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대까지 추락... 끝내 못 벗은 맹탕의 맛
'악마가' 종영
지난 19일 방영된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방송화면. |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악마가’)가 마지막회까지 강렬한 한 방을 주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악마가’는 2018년 화제작 ‘라이프 온 마스’ 이후 배우 정경호와 박성웅의 재회, 이엘의 금발 파격 변신 등의 질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맹탕 같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초반의 화제성을 16회까지 이어갈 만한 신선함이나 몰입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19일 방영된 최종회에서 가장 시선을 붙들었던 장면은 모태강(박성웅 분)이 하립(정경호 분)의 영혼을 회수하는 과정이었다. 하립은 사막에 가기 전 곡 표절을 인정하는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지서영(이엘 분)이 이 영상을 촬영해줬다. 사막에서 하립을 기다린 모태강은 “이것이 정녕 그대의 선택인가?”라고 물었고, 하립은 “기분이 정말 이상해. 영혼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영혼을 찾은 기분이야”라고 허심탄회하게 내뱉었다. 모태강은 자신의 팬미팅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고 결국 하립의 영혼을 회수했다.
모태강의 본체인 악마 류는 그를 데리러 온 천사들과 마주했다. 류는 천사들에게 신에 대한 의심을 토로했다. 류는 “신이라는 자는 이 게임에서 자신이 이겼다는 모양이지? 너희들이 나를 가두는 게 아니야. 내가 인간세상에 흥미를 잃었을 뿐. 내가 사라지는 이유는 그것 뿐이야”라고 했다. 천사가 “신은 실수를 하지 않아”라고 했으나 류는 “신은 실수를 했고 일관성도 잃었어”라고 자신이 아니더라도 신에 대항할 존재들은 넘쳐난다고 했다. 또 인간의 의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신의 뜻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천사들의 손에 이끌려 일곱 번째 지옥으로 갔다.
흰 옷을 입은 천사와 악마로 타락한 천사의 대립을 그린 이 구도는 영화 ‘콘스탄틴’을 떠오르게 했다. ‘악마가’가 악마와의 계약을 그린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구도가 겹쳐보일 수 있으나 ‘콘스탄틴’과는 또 다른 여운을 주지는 못했다.
김이경(이설 분)은 마지막 공연을 갖고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시간이 흘러 하립과 재회했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과 교감했다. 관객들의 호응에 기뻐하는 하립의 표정이 “나는 서동천의 추억을 간직하고 서동천으로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1등급 영혼으로”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비춰지며 ‘악마가’는 막을 내렸다.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다는 판타지 설정을 16회 내내 조금이나마 설득력있게 이끈 것은 정경호와 박성웅의 연기였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 호흡을 맞춰 본 두 배우는 ‘악마가’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그러나 색다른 매력이나 이렇다 할 강렬함이 부족했던 ‘악마가’는 시청률이 최저 0.9%(14회, 닐슨코리아 기준)까지 떨어지며 후반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에 3.1%로 출발했던 것을 생각하면 반토막 이상 떨어진 하락세다.
‘악마가’ 후속으로는 ‘청일전자 미쓰리’가 오는 25일 밤 9시 30분부터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