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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방송계에서 먼저 얼굴을 알린 후 뮤지컬 무대의 문을 두드린 정상훈.


‘낯익은 얼굴’의 배우에서 뮤지컬계 대표 코미디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정상훈이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 왔는지 그의 인생 그래프를 짚어본다.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초연의 묘미 '이블 데드'

“<아이 러브 유>가 방송 활동과 뮤지컬을 병행하고 싶게 했다면, <이블 데드>는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겠노라 결심하게 만들었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캐릭터와 공연을 만들어가는 진짜 재미를 알게 됐거든요. 당시 배우들 간의 팀워크도 잘 맞아서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죠. ‘<이블 데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땀! 춤에 전혀 소질이 없는 탓에 안무를 익히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던지. 저만큼이나 춤을 못 췄던 (양)준모랑 둘이서 몇 시간씩 안무 연습을 하다 온몸에 힘이 풀렸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하얘져요. 완급 조절을 못할 때라 뭐든 막무가내로 열심히 했는데, 그러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팬클럽 규모도 쭉쭉 성장했던 행복한 시기였죠. (웃음)”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무대를 향한 열망 '아이 러브 유'

“제 첫 번째 뮤지컬은 2001년에 출연한 <갓스펠>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땐 방송 활동에 집중하던 때라 뮤지컬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어요. 작품보다는 제 마음가짐이 문제였죠. 뮤지컬이 욕심나기 시작한 건, 절친 정성화 형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아이 러브 유> 초연을 보고 나서예요. 배우 넷이 수십 개의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공연을 보면서 이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절실히 <아이 러브 유>를 하고 싶었던 터라, 당시 음악감독님을 쫓아 교회에 나가는 등 온갖 방법을 써서 오디션 기회를 얻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에 합격해 작품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산 넘어 산이었지만, 공연을 하면 할수록 즐기고픈 마음이 강해졌어요. 어떤 면에서는 <아이 러브 유>가 저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죠.”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가르침을 준 도전 '펌프보이즈'

“<펌프보이즈>는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배우가 직접 기타 연주를 했어요. 작품이 올라갈 당시 제 기타 실력은 누구 앞에서 연주할 정도가 아니었는데, 욕심으로 작품에 참여했죠. 열심히 연습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연습 두 달 동안 기타를 매일 끼고 살았어요. 근데 생각만큼 실력이 쉽게 늘지 않더라고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죠. 어디까지가 도전이고, 어디까지 욕심을 부리는 게 맞을까,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펌프보이즈>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순전히 주연을 하고 싶어서였거든요. 방송에서도, 무대에서도, 나는 왜 계속 조연이어야 하나, 그런 오만한 생각에 욕심을 부렸던 거죠. 그 일을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걸 잘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의미 있는 슬럼프를 겪은 셈이죠.”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코믹감 발휘 '스팸어랏'

“앞선 슬럼프를 겪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타고난 코믹감을 잘 살릴 수 있는 나만의 길을 걷자는 거였어요. 나름대로 마음을 굳게 먹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작품이 <스팸어랏>이에요. 어딘가 조금씩 모자라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 최고의 병맛 코미디! 초연 당시 최강 코미디 작품에 코미디 선수라고 불리는 배우들로 팀이 꾸려져서, 말 그대로 전의가 불탔어요. 뮤지컬계에서 코미디의 한 획을 긋자는 마음으로 진짜 열심히 했죠.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느라 밤잠까지 설치면서 공연을 준비했는데, 열심히 노력한 만큼 관객 반응도 좋았어요. 첫 공연부터 객석에서 웃음이 빵빵 터지는데,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초심을 되살려준 '맨 오브 라만차'

“<맨 오브 라만차>의 산초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 망설였어요. 이 역을 대표하는 배우가 있는 캐릭터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연습에 들어가 보니, 이 작품과 캐릭터는 배우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더라고요. 연습이 진행될수록 순수하게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 살고 싶단 생각이 커졌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맨 오브 라만차>는 관객이나 배우 모두에게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저 별을 향해 가겠다고 말하는 돈키호테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인생의 마지막 날 후회 없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되죠.”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글 | 배경희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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