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표절` 홍진영 사과했지만…더 큰 문제가 남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가수 홍진영이 논문 표절 처분과 관련해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팬들에게 사죄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약 한 달 반 만의 '지각' 사과는 비교적 진솔했지만, 이미 차갑게 돌아선 누리꾼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홍진영은 18일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문 사진을 게재했다. 글에서 홍진영은 “이미 많이 늦었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신곡으로 컴백하는 날 논문 표절 기사가 터졌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겁이 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그때까지도 저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교수님이 문제 없다고 했는데’ ‘학위로 강의할 것도 아닌데’라는 식으로 합리화하기에 급급했다. 제가 살아온 모든 것이 거짓으로 비춰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학위를 반납하면 넘어가 주시지 않을까, 혹시 그만 용서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다. 그래서 관례라는 표현을 썼다.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홍진영은 “조선대학교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뉘우치겠다. 지금도 밤낮없이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큰 실례를 저질렀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홍진영은 지난달 초, 2009년 5월 조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논문 ‘한류 문화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방안’이 ‘카피킬러’ 검사 결과에서 74%의 표절률을 보인 사실이 알려지며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논문 표절과 관련 관련 법으로 마련된 기준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15~25%를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진 바, 홍진영의 논문은 자연스럽게 '요주의' 대상이 됐다.
본격 신곡 활동을 앞둔 시점 나온 날벼락 같은 의혹에 홍진영은 “표절이 아닌 인용이다”라고 해명했다가 조선대 전 교수의 양심선언이 나오자 입장을 바꾸며 석·박사 학위 반납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홍진영은 그간 자신의 논문 집필 과정에서 행한 과도한 인용에 대해 '당시 관행에 따랐던 일'이라 해명하면서도 "당시 문제 없이 통과됐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라는 수치로 판가름 되니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일 수 밖에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뿐"이라 밝혔다.
명쾌한 부정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표절을 부인하는 입장문에 부정적인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특히 홍진영의 부친이 조선대학교에 재직 중인 만큼 학위 취득 과정에 부친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후 조선대 대학원위원회는 대학연구윤리원 산하 연구진실성위원회에 홍진영의 석사 논문이 표절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했고, 약 한 달 여 조사를 거쳐 홍진영의 석사 논문에 대해 표절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선대 측은 잠정 결론에 대한 이의 제기 시한을 18일까지로 뒀지만 홍진영은 '대학교 측 잠정 결론을 받아들인다'며 백기를 들었다. 뒤늦게나마 홍진영이 써내려간 자필 사과문에서는 '제 자신을 합리화하기 급급했다', '어쩌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등 표절 의혹에 대처했던 자신의 부적절했던 태도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으로 홍진영은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안싸우면 다행이다' 등 고정 출연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을 떠났다. 자필 사과문에서도 그는 “앞으로 조용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의미있고 좋은 일들을 해가며 받은 사랑을 갚아 나가겠다”고 자숙을 예고했다.
뒤늦게나마 솔직한 마음을 담아 사과 했음에도 불구, 홍진영에 대한 누리꾼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논문 표절뿐 아니라 석사 입학 과정에 이미 특혜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다수라 자숙 이후 복귀까지도 요원해 보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 홍진영의 석사 논문 표절 공방의 최종 결론은 오는 23일 나온다. 예정된 결론은 석·박사 학위 반납이 아닌, 학위 취소. 박탈이다.
안녕하세요, 홍진영입니다.
이미 많이 늦었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신곡으로 컴백하는 날 논문 표절 기사가 터졌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너무 겁이 났고 머릿 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욕심을 못 버렸던 것 같습니다.. 표절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수님이 문제 없다고 했는데', '학위로 강의할 것도 아닌데' 하는 식으로 제 자신을 합리화하기 급급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거짓으로 비춰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위를 반납하면 그냥 넘어가 주시지 않을까, 혹시 그만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관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어쩌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하면 제대로 사과하고 혼이 나야하는데... 저는 반성 대신 변명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성숙하지 못했고 어른답지도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조선대학교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뉘우치겠습니다. 지금도 밤낮없이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도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든 걸 인정하고 반성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진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앞으로 조용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의미있고 좋은일들을 해가며 제가 받았던 사랑을 갚아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psyo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