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라고 쓰고 최애라고 읽는다’ 인생연기 보여준 배우들
‘세상은 2인자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주연 못지않게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브주인공들을 찾아볼 수 있다. 든든한 조력자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 불꽃 튀는 라이벌 등 다양한 역할로 이야기를 이끌어 많은 사람에게 서브가 아닌 최애로 다가서고, 이제는 당당히 주연급으로 성장한 배우들의 인생 캐릭터를 돌아본다.
서지혜 – 질투의 화신, 사랑의 불시착
이미지: SBS, tvN |
2002년에 데뷔하고 꾸준히 활동을 해온 서지혜는 작품마다 안정된 연기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중 [질투의 화신]의 홍혜원은 아직도 많은 팬들이 기억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다. 지적이고 세련된 아나운서의 모습 뒤로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내뱉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기죽지 않는 쿨한 모습들로 묘한 대리만족을 불러일으켰다. [사랑의 불시착]의 서단도 빼놓을 수 없다. 외모와 능력 모두 갖춘 평양 최고의 엘리트로 등장해 약혼자 리정혁을 사이에 두고 윤세리와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재미와 긴장감을 더하더니,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는 구승준과의 로맨스로 시선을 끌었다. 그동안 보여줬던 차가운 이미지와 반대되는 귀엽고 허당끼 넘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 큰 사랑을 받았다.
김지원 –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이미지: SBS, KBS |
김지원은 [상속자들]의 유라헬을 통해 생애 첫 악역 연기를 펼쳤다. ‘제국고의 페리스 힐튼’ 유라헬은 인형 같은 외모 뒤로 독설을 쏘아대며 많은 이들의 비수를 꽂는 인물. 여러모로 많은 부담이 있는 캐릭터였지만, 김지원은 유라헬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내면의 외로움을 세심하게 밀착된 연기로 그려내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는 김지원을 서브 여주를 넘어 대세 배우로 거듭나게 한 캐릭터다. 김지원은 엄친딸급 군의장교로 출연해 ‘송송 커플’ 못지않게 진구와의 커플 케미를 뽐내며, 드라마의 또 다른 달콤한 로맨스를 책임졌다. 사랑 앞에서 당당하고 저돌적인 윤명주의 ‘직진’ 매력을 강단 있게 그려내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잘 담아내 많은 호응을 얻었다.
김소연 – 아이리스, 펜트하우스
이미지: KBS, SBS |
[체인지], [순풍산부인과] 등 10대 시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소연은 이후 긴 정체기를 가졌지만, 2009년 [아이리스]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북한 최정예 요원 김선화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투혼을 발휘함은 물론, 자신의 적인 김현준을 사랑하게 되는 마음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이 같은 열연에 힘입어 30%가 넘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김소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종영된 [펜트하우스] 시즌1에서도 존재감은 대단했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악역 천시진 역을 맡아 신들린 연기력을 발휘했다. 특히 아버지를 죽이고 피아노를 치는 광기 어린 모습에서 천서진의 악마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끝을 알 수 없는 그만의 내공을 드러내 감탄을 자아냈다.
이다희 – 뷰티 인사이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미지: JTBC, tvN |
이다희는 ‘걸크러쉬’ 캐릭터를 주로 맡아 많은 드라마 팬들을 ‘서브병’에 빠지게 했다. 특히 [뷰티 인사이드]의 강사라는 이다희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보기엔 도도하고 차갑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항공사 대표 강사라는 이다희의 도회적인 비주얼과 연기력이 멋지게 어우러져 많은 이들에게 ‘최애’로 다가갔다. 후반부에는 연인인 은호의 집에 가서 “아드님을 저에게 주세요”라는 엉뚱하지만 캐릭터의 당당한 성격을 드러내는 멘트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차현 역시 이다희와 잘 어울렸던 캐릭터다. 포털 업계 바로의 소셜 본부장 차현을 강인함과 귀여움을 오가는 매력으로 그려냈다. 임수정, 전혜진과는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긴장감을 더했고, 이재욱과는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다소 경직된 극의 분위기를 달콤하게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유인나 –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이미지: SBS, tvN |
유인나는 주로 주인공의 친한 친구로 나와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유세미는 천송이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연기 생활을 하며 우정을 다져온 단짝이나, 주인공을 돕는 마냥 착한 역할에 머물지 않고 속이고 배신하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 유인나는 유세미를 질투의 화신으로 그치지 않게, 내면의 괴로움과 죄책감을 깊이 있게 그려내 무조건 미워할 수만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유인나의 가장 인상적인 서브 활약상을 꼽자면 단연 [도깨비]의 써니다. 유인나는 4차원적인 사고를 가진 치킨집 사장으로 등장해 저승사자 이동욱과 커플 호흡을 맞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때로는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뜻밖의 웃음을 자아내면서, 아르바이트생 김고은을 아껴주는 착한 언니 같은 모습으로 온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전생에 도깨비 공유의 동생 김선이라는 사실이 후반부에 밝혀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슬픈 감정선도 훌륭하게 소화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