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강동원 보러 갔다가…구교환에 치이고 이레에 홀렸네
구교환·이레, '반도'에서의 발견
구교환, 야만적 캐릭터 '퇴폐미'
이레, 자동차로 좀비 쓸어버리는 '만능 해결사'
영화 '반도' 구교환 / 사진제공=NEW |
영화 '반도'가 침체된 아시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구원투수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이점은 주인공 강동원, 이정현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반도'를 끌고 가는 이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구교환과 이레. 더욱 빨라진 좀비와 화려해진 카체이싱 액션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 살아남은 각양각색 이들의 모습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구교환은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의 서 대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군인이지만 유약해보이고, 리더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부대원들의 만행이나 갈등을 방관할 뿐이다. 잔혹한 모습에서 퇴폐미와 연민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반도'의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강동원 보러 갔다가 구교환에 치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
배우 구교환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
독립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해온 구교환은 '반도'로 상업영화에 첫 도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구교환이 '이런 더러운 상업영화에 출연할 줄 알아?'라고 생각할 줄 알고 떨리는 마음으로 제안을 했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구교환은 "만족하기 위해 연기를 한 적은 없었다. '반도'에 참여한 것 자체가 좋았다"며 "관객을 만나는 태도는 늘 똑같다. 상업영화라고 출연을 거절한 건 아니었고, 문득문득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서 기회가 안 생겼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대스타'. 2017년 '꿈의 제인'에서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맡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겉으론 나약해 보이지만 속은 단단한 제인의 모습을 쓸쓸하면서도 덤덤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최근 그는 최근 이옥섭 감독과 7년째 열애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열애는 이미 영화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교환이 '반도'로 화제가 되면서 열애 사실 또한 주목받게 된 것.
두 사람은 그동안 영화 '4학년 보경이',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걸스온탑', '메기' 등 작업을 함께해온 영화적 동지이기도 하다. 2013년 영화 제작사 2x9HD를 만들고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구교환은 이옥섭 감독에 대해 "좋아하는 건 안 같은데 싫어하는 게 같은 친구가 있지 않나. 싫어하는 게 같으면 참 잘 맞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지금까지 작업을 같이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구교환이 야만성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면 이레는 인간성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레가 연기한 준이는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공부보다 생존법을 먼저 배운 아이다.
2012년 드라마 '굿바이 마늘'을 시작으로 이레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소원'을 통해 어린 나이에도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오빠생각', '7년의 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돌아와요 아저씨', '마녀의 법정',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스크린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성인 배우 못지않은 흡입력 높은 연기를 선보여왔다.
이레는 '반도'에서 동생과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며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부터 좀비들과 맞서 싸우는 거친 액션까지 정교하게 완성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연상호 감독은 이레에 대해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크게 될 배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반도'에서 이레의 모습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어린 여자 아이라는 클리셰를 깨고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모습,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좀비들을 해치우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 강동원, 이정현도 못 잡는 좀비를 단숨에 쓸어버리는 만능 해결사다. 마블 영화에 비유하자면 '캡틴 마블'급 전투력을 자랑한다. 이레는 거침없는 운전으로 속도감 넘치는 드라이빙 액션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미성년자라 실제로는 면허가 없는 이레는 "직접 운전할 수는 없었지만 시뮬레이션이나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멋진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테일한 감정 연기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액션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교환과 이레. '반도'를 통해 자신의 연기 역량을 입증하며 흥행력까지 끌어올린 구교환과 이레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