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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we Go #보령 원산도

보령해저터널을 타고 다시 올게

너의 섬, 우리의 원산도

바닷속에 길이 생기면, 보령해저터널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길을 달려 다시 올게. 원산도야, 너만의 고유한 모습 그대로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랄게. 너는 영원한 원산도야.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원산도 구치해수욕장, 별안간 구름이 걷히고 ‘탁’ 조명이 켜지듯 햇살이 드리워졌다. 거기 날 비춰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던 하늘. 그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한다. 오는 11월 25일이면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할 것이다. 이후 원산도는 오늘과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생은 예측할 수 없어서 의미가 있는 거랬지.

우리 사이 이렇게 가까워졌어 대천항에서 원산도의 거리

가을의 끝자락을 여민 채 보령, 원산도로 향했다. 아직은 해저터널이 개통하기 전이므로 일행과 나는 태안을 거쳐 원산도로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 2019년 12월 원산안면대교가 개통한 덕분에 태안 영목항에서 원산도는 차로 4분 정도 걸릴 만큼 가까워졌다. 아직은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기 전이어서 다시 보령으로 나가자면 배를 이용해야 하지만 이 불편함도 곧 과거의 역사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보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 스폿은 뭐니뭐니해도 대천이다. 6927m에 달하는 보령해저터널은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가로지른다. 그 길이만으로도 이미 세계에서 다섯 번째, 국내에서는 최장 해저터널로 떠들썩하다. 길이만큼 기대되는 부분은 관광벨트!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차량으로 대천항에서 원산도는 6분, 태안 영목항까지 1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원산도가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보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로 원산도를 손꼽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 틀림없다. 아, 한편으로는 나만이 알고 싶은 섬으로서 원산도를 꽁꽁 숨겨두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다소 시원섭섭한 소식일 수도 있겠다.

하늘에서 바라본 원산도는 마치 ‘뫼산(山)’의 형상이다. 섬이라고 하여 하루 만에 다 돌아볼 만큼 작고, 고만고만한 풍경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원산안면대교를 타고 온 덕분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선촌선착장 앞이었다. 커다란 관광지도를 살펴보니 선착장은 ‘선촌’ 말고 ‘저두’도 있으며 크고 작은 산, 해수욕장, 야영장, 소나무 숲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밤섬 부근은 간조 때가 되어 커다란 갯벌이 드러났는데, 반대편인 백사장에는 푸른 서해바다가 완만히 펼쳐져 사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참 다채로운 섬이다.

나만 알고 싶은 섬에서 우리 모두의 원산도로

원산도는 지금 도로 확장 공사를 비롯해 여기저기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며 개발이 이뤄지는 중이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로 향해 보지만, 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기는 무용지물. 종이 지도를 펼치고 아날로그 여행을 떠나본다. 원산도는 10.28㎢의 면적으로 충남에서는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차량이 없으면 아직까지는 여정이 쉽지 않다.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면 대천, 원산도, 안면도를 오가는 버스나 택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원산도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은 ‘야영’인 것 같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자연과 벗하며 휴식을 취하는 데 이만한 곳이 없다. 특히 원산도는 해안선 길이가 30km에 이른다. 이곳 백사장은 오봉산, 사창, 구치, 원산도, 저두 해수욕장으로 구분해 부르는데 같은 백사장이지만 저마다의 매력이 미묘하게 다르다.

마치 카페 투어를 하듯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들 해수욕장에 번갈아 머무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원산도는 현재 편의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향후에는 관광 관련 업종이나 편의시설도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원산도에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대형 카페가 들어섰다. 원산안면대교가 바라보이는 카페의 루프톱은 포토 스폿. 서산에서 원산도를 찾았다는 가족은 즐거운 한때를 추억하며 기념 사진을 남겼다. 카페에서 바라보니 이름 그대로 시루떡을 닮은 ‘시루섬’도 보인다. 원산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난 카페를 뒤로하고 해안선을 따라 일렬로 고개를 들이민 해수욕장을 하나씩 방문했다.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며 원산도에서 하룻밤

비교적 따뜻한 수온과 얕은 수심을 지닌 서해바다는 아이들 물놀이 장소로도 으뜸이다. 원산도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많은 이름이 알려진 곳은 그 이름에 원산도가 들어가는 원산도해수욕장이다. 가장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며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덕분에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해수욕장을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 숲, 원산도관광발전협의회가 운영하는 소록도야영장도 잘 조성되어 있다. 별도의 섬은 아니지만 원산도해수욕장 안에는 섬의 형태와 닮은 ‘소록도’가 자리한다. 이 소록도를 기준으로 해수욕장이 나뉘는데 서로 풍광이 달라 마치 다른 해수욕장 같다.

원산도해수욕장 바로 위에는 구치해수욕장이 자리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원산도의 해수욕장은 같은 해안가에 위치하는데도 서로의 매력이 다르다. 그래서 원산도에 들르는 사람마다 ‘나는 이곳이 좋았어, 저곳이 좋았어’라고 다른 인상을 전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원산도와 구치 해수욕장은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해식애가 첫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수천 번, 수만 번 파도와 바람에 부서지고,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며 해안의 암석은 깎여나갔을 것이다. 뜨거운 눈물 흘리는 촛대, 검은 숯덩어리의 모양으로 남은 해식애와 파식대는 그대로 자연의 작품,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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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오르면 사창해수욕장. 언덕배기에 피어난 억새가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드리운다. 마치 프라이빗 비치처럼 한적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 좋은 사창해수욕장은 해안가에 길게 뻗어낸 갯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수욕장 곳곳의 갯바위에는 물이 나갈 때를 기다려 낚시를 즐기는 이도 많다. 단 마을 어촌계 양식장으로 출입을 삼가는 팻말이 붙은 곳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원산도의 갯벌과 갯바위에는 꽃바래기, 청각, 말, 대속, 낙지, 해초와 조개, 바다생물로 가득하다. 다가서면 작은 구멍으로 발 빠르게 숨기 바쁜 녀석들을 잡으려 어린아이들이 고사리손을 놀린다.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해변을 감싸고 있는 ‘오봉산’은 야영, 낚시와 함께 원산도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해발 118m로 가볍게 오르기 좋으며, 서해안에 떨어지는 노을을 감상하려고 많은 등산객이 찾는 명소기도 하다. 산 아래로는 오봉산해수욕장, 저마다의 방법으로 원산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해안가에 포개져 있다.


이제 배를 타고 대천항으로 나가볼까? 마치 보령을 떠나는 기분마저 든다. 안녕은 작별이자, 만남의 인사니까 섭섭해하진 않으련다. ‘바닷속에 길이 생기면, 보령해저터널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길을 달려 다시 올게. 너만의 고유한 모습 그대로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랄게. 너는 영원한 원산도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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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수산시장


​“지금은 키조개랑 전어가 제철이에요. 아, 꽃게도 빼놓으면 섭해요.”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면 대천항수산시장 사장님들은 더욱 바빠지겠지? 황제수산의 박은숙 사장님이 싱싱한 수산물을 자랑하며 미소를 지었다. 넉넉하고 푸짐한 인심으로 가득한 대천항, 원산도. 보령 가는 길은 언제나 싱싱, 생생.


충남 보령시 대천항로 334 041-931-1230

풍경이 우리의 자랑


원산도 초전항 인근에 자리한 두 대형 카페, 바이더오와 원산도커피. 두 카페 모두 원산안면대교가 바라보이는 전망을 갖추고 있다. 바이더오 루프톱에는 원산도의 ‘원’을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을 설치해 포토존으로 인기. 원산도커피는 더 높은 지대에 위치해 또 다른 멋을 드러낸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5길 89-23, 바이더오 / 102, 원산도커피

불맛이 최고, 원산도명가


알고 보니 선촌선착장에 맛집이 모여 있구나. 전날 정기휴무로 못 간 원산도명가를 찾았다. 손님들마다 주문하는 갑오징어, 낚지볶음 저도 주세요.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에 불맛이 살아 있다. 역시 명가는 명가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로 334 041-931-1230

원산도 항구맛집


취재를 하다 보면 끼니때를 놓치기 일쑤지만 원산도를 찾은 날은 마침 대부분의 식당이 정기휴무! 다행히 선촌선착장에서 그 이름부터 맛집인 ‘항구맛집’을 만났다. 깊은 풍미의 미역국이 메인인 백반 한 끼에 행복을 가득 채웠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1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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