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용기내지마, ‘킬링 로맨스’[한현정의 직구리뷰]
차라리 자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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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말하고 싶었어요. 정체되고 멈춰있는 누군가도, 힘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변할 수 있다는 걸알려주고 싶었죠. 나쁜 사람은 꼭 벌 받는다는 것도요. -이원석 감독”
‘어른 동화’라 우기고, ‘개성’ 혹은 ‘도전’으로 미화하고, 다 때려 넣고 ‘민초맛’을 냈다니, 메가폰의 용기가 해도 너무하다. ‘언젠가 적응될거야’라는, ‘강력한 무기도 있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끝내 외면하는, 107분간의 극장 고문,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다.
영화는 대재앙 같은 발연기로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한 톱스타 ‘여래’(이하늬)의 남편 죽이기 프로젝트를 담은 ‘안티 로맨스’다. 여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남태평양 ‘콸라’ 섬에서 운명처럼 자신을 구해준 재벌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결혼하며 은퇴를 선언하지만 제2의 인생이 아닌, 더 지독한 지옥에서 살게 된다.
옆집 사는 ‘범우’(공명)는 서울대가 당연한 집안에서 홀로 고독한 입시 싸움 중인 4수생. 한 때 자신의 최애였던 스타 여래가 옆집에 이사온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염탐하던 중 그녀가 감옥과 같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의 사업 확장을 위한 인형 역할에 지친 여래는 스크린 컴백을 위해 범우에게 SOS를 보내고, 이들은 여례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죽여주는 계획’을 모의한다.
‘킬링 로맨스’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
메가폰의 필모와 작품의 예고편으로 독특할 줄은 알았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상상초월이다. 이야기의 뼈대는 없고, 투머치 캐릭터들에, 황당무계한 꽁트쇼의 향연. 현실과 판타지의 부조화, 뮤지컬 넘버까지 욱여넣고는 자아도취가 심각하다. ‘다양성’을 즐기기로 작정한 영화제라면 그나마 어떻게든 이해해보겠지만, 이름값 높은 배우들을 내세워 메가폰의 사리사욕만 한껏 채웠다.
이하늬 이선균의 망가짐을 불사한 ‘프로다운’ 열연은 눈물겹다. 공명과 이선균의 파격적인 새 얼굴을 여기에서 보기엔 그저 아깝고, 역대급 미모의 이하늬는 안타깝게도 역대급 무매력를 뽐낸다.
집나간 개연성은 ‘동화’라는 핑계로, 수습 불가 엔딩은 ‘판타지’란 변명으로, 개성갑 전작의 신선한 아우라에도 전혀 미치지 못한다. 예측 불허를 목표로 냅다 달리던 영화는 급기야 타조까지 등장시키며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용기’란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그 ‘용기’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여래의 모순 엔딩은 그 중에서도 최악의 수다.
강렬한 미장센과 병맛 유머는 때때로 인상적이나, 이미 죽어버린 뿌리에 잔가지 몇개를 살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HOT-행복’, ‘비-레이니즘’, ‘들국화-제발’ 등 반가운 추억의 대중가요도 투머치 반복에 분노 유발이다.
굳이 권하고 싶지 않은 극한 도전이다. 무료가 아닌 유료(비싼 티켓값)인 점, 시간도 ‘금’인 점을 잊지 않길 조언한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K콘텐츠 시대에, 왜 요즘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가 고전하는 지를 깨닫게 한다. 관객의 오픈 마인드와 용기만 강요하는, 이기적인 메가폰의 ‘킬링 로맨스’다.
오는 14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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