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에코 Look 출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존 에코 라인업에 새 제품, Amazon Echo Look이 추가됐다. 핸즈프리 카메라를 장착한 이 제품의 구체적인 스펙이나 발매일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 기존 에코 제품 발매 때와 마찬가지로 Rolling Invite System (신청자 중 일부에게 초대장을 발송하여 구매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선주문을 받고 있다.
과연 성공한 제품이 될까?
일부 테크매거진들이 Echo Look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제목의 기사(위)를 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제품이 Home Assistant 시장의 전반적인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데 가능성을 걸어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Targeting Untapped Segment: 신규 고객층 타겟을 통한 제품 차별화 및 카테고리 확장
2. Piggybacking on Existing User Behavior: 이미 존재하는 사용자 행동 및 니즈에 대한 솔루션 제공
3. Clear Communication of Use Case: 제품 사용 예시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1. Targeting Untapped Segment
지금까지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은 각각 8백만대, 4-50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 연말 판매량 증가치는 놀라울 정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가구수가 1억2천5백만 가구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국내시장도 충분히 성장 여력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인데, 지리적 확장을 않은 채 동일 제품군으로 시장을 넓히는 데는 역시 시장세분화(Segmentation)를 통한 고객군 확대 만한게 없다. 그런 면에서 지난 3월 제품 이미지 유출 시 Home Security 기기로 알려졌던 이 제품이 ‘개인 비서’ 역할의 확장판인 ‘착장 도우미’로 포지셔닝된 이유가 십분 이해 간다. (홈시큐리티에서 pivot한 것인지, 초기 의도대로 개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음)
특히나 능동적으로 Fashion을 소비하는 구매자층은 마케팅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집단이다. 집단 내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의 편차는 매우 크지만, 계층을 분문하고 상대적 구매력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소비와 트렌드에 대한 욕구가 강한 탓이다. 대신 취향의 종류가 다양해 한 개의 제품으로 까다로운 구미를 다 맞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Echo Look의 경우 취향이 아닌 공통된 니즈와 라이프스타일로 타겟층을 묶은 까닭에 승산이 있다고 본다.
2. Piggybacking on Existing User Behavior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나 사용자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대신 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 있던 니즈를 해결하는 방식은 꾸준히 진화한다. Echo Look은 이미 다른 형태의 제품으로 검증된 니즈와 행동 양식에 소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필자의 에버노트에는 이라는 항목이 있다. 기억 날 때마다 외출 전 일자/날씨/상황 (e.g. 미팅, 발표, 답사 등)을 전신 사진과 함께 기록해 놓는다.결과물은 아래 사진과 상당히 비슷하다.
Amazon Echo Look app |
외장 기억을 활용해 마크저커버그처럼 매일 같은 옷을 입지 않으면서도 착장에 대한 효율과 만족을 극대화 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노력 없이는 이미 옷장은 비좁고 작년의 나는 분명 벌거숭이가 아니었음에도 환절기 마다 ‘옷이 없네’를 연발하며 날씨 앱과 옷장만 계속 번갈아 보게 된다. 물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앱이 이미 여럿 존재하고, 매일 본인의 의상을 현관 앞에서 찍어 올리는 앱이나 커뮤니티들이 지역을 분문하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Repository 유지의 번거로움이나 근원적 고민을 하드웨어를 결합해 해결한 경우는 없었다. 이에 대한 지불용의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지만, 이미 Echo에 대해 궁금해 하던 사용자를 구매로 유도하기에 이번 제품은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3. Clear Communication of Use Case
별다른 가이드 없이도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Echo를 사 놓고도 딱히 이게 무엇에 최적화 된 물건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아직 꽤 있다. Echo Look은 이런 반응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세분 타겟층을 선택함에 따라 제품 사용 예시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까닭이다. 동시에 마케팅 메시지는 더욱 간결하고 채널 선택은 쉬워진다.
마치며
1954년, 산업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벌어졌다. 첫 컬러 전화기의 등장이었다. 주로 아버지의 급한 용무를 위해 사용되던 전화기가 아내와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좀 더 가볍고 예쁜 모양으로 아예 Princess Phone이라는 이름의 제품이 등장했고, 전화기 보급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화기가 통신을 위한 기계에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진화한 순간이었다.
1950’s Princess Phone |
Echo Look이 위와 같은 기폭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아마존 입장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품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 놀라운 판매량을 거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제품의 유용성을 인지한 자연스러운 소비자의 선택(Pull)에 의한 자연스러운 캐즘 극복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마케팅 투자 등으로 인위적으로 밀어낸 판매(Push)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막상 이 제품 역시 굉장히 사소한 이유로 (e.g. Echo Look의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음) 주 타겟층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궁금한 마음에 선주문 신청을 넣어놨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 일이다.
메인사진 출처: 아마존 공식 사이트
by Jin Ah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