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전과' 로버트 할리, 사연팔이도 정도껏…복귀판 깔아준 MBN, 화제성에 눈멀었다
로버트할리/사진=텐아시아DB |
MBN이 또 한 번 '마약 전과' 방송인 로버트 할리의 복귀판을 깔아줬다. 뻔히 욕먹을 걸 알면서도 '가상 이혼'이라는 자극적인 포맷의 예능에 출연한 로버트 할리도 문제지만, 화제성을 위해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을 내세우는 방송국의 행태는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29일 방송되는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한이결') 11회에서는 로버트 할리, 명현숙 부부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로버트 할리는 '한이결'에 출연 소식을 알렸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19년 4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MBN |
그는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필로폰 1g을 구매한 뒤 같은 날 외국인 지인과 함께 투약했고, 이후 홀로 자택에서 한 차례 더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로버트 할리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순간적인 잘못으로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망을 줬다"면서 자신을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칭했다. 또 변호인을 통해 학교 이사장인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고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당한 로버트 할리. 그가 3년 만에 방송으로 얼굴을 비춘 건 MBN '특종세상'이었다. 그는 자숙 중에 0.1% 희소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했고, 아내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버트 할리의 출연은 '동정 여론'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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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또다시 MBN은 2년 만에 로버트 할리를 재소환했다. 아내 명현숙과 가상 이혼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 명현숙은 "가끔씩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날 때도 있었다. 정말 따지고 싶었다.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라며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며 마약 문제에 대해 회피하는 로버트 할리에게 불만이 표했다. 이에 로버트 할리는 "이제는 지겹지 않냐"며 "그때 이혼하자고 하지 왜 안 했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예고 영상으로만 봐도, 로버트 할리의 모습은 뻔뻔함 그 자체다. 가족에게 마약 사건에 관해 입을 닫아놓고 되려 화를 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 희소 신경암 투병부터 아내와 주말부부로 지내는 일상, 5년간 수입이 거의 없는 백수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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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결' 제작진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할리 씨가 마약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분들에게도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으셨더라. 그런 부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감없이 말해줬다. 가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보시면 우려하시는 시청자분들의 마음을 다르게 판단하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할리의 방송을 보고 전과자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좋아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걸까. 진정성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만 두른, 자극적인 화제성에만 몰두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