구를 포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품을 찾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