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군 추부면의 짬뽕
웬만해선 먹기 힘든 #2
<웬만해선 먹기힘든>은 찾아가기 번거로워 자주 먹기 힘들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한 찬가다.
금산군 추부면의 짬뽕 |
짬뽕의 유혹은 강렬하다. 중국음식점의 어떤 식사, 요리보다 한국인의 짬뽕에 대한 고집은 집착에 가깝다. 해장과 국물 안주로 시작되는 식문화의 영향이다. 짬뽕은 이 시대의 탁월한 해장국이자, 안줏거리다.
산 넘고 물 건너, 짬뽕은 각 지방이 경쟁하듯 진득해지고 매워졌다. 지방 짬뽕의 뿌리가 깊어지면서, 서울에 줄기를 뻗는다. 매운맛은 반도를 순환하고, 다시 남쪽을 기점으로 일부 정체되어 그곳에 응집한다. 군산 <복성루>, 공주 <동해원>을 축으로 삼각형을 만들었을 때, 금산<명성각>은 지리적으로 두 식당의 꼭짓점에 위치한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가던 중, 추부라는 지명을 보고 흥미를 느껴 지체 없이 추부IC를 통과했다. 추부면에 당도하면 먼저 마주하는 것은 한적함이다. 잔뜩 조여드는 도시의 삶과 상반된 느슨함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점심이라도 먹고 갈 요량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추어탕집이었다. 추부면은 금강 지류를 끼고 있어 민물고기로 만든 추어탕이 유명하다. 셀 수 없는 추어탕 집들 사이로 중국집 <명성각>이 있다.
<명성각>의 짬뽕은 묽은 기색이 없다. 국물은 온통 빨간색이다. 날카로운 스댕그릇 안에는 채 숨이 죽지 않은 부추와 양배추들이 어지러이 뒤덮여 있다. 해물은 채소들 사이를 파고들어 자리를 잡고, 매운맛을 두텁게 한다. 서울의 짬뽕과 달리 통렬히 매우면서도, 쉽게 풀어지는 매운맛이 아니다. 세월의 더께에 지방색을 입어 복합적인 매운맛이다. 복합적이면서 잡스럽지 않은 이유는 재료들이 완급조절을 분명히 한 덕이다.
생기가 도는 재료들을 들추면, 빨간 국물을 뚫고 선명하게 노른 면발이 모습을 드러낸다. 면발은 자극적인 국물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탄력은 간신히 유지하면서 국물을 넘보지 않고 무던히 매움을 희석하면서도 꼿꼿하게 면의 형식을 유지한다. 아리게 매운 국물 속에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캡사이신이 몸으로 번지며 저릿한 느낌도 잠시, 매캐한 향의 땀을 연신 뱉으며 식사를 하고 있자면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다.
땀이 마르고, 접시가 바닥을 비울 즈음, 비로소 몸이 풀리며 짬뽕을 받아들인다.
짬뽕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탕수육 |
명성각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