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엘리자벳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V-리그 2년 차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의 활약이 눈부시다. 현재 여자부 득점 선두이자 공격종합, 오픈공격, 서브 부분에서 상위권에 있다. 폭발적인 강타와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봄 배구 진출을 꿈꾸는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강인한 모습과 긍정의 에너지로 코트 안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낸 토끼띠 선수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땅에서 더욱 멀리 나아가려 한다. 한 걸음씩 확실하게. 넘어지는 날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보는 이들마저 뜨겁게 만드는 여전사다. 그의 배구 여정 속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할 V-리그와 한국생활을 1999년생 여자 외국인 선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더스파이크>가 만나서 다양한 얘기를 돌아봤다.
아름다운 헝가리에서 먼 한국 땅으로, 도전의 아이콘
Q. 안녕하세요! 먼저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를 하게 된 소감이 긍금해요.
<더스파이크>가 우리 팀에서 진행했던 인터뷰도 많이 봤고, 정호영과 한송이 선수가 나온 기사도 봤어요. 그래서 더 기쁘고, 영광입니다.
Q.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V-리그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전부터 한국을 알고 있었습니다. 발렌티나 디우프와 루시아 프레스코가 한국에서 뛴 걸 알고 있었고, 언젠가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먹고 발을 디뎠는데, 와보니까 정말 좋아요.
Q. 사실 한국과 헝가리의 거리가 가깝지는 않은데 먼 한국에 두려움은 없었는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어땠나요?
가족이 여러 나라에 살고 있어요. 아프리카나 미국에도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다른 나라에 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 올 때 두려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Q. 엘리자벳이 사는 헝가리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한국처럼 산지는 아니지만, 평지가 많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나라예요. 라벤더 들판이 많기로도 유명하고, 부다페스트는…정말 아름답습니다!
한국의 묘미 “배달 서비스에 빠져 있어요”
Q. V-리그 두 번째 시즌인데 이제 한국생활에 많이 익숙해졌을 것 같네요. 배구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시즌 중에는 스케줄이 타이트해서 쉬는 날이 많지는 않아요. 다음 경기를 위해 대부분 집에서 푹 쉬려고 합니다.
Q. 그렇다면 시즌이 끝나고 나서는 한국의 관광지나 명소에 가본 적이 있나요?
2021-2022시즌 뒤 오빠가 한국으로 와서 롯데타워에 갔었어요. 경관도 좋고, 빛도 많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여기에 담긴 에피소드가 있는데, 사실 다음 시즌엔 한국에서 다시 못 뛸 거라고 생각해서 ‘(한국에서)마지막인 만큼 멋진 곳에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다녀왔는데 이렇게 다시 뽑혀서 한국에 있네요(웃음). 그리고 작년 여름에 팀에서 선수들과 함께 조정훈련을 위해 충주에 다녀왔어요. 선수들끼리 팀을 나눠서 조정 경기를 했는데 재밌어서 기억에 남아요.
Q. 스스로 느끼기에 한국 생활이나 문화에는 어느 정도 적응됐다고 생각하나요?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한국어를 하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가끔은 어려워서 울고 싶을 때도 있답니다. 배달 서비스도 자주 이용해요. 아침 7시면 오니까(웃음). 매우 편하고, 지금은 배달 서비스에 빠졌어요. 돈을 많이 쓰게 되지만 그래도 매우 편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많이 사다 보면 집으로 돌아갈 때 짐이 엄청나게 많아져요. 가져온 짐 보다 돌아갈 때 짐이 많아져요. (주로 어떤 걸 가져가는지?) 생활용품들을 새로 사서 가져가요. 작년에는 스킨 케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헝가리에 많이 있어서 가져가서 소개해줬어요. 부채 같은 한국 기념품도 많이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요. 아! 그리고 H가 묵음인 여러 가지 맛 아몬드를 정말 많이 사서 갑니다. 제일 좋아하는 맛은 체리쥬빌레에요!
Q. 이번에는 ‘음식’에 관한 질문입니다. 즐겨 먹는 한국음식이 있나요?
오늘(1월 11일) 점심에 나왔던 ‘날치알밥’ 좋아해요. 처음에 먹었을 땐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먹어보니까 너무 맛있더라고요. 이제는 좋아합니다. 그리고 낙지볶음이나 주꾸미볶음도 좋아해요. 예전엔 도시락 같은 걸 먹을 때 샐러드 위주로 먹었는데 이제는 낙지볶음이 있는 메뉴로 먹어요. 해산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코트에서는 행복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Q. 이제 배구 이야기를 해보죠. 두 번의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두 높은 순위로 지명이 됐어요.
전혀 뽑힐 줄 몰랐어요. 2021-2022시즌 드래프트 명단을 봤을 때 ‘그래.. 난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뽑히게 돼서 너무 놀랐어요. 올해도 확신이 없었어요. 작년에 뽑힌 건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운 좋게 지명돼서 ‘오케이 가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올해 드래프트에서 지명되고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는데 KOVO에서 연결해준 화면이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네요.
Q. V-리그에 오기 전에 헝가리 리그에서 뛰었는데, 차이점이 있나요?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헝가리가 2022-2023시즌부터 리그가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더 강해졌다고 하더라고요. 헝가리와 한국은 리그 스케줄이 비슷한데, 속도나 흐름이 달라요. 한국은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 왜 그렇게 느끼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국은 체력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요. 아침마다 웨이트 운동을 해요. 헝가리는 몸을 만드는 것보다 배구 훈련 비중이 더 높아요. 이게 가장 차이점인 것 같네요.
Q. 현재 V-리그는 선수를 상징하는 응원가나 선수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 같은 다양한 팬 문화가 있는데, 헝가리에서는 어떤가요?
이런 팬 문화를 경험하는 게 처음이에요. 처음 한국 경기장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유니폼도 가져오고, 노래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팬과 선수가 교류하는 관계도 많아서 기뻤어요.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가운데 팬 문화가 가장 좋아요. 나를 여유롭게 해주기도 하고, 힘을 실어줘요.
Q. 응원가인 ‘엘리하이’ 노래는 어떻게 느끼나요?
처음에 추천받았을 때 이게 괜찮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나서 춤을 봤는데 춤이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았어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통역분이 추천해줬어요. 내 이미지를 더 재밌고 밝게 만들어주고 유행이 될 것 같다고 느껴서 추천했대요.
Q. 엘리자벳은, 정말 활기 넘치고 밝은 모습이에요. 코트 안에서도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이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일까요?
행복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그리고 원래 에너지가 많아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해요. 이런 모습들이 코트에서도 똑같이 나온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이 사람들과 즐길 수 있어 자연스럽게 나와요.
Q. 경기 전 루틴이나 꼭 하는 게 있다면.
되게 많아요. 7시 경기면 3시 반에 간식을 먹고, 그 이후에는 최대한 진지하게 집중하려고 해요. 전화는 가족들 제외하고는 피해요. 유니폼은 경기하는 날은 경기장에서 입는 유니폼만 입어요. 경기를 앞둔 오전에 연습이 있어도 훈련복을 입지 않고 경기 때 입을 유니폼을 입고 훈련해요.
Q. 경기가 안 풀리거나 운동이 잘되지 않는 날도 찾아올 텐데 이런 날들을 극복해나가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팀원들과 코치진, 가족들로부터 응원이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응원으로 극복하고, 스스로 마음도 단단하게 만들어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아직 스스로 만족하진 않아요 느리지만, 한 걸음씩 확실하게 나아가려고 노력해요”
Q. 현재 배구선수로서 자신의 모습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아직 많이 만족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새롭게 습득해야 하는 부분도 많고, 기량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느리지만, 한 걸음씩 확실하게 나아가려고 노력해요.
Q. 기록을 보면 첫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이 보입니다.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한 번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2번째 시즌에는 마음가짐을 편하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선수들과 호흡도 편해졌고,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작년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끝나고 난 뒤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어서 더 노력했습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서브나 공격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브, 공격, 블로킹 중 가장 짜릿한 득점은 어떤 것인지.
음… 블로킹이요! 왜냐하면 아직까지 블로킹에 대해서 잘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블로킹을 잡았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딱 블로킹을 했을 때 ‘드디어 하나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Q. 서브가 정말 많이 강해졌어요.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도 강서브가 잘 통하는데.
아직 안정적이라고 느끼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노력 중입니다. 그래도 전보다 자신감을 얻었어요. 고희진 감독님이 범실 해도 괜찮으니까 세게 넣어라 해서 세게 넣을 수 있었어요.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네요. 팀에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서브 범실은 나만 할 수 있다고 말해줘요. 훈련할 때도 그래요. 범실을 해도 무조건 강하게 가라고 하세요.
“내향적이지만, 외향적인 사람이에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답니다”
Q. 이제 엘리자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배구말고 가지고 있는 취미가 있다면.
시즌 때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다른 취미에 에너지를 쏟으려 하진 않아요. 시즌이 아니라면 요리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산책도 즐기는 편이에요. 휴가 때는 새로운 지역을 다니는 걸 정말 좋아해요. 정리해보면 책 읽는 것과 여행하는 것,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Q. 평소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내향적이지만 외향적인 사람이에요.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해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작년 12월에 가족들(사촌언니와 조카)이 한국에 왔는데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가족들이 와서 엄청난 힘이 됐어요. 엘레나랑 마야가 왔어요. 엘레나는 나의 사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어요. 그래서 엘레나의 오빠도 친오빠 같아요. 그리고 마야는 나보다 어리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어 의지가 됐어요. 가족들과 많은 걸 하진 못했는데, 크리스마스 경기 끝나고 다음 날 하루 쉬는 날이 있어서 서울에 갔어요. 명동 백화점도 보고, 명동 성당도 보고, 남대문 시장에 가서 기념품도 사며 시간을 보냈어요.
Q. 즐겨듣는 노래가 있는지, 한 곡 추천해준다면.
좋아하는 노래가 정말 많아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해요. 이번 여름에는 아프리카 비트에 빠졌었어요. ‘KU RO SA’라는 노래 가장 많이 듣고,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요. 듣는 걸 멈출 수 없습니다.
Q. 배구선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걸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지금 23살인데, 대학생이 됐을 것 같아요. 아마 삼촌과 함께 런던이나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Q. 올해의 버킷리스트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는 거라고 했는데.
가족들이 아프리카에 있어요. 대가족이라서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도 많아요. 꼭 가족뿐만 아니어도 어렸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어요. 가족과 궁금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가고 싶어요. 그리고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 다니는 걸 다 좋아해요.
Q.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네요. 인터뷰를 진행한 소감이 궁금해요.
재밌었어요. 기분이 너무 좋네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기쁘고 영광입니다.
Q. 많은 팬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와주시고, 응원의 메세지도 보내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팬 분들께 전하자면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 행운이고, 영광이에요!
글. 안도연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