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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 "쥐 죽은 듯 살고 있다"

횡성 귀농 4년째… "시골서 조용히 여생 보낼 것"

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  "쥐 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국정농단 사태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의 최근 모습은 '대한민국 서열 2위'라는 소문이 무색하게 시골촌부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17일 강원도 횡성 모처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정 씨. /강원 횡성=이원석 기자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사람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세간의 관심에서 잊히는 일들이 많습니다. 한때 뉴스를 뜨겁게 달구던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나 이슈메이커의 '이슈 그 후' 상황을 '지금 그는?'이란 코너를 통해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영락없는 시골 사람이었다. 한 때 '대한민국 서열 2위'라는 소문까지 무성했던 정윤회(63) 씨를 <더팩트>가 지난 17일 강원도 횡성의 한 목장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야기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 2년이 지났다. 직·간접 관련자 대부분은 사법적 처분이 마무리됐거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정농단과 관련한 많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 의혹을 풀 열쇠는 당사자들이 쥐고 있지만, 자세히 그때 그 시절을 설명하는 이는 없다.


특히 이 사태의 예고편이라 불리는 '정윤회 문건 파문'의 주인공 정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최순실 씨의 전 남편으로 다양한 의혹의 장본인으로 지목됐지만 별다른 사법적 처분 없이 낙향했다. 정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까. <더팩트>가 그를 찾아가 물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찾아갈 이도 없다"

<더팩트>는 지난 17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정 씨의 거주지로 알려진 아파트를 찾았다. 정 씨는 지난 2015년 9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당초 24평형 규모의 전셋집(전세금 6000만 원)에 거주했지만, 지난해 7월 같은 동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7200만 원에 매입해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취재진은 곧장 정 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벨을 누르고, 노크를 해도 인기척이 없었다. 경비실에 문의 했더니 "정 씨는 조금 전 차를 타고 나갔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경비원은 정 씨를 자주 봤느냐는 질의에 "오가며 자주 뵙는 분"이라며 "직접 인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정 씨가 지난 2016년 6월 매입한 목장 부지에 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취재진은 인근 부동산을 통해 대략적 위치를 확인했다. 이후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자택에서 5km쯤 떨어진 그의 목장을 찾아갔다. 굴착기 3대가 구역을 나눠 한창 땅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  "쥐 죽은

취재진이 찾아간 정윤회 씨 소유 토지에선 밭 정비 공사가 한창이었고 정 씨는 자신의 차량 속에서 공사를 감독하고 있었다. /이원석 기자

정 씨는 작업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둔 본인 차량 운전석에 앉아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재진의 대화 요청에 잠시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던 그는 계속되는 질의에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오래 전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일에) 손을 뗐다. 오래됐고 (국정농단과 관련) 아는 것도 없다. 검찰 조사도 받았고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나오지 않았나. 다 끝난 일이고 여기 내려온 지 벌써 4년이나 됐다. 조용히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지내려고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지내며 목장을 운영하고 밭농사도 짓고 할 것이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정 씨의 얼굴과 표정에선 지난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 출석했을 당시의 날카로움도, 매서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0대 촌부처럼 보였다.


정 씨는 과거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본인도 만나러 가지 않는다고 했다. 연장선에서 전 아내인 최순실 씨나 예전에 모셨던 박 전 대통령의 면회를 가지도 않았고, 그쪽에서 얼굴을 보자고 연락 온 적도 없다고 했다.


취재진이 "딸(정유라)은 종종 보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 본다"고 답했다. 이어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느냐"고 재차 묻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다만 통화는 한다고 했다.

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  "쥐 죽은

정 씨는 취재진이 박 전 대통령, 전 아내 최 씨, 딸 유라 씨와 관련해 질문에도 긴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들거나 애써 웃어 보였다. 취재진과 대화 나누는 정 씨. /이원석 기자

횡성은 서울에서 1시간 30분~2시간가량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 종종 가는지, 앞으로 다시 올라갈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한 질의에 정 씨는 "내가 (서울에서) 별다른 일 할 게 뭐 있어, 일이 있어? 좀 시켜줘(웃음)"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선 정 씨가 대규모 목장을 운영하며 펜션 사업도 할 것이라 보도했지만, 그는 부인했다. 관련 질의에 정 씨는 굴착기 작업을 바라보며 "다 밭이랑 목장"이라며 "아직 뭘 키울지는 정하지 못했는데, 밭에선 배추도 심고, 파도 심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여생에 대해 "시골에서 살 곳을 찾다 보니, 본적이 강원도이고 해서 이곳으로 왔다"며 "벌써 4년째 쥐 죽은 듯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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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씨가 거주하고 있는 횡성 둔내의 모 아파트. /이원석 기자

평범한 촌부로 '집→목장 →집' 오가며 지내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의 증언도 일치했다. 정 씨 목장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올 여름까지 정 씨가 펜션을 찾아와서 남편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점잖으신 분이고, 목장에서 양을 키우고, 밭농사도 하면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 B씨는 "인근 리조트 사우나나 가끔 가고 집과 목장만 오가는 것으로 안다. 매우 평범하고 자주 마주치는 주민과는 인사도 하고 그런다"며 "인근 식당에도 가끔 다니는데 정 씨 얼굴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우리(50~60대)들이나 얼굴을 안다. 찾아오는 사람도 못 봤고, 목장과 사우나 외에는 어디 가지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정 씨의 생활을 설명했다.


정 씨 아파트 인근 부동산 관계자 C씨는 "OO리에 땅을 집접 구매해 올 초부터 목장, 밭농사 등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몇 년째 초야에 묻혀 지내는데 인제 그만 좀 내버려 두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  "쥐 죽은

지난 2014년 정윤회 씨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했을 당시. /더팩트DB

한편 정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한 원조 측근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이라 불리는 박 전 대통령 보좌진을 직접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후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춘 정 씨는 2014년 5월 최 씨와 이혼했다. 정치권에서 암암리에 회자되던 그의 존재는 같은 해 11월 세계일보가 공개한 청와대 문건(이른바 '정윤회 문건')에서 공식 직함 없이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 정치권 인사를 동원해 전방위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정부 그림자 실세로 묘사됐다.


특히 문건에는 우리나라 권력 서열에 대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는 구절까지 적시돼 2년 뒤 실제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를 예고했던 주역 중 한 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같은 해 12월 10일 정 씨는 검찰에 출석해 관련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2015년 1월 "정 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은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풍문과 정보 등을 과장 및 짜깁기한 허구"라고 결론 냈다. 이후 정 씨는 시골에서의 여생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횡성인으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ㅣ강원 횡성=허주열·이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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