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원 20년만 한상수와 재회, 외상성 뇌출혈 회복중인 친구에 '눈물'(TV는 사랑을 싣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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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우지원이 20년만에 친구 한상수와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3일 저녁 방송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우지원이 출연했다.
이날 우지원은 "내성적이고 주어진 걸 묵묵히 하는 편이다. 농구에만 전념해서 그런지 주변사람들에게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우지원이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던 친구이자 형 같은 존재가 한상수 씨였다.
우지원은 "상수 같은 케이스가 드물다. 동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2살이나 많았다. 선수로서 경력이 짧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어도 부담감을 티 안 내고 농구부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는 "사회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상수를 통해서 농구 외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농구 외에 첫 경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당구장에도 가보고 나이트클럽에도 가봤다는 것. 우지원은 "1989년, 1990년쯤이었을 거다. 상수는 외모상 나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출입을 하기 좋았다. 저는 어리바리 따라갔다"면서 미소 지었다.
우지원은 친구 한상수 씨와 대학교에서 농구 선수의 꿈을 함께 키워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우지원이 연세대 농구부에 들어간 반면 한상수 씨는 대학 농구부에 들어가지 못해 농구계를 떠났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도 우지원은 전희철과 함께 한상수 씨를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우지원은 "대학생 때도 힘들 때면 상수 집을 찾아갔다. 넉넉한 집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머님이 집에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어주셨다. 남의 집은 보통 불편한데도 오면 항상 정겨웠다. 한옥집에서 가져다주는 감성과 정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상수 씨를 마지막으로 봤던 때는 1999년 한상수 씨가 교통사고가 난 뒤였다. 우지원은 "병원에 갔더니 머리에 붕대를 한 상수가 처음에 저를 못 알아보더라. 그래서 상수한테 '나 지원이야' 하니까 조금씩 기억을 찾더라. 사고 후유증으로 가족 이외에 알아보지 못했다. 병원에서 이야기 몇 마디 나눠보니까 저를 기억하더라"고 돌이켰다.
우지원은 20년 전을 추억할 수 있는 장소를 돌아본 뒤 한상수 씨를 만나러 고등학교 농구장으로 향했다. MC 윤정수, 김용만이 자리를 비켜준 가운데 우지원은 친구 한상수 씨의 모습을 보고 믿기지 않는 듯 눈물을 흘렸다.
한상수 씨는 문에서 보조기를 잡고 걸어나왔다. 한상수 씨는 보조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쓰러졌다. 언제 쓰러졌는지도 기억 안난다. 회복 중이다"고 말했다. 기억을 잃었다는 한상수 씨임에도 친구 우지원에 대한 기억은 있었다. 우지원이 살았던 동네와 형제의 이름, 같이 갔던 장소도 기억했다.
한상수 씨 모친인 김재숙 씨는 우지원에게 "너무 고맙다. 찾아줘서 고맙다. 어렵고 힘들 때 상수한테는 엄청난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우지원은 "죄송하다. 너무 늦었죠. 건강하시죠"라고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흘렸다.
김재숙 씨는 "아들이 다친지 다친지 이제 1년 반 됐다. 일어날 시간에 안 일어나서 막 깨우니까 의식불명이 됐다. 아프지도 않다가 그랬다. 쓰러져서 머리에 출혈이 됐다더라. 기억력이 100%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지원은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체육관에 왔을 때 그래도 상수가 좋은 모습으로 있을 거라 생각했지 문을 저쪽에서 열고 들어오는데 상수가 아니길 바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지원은 "보조기하고 걸어 나오는 모습이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면서 눈물 흘렸다.
한상수 씨는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만날 방법도 없고 TV로만 봤다. 답답하기만 했다"면서 "지원이가 찾는다니 좋았는데 몸이 불편하니까 마음이 좀 안 좋았다. 당황할까봐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우지원은 "미안하다. 상수야. 미안하다. 내가"라면서 오열했다.
김재숙 씨는 "제가 아들에게 만나라고, 망설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상수 씨는 20년만에 우지원과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굉장히 반가운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눈물만 나오더라. 고마운데 좋은데 내가 왜 울지? 싶더라. 이게 뭐지? 이야기를 좀 더 했으면 좋겠는데 앉아서 눈물만 흘렸다"고 털어놨다.
한상수 씨와 우지원은 고깃집으로 이동해 함께 저녁을 먹으며 20년간 묵혀놓은 회포를 풀었다. 한상수 씨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안하고 살았다. 뇌출혈로 쓰러진 후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김재숙 씨는 "아들이 대학 농구단에 못 들아거 좌절해 방황도 많이 했다. 여러 직장을 다녔다. 농구에 대한 미련 때문에 적응을 못 하고 힘들어했다. 저도 많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알고보니 한상수 씨는 모친과 함께 분당에 살고 있었다. 우지원은 "저도 분당 산다"면서 놀랬다. 알고보니 20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 우지원은 친구에게 "앞으로 고기 많이 먹자. 20년 동안 저희가 고기를 너무 많이 못 먹었다"면서 친구의 어깨를 감쌌다.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