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며들기' 좋은 영화 6편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유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입담부터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다. 작품밖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근사하지만, 1966년 데뷔한 이래 지난 55년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만큼 지금껏 출연한 작품을 돌아보는 것도 배우의 매력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화녀 (1971)
이미지: ㈜다자인소프트 |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김기영 감독에게 존경과 감사의 멘트를 전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작품이다. 윤여정의 첫 영화이며,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취직한 가정부 명자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획기적인 촬영 방식, 파격적인 서사, 독특한 미장센 등 시대를 앞서간 연출력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신인 배우였던 윤여정은 섬뜩하면서도 광기 어린 연기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바람난 가족 (2003)
이미지: 영화사청어람 |
윤여정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개봉 당시 온 가족이 바람을 피운다는 도발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가족 구성원이 제각기 외도를 하는 모습을 직설적으로 묘사하며, 점차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의 가족상을 담아냈다. 윤여정은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육체와 감정에 모두 솔직해지고,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당히 외도 사실을 밝히는 시어머니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과는 [그때 그사람들], [오래된 정원], [하녀], [돈의 맛], [나의 절친 악당들], 그리고 개봉을 앞둔 [헤븐: 행복의 나라로]까지 꾸준히 얼굴을 내비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고령화 가족 (2013)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무엇 하나 잘난 구석이 없는 다 큰 삼 남매가 엄마 집에 빌붙어 살며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철없는 백수 첫째 한모, 흥행참패 영화감독 둘째 인모, 두 번의 이혼 후 또다시 사랑에 빠진 셋째 미연과 그를 쏙 빼닮은 중학생 딸 민경까지, 엄마의 오래된 집은 만나면 으르렁 거리는 삼 남매와 조카가 부대끼느라 조용할 날이 없다.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게 가족”이라는 극중 대사처럼 윤여정은 나이 값 못하는 자식들을 감싸 안고 포용하는 엄마 역할로 독특한 가족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장수상회 (2014)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노년의 사랑을 따스한 감성으로 담아낸 영화다.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이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은 새 이웃 금님의 가슴 떨리는 만남을 그린다. 연기 경력만 도합 100년인 박근형과 윤여정이 특별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분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박근형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윤여정은 온화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닌, 사랑에 빠진 남녀를 보여준다.
죽여주는 여자 (2016)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
[여배우들]로 만난 이재용 감독과 세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살아가는 속칭 ‘박카스 할머니’를 소재로, 외롭고 아프고 가난한 노인들이 맞닥뜨리는 냉엄한 현실과 죽음을 다룬다.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라고 소문난 65세의 소영이 갈 곳을 잃은 코피노 소년 민호를 데려와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던 중 과거 단골 고객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다. 소외된 삶을 정면으로 다루지만, 소재의 무게에 함몰되지 않고 웃음과 눈물이 있는 이야기로 그려낸다. 윤여정은 소영이 조력 자살을 결심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어려운 캐릭터를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이미지: 찬란 |
단편영화 [산나물 처녀]에 이어 김초희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이다. 평생 일복만 터졌던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 갑작스럽게 실직하고, 친한 동생 소피의 가사도우미로 취직하며 살길을 도모하는 이야기다. 인생의 위기 앞에서도 자신만의 생각과 방식대로 삶을 이끌어 나가는 찬실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윤여정은 찬실이 새로 이사한 집주인 할머니 복실로 등장해 무심하면서도 정이 많은 모습으로 온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라며 복실이 찬실에게 건네는 말이 관객에게도 울림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