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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안산 방문의 해, 너를 보고 너를 살피니 안산이 되었네

다 모여 아름다운 빛깔, 안산

사람들은 이 길 위에 자주 멈춰서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에 놓인 자신과 벗을 기록했다. 그 길 너머에는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가진 저어새가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이 길은 삶의 한 페이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게는 모든 세상. 안산의 길들은 그렇게 계획되었다.

PART 1 안산의 일상 : 사람, 나무, 작은 새들에 맞춤

안산갈대습지. 하천으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을 저감하기 위한 인공습지로서 안산시 수질개선 및 생태 서식지와 자연생태공원으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갈대는 물속에서도 뿌리가 호흡하며 물을 직접 빨아들여 오염물질을 영양분으로 사용하고 맑은 물을 내보내는 정수식물이다.

한낮의 성호공원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좌) 한낮의 성호공원과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우) 단원조각공원에서 바둑을 두는 노신사 두 분과 조각상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둥근 주먹을 받아주려면 두 손을 살포시 오므려야지. 보자 기에 들어온 주먹과 주먹을 감싼 보자기는 이 겨울, 난로보다 따뜻할 거야. 게임, 경쟁, 돈, 돈, 돈은 부는 바람에 잠시 맡겨두고 우리는 자주 서로에게 따뜻해야 한다. 삶의 보람이나 설렘은 서로의 따뜻함 속에 존재하니까. 사계절 봄처럼 환하고, 여름처럼 싱그러운 안산식물원 남부전시관을 찾았다.


노란 꽃에 내려앉은 벌은 몰입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매 순간 벌처럼 산다면 백 년도 길지 않으리. 안산식물원은 성호기념관, 단원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로 이 모든 곳은 성호공원 내에 있다. 한낮의 공원은 평화롭기 그지없어 귀를 기울이면 바람이며 새 소리가 이웃의 인사처럼 가까이 들린다.


높다란 나무 아래에는 아장아장 아기가 걸음을 떼고 있다. 엄마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무료 공연이다. 드넓은 잔디밭에 노신사 두 분은 언제부터 마주 앉아 있는지 세기의 바둑 대결에 한껏 골몰해계신다. 이 대결의 결과는 아까부터 묵묵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조각상들에게 물으면 될 터. 나는 노신사 위를 날아가는 저 새처럼 안산의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한낮의 안산식물원, 이른 아침의 화랑유원지, 해 질 무렵의 안산갈대습지에는 이 도시가 얼마나 섬세하게 맞춤되어 사람들의 삶에 파고드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안산은 ‘계획도시’ 혹은 ‘전원주택도시’로 불린다. 안산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시 홈페이지에는 안산이 ‘완전히 계획된 도시’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동쪽은 군포시와 의왕시, 서쪽은 서해, 남쪽은 화성시, 북쪽은 시흥시에 접해 있다. 서울의 30km 반경 남서부에 위치하여 서울의 인구 및 산업 분산시책의 일환으로 도시 전체가 완전히 계획적이고 인공적으로 개발된 전원주택도시다.”

안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서 녹지율 74%의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한낮의 안산식물원, 이른 아침의 화랑유원지, 해질 무렵의 안산 갈대습지에는 이 도시가 얼마나 섬세하게 맞춤되어 사람들의 삶에 파고드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어쩌다 마주친 그림 같은 풍경도 안산 시민들에게는 일상이라니, 섬세하게 맞춤되어 탄생된 도시는 남다른 것이다. 안산의 길들은 그렇게 계획되었다.

성호공원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성포동, 이동에 걸쳐 있는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 생활과 체력 단련에 기여하고자 1997년에 조성되었다. 성호공원은 성호기념관, 성호 이익 선생 묘, 안산식물원, 노적봉 폭포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공원 내 조성된 단원조각 공원에는 우리나라 중견작가의 작품과 단원 미술대전의 우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치유, 오락, 문화, 휴양시설을 갖춘 곳으로서 ‘화랑유원지’

(좌) 화랑호수를 옆에 끼고 이른 아침을 가로지르는 시민의 모습 (우) 경기도미술관과 함께 거대한 조형물을 볼 수 있는 화랑유원지

1998년 조성되어 무려 이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안산 시민 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화랑유원지를 가보고 싶었다. 총면적이 61만㎡가 넘는 규모라고 들었는데 직접 가보니 그 수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됐다. 앞선 성호공원도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규모가 작지 않았는데, 왜 이곳에 굳이 ‘유원지’라는 명칭을 달았는지 알겠다. 유원지라고 해서 상업적인 위락 시설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의 능동적인 여가,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서 유원지라고 보면 좋겠다. 내비게이 션의 지도에는 화랑유원지 내에 ‘화랑저수지’가 있음을 표시해주었는데, 예전에는 농경용수로 저수지의 물이 쓰였단다.


정식 명칭은 ‘화랑호수’로서 찬바람이 옷깃을 잔뜩 여미게 하는 이런 계절에는 안산갈대습지 못지않은 갈대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생물들이 살고, 잊지 않고 찾아온 겨울 철새가 또 그들을 부지런히 쫓겠지. 이른 아침의 안개가 서서히 거치자 화랑유원지의 속살이 비로소 드러난다. 건물 자체가 작품처럼 근사한 경기도미술 관이 유원지 내에 있고, 알록달록한 색의 홀드(돌 모양의 작은 손잡이)가 촘촘히 박힌 화랑인공암벽등반장은 거인처럼 자세가 위풍당당하다. 감성도 채우고 땀도 쏟을 수 있는 화랑유원지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를 예고했다. 2022년 말까지 치유·오락·휴양시설을 갖춘 세계 적인 명소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맘때에는 화랑오토캠핑장에 마이카, 마이홈같은 캠핑카를 정박해두고 좀 더 오래 함께하리.

화랑유원지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복합 휴식 공간으로 사람과 자연과 철새들이 함께하는 자연 휴식 공간이자 가벼운 레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화랑호수와 산책로, 경기도미술관, 단원각, 잔디광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화랑호수에는 갈대와 물풀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겨울 철새들이 떼를 지어 찾아온다. 단원각에서는 매년 새해맞이 타종 행사가 열린다.

PART 2 안산의 관광 : 반짝이고 소중한 보물섬 ‘대부도’

또 다른 섬을 만나다. 아름다운 ‘유리섬’

갈대밭으로 이어지는 유리섬 뒤로 보이는 아름다운 유리조형물

“마술 같아!” 대부도에는 반짝이고 소중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섬이 있다. 어른도 아이도 저절로 ‘마술 같다’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유리섬. 4만3000㎡의 규모에 미술관, 박물관, 갈대밭, 아트숍에 이르기까지 가히 하나의 섬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하루 3차례 열리는 유리공예 시연은 유리섬에서도 제일 인기가 많은 쇼다. 극장식으로 제작된 스튜디오에는 가족 단위는 물론 단체여행객까지 많은 사람이 모였다.


유리공예 시연은 고온의 불을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관람석까지는 불가마의 뜨거운 열기가 닿지 않지만, 숙련된 작가들도 2인 1조씩 팀을 이뤄 시연을 진행한다. 1200℃ 고온의 유리는 아직은 하나의 액체처럼 보인다. ‘뜨거운 반죽’이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저 뜨거운 반죽은 유리 빵, 사과, 귀걸이로도 변할 수 있다. 숙련된 솜씨의 유리조형작가는 긴장한 기색도 없이 블로 파이프(Blow Pipe)를 불어 점점 작품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좌) 유리섬의 모든 것이 작품이다 (우) 유리공예 시연 중인 이승정 작가

둥그렇게 다듬고, 색을 이어 붙이고, 다시 불가마에 넣고, 식히고, 다시 녹이는 과정들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머릿속에 그린 상상 속의 작품을 현실에 펼쳐놓는다. 여기저기에서 “마술 같다”라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유리조형작가들은 이곳에서 대중회화, 조각, 도조(도예), 장신구 공예, 디자인, 일러스트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그들만의 작품 세계를 펼친다. 주방을 벗어난 유리 공예품은 이제야 제 빛깔을 찾은 듯 유리섬 이곳저곳에서 빛나고 있다.


엄마와 아빠를 따라 대부도에 놀러온 아이는 오늘 달의 공전으로 이룩된 조력발전이라는 놀라운 에너지를 보았겠다. 1200℃가 넘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반짝이고 소중한 것이 탄생되는 것도 지켜보았겠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는 오늘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그를 만나게 되길!

유리섬

한국의 무라노(베네치아 글라스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명소)로 통하는 대부도 유리섬은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유리조형작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유리조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리공연 시연을 관람하거나, 블로잉·램프워킹·샌딩 체험등 평소 접하기 힘든 유리공예 체험도 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달의 힘이 깃들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해 질 녘 대부도의 그림 같은 풍경

눈앞의 바다를 보지 못했다면, 안산 시내와 섬을 잇는 시화 방조제를 보지 못했다면 대부도를 하나의 섬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 같다. 1994년 인천 옹진군에서 경기도 안산시에 편입된 대부도는 하나의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거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며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토지가 새로 생겨났으니 그 크기를 말해 무엇하리. 대부도는 ‘경기도의 하와이’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여러 구간에 걸쳐 걷는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대부 해솔길은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을 시작으로 구봉도, 대부 남동, 선감도, 탄도항 등을 거치는 7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구봉도 낙조 전망대로 잘 알려진 1코스, 동주염전 소금창고를 지나는 5코스에는 유리섬, 베르아델 승마클럽 등이 있고, 7코스는 대부도의 무인도 누에섬의 신비로운 풍광을 볼 수 있다. 누에섬은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빠지면서 탄도에 연결된 길이 드러나 육지와 연결된다. 대부도에 왔으니 이 모든 코스를 다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저마다 특징도 다르고 그 거리가 만만치 않으니 1, 2개 코스를 정해 좀 더 깊이 있는 걷기 여행을 할 것을 추천한다. 안산 9경 중 하나인 시화 호조력발전소는 대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있다. 그러니 첫 번째, 혹은 마지막 여정에 필수 코스가 된다.

(좌)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달전망대의 유리바닥 (우) 멀리 안산 시내와 대부도를 연결하는 시화방조제

시화나래조력문화관 달전망대 꼭대기에 오르자 안산 시내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사람이 힘을 합하면 분명 초능력 같은 게 나올지 모른다. 어린 시절 에는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현실에 펼쳐지는 날에는 세상이 퍽 삭막할 줄로만 알았는데, 여전히 바다는 푸르고 하늘은 높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달이 있고,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의 힘이 박혀 있다.


달전망대 바로 앞은 시화호 조력발전소, 달의 힘을 빌려와 운용되는 놀라운 곳이다. 달은 공전하며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을 만드는 조석현상을 일으킨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밀물 때 바닷물을 시화호로 유입하여 발전하고, 썰물 때 수문으로 배수하는 ‘단류식 창조발전’으로 연간 552Gwh의 전력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는 말 그대로의 청정에너지이자 인구 5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시화 호, 방조제, 조력발전소, 달전망대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옥토끼가 되어 달나라 구경이라도 다녀온 듯 저 달이 가깝게만 느껴진다.

대부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딸린 섬이다.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이라 하여 ‘큰 언덕’이란 뜻으로 대부도라고 한다. 대부도라는 명칭이 붙기 전에는 연화부수지, 낙지섬, 죽호 등의 지명으로 불렸다. 1994년 시흥시 오이도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동양 최대 규모의 시화방조제 (총 연장 12.7km)가 완공됨으로써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1만7300ha의 토지가 새로 생겨나고 저수량 1억8000만 톤의 담수호가 조성되었다. 면적 34.39㎢.

PART 3 안산의 공존 : 정답은 사랑, 사람

아는 것이 힘! 상록구에 깃든 ‘최용신’의 생애

최용신 선생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최용신기념관

언제 봤는지도 모를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정확히는 목소리가 내 속에 남아 있다.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 영화 <상록수>에서 어린 학생들이 합창하듯 반복했던 문구다. 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심훈 작가의 장편소설 <상록수>는 ‘최용신’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쓰였다. 혹독한 일제강점기, 농촌계몽운동에 평생을 바친 최용신 선생은 1935년, 26세의 나이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채영신’으로 분한,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도 영화도 보지 못했고, 온몸을 바쳐 세운 ‘샘골강습소’에서 어린 학생들이 배움의 큰 뜻을 펼치는 것도 지켜볼 수 없었다.


선생은 당시 아이들을 ‘조선의 빛, 조선의 싹’으로 부르며 귀히 여겼단다. 한 사람이 뿌린 씨앗들이 잘 자라 우리나라는 숱한 고비를 잘 넘기고 오늘에 이른 것은 아닐까? ‘계몽’은 어둠을 깨운다는 말의 다름이 아니다. 배우는 것이 왜 힘이 되는지 몰랐던 사람 들을 두드려 깨운 그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독립운동 가인 것이다.


안산시는 크게 상록구와 단원구 두 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뉘는데 최용신 선생의 업적과 헌신이 ‘상록구’라는 지명에 담겨 있다. 이제는 알았으니, 이 지명을 부를 때마다 이전과 다른 힘도 보태지리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샘골서길 64, 샘골강습소가 있던 자리에 ‘최용신기념관’이 건립되었다. 흑백사진 속 선생의 얼굴이 참 앳되어 놀랍고, 10년간 약혼만 한 채 홀로 떠난 마지막이 안타까운데, 어쩌면 선생은 꺼지지 않는 별이 되어 우리의 오늘을 여전히 비추는 것만 같다. 우리가 지금 걷는 길은 누군가 애써 만든 길, 우리도 뒤의 누군가를 위해 길을 터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나도 외국인! 미니 지구촌을 걷다

활발한 기운이 가득한 다문화거리의 저녁 풍경, 원곡공원 앞의 이슬람센터

안산역을 등 뒤에 두고 조금만 걸으면 안산다문화마을특구다. 미니 지구촌, 안산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8만 7000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 살고 있으며 전체 주민의 87%를 차지한다. 그러니 이곳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야말로 외국인이다.


안산이슬람센터, 안산세계문화체험관, 다문화어울림공원, 안산시외국인주민지원본부 등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데 상징적인 시설물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 가운데 외지인에게는 힙 플레이스로 통하는 ‘다문화길(다문 화음식거리)’을 찾아볼 수 있다. 빨간색의 커다란 간판이 걸린 중국식품 상점에서 요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훠궈며 마라탕소스를 다양하게 판매하는지라 구경을 했는데, 직원 분의 도움 없이는 선뜻 고르지 못하겠다. 정말 이곳에서 나는 외국인이다. 이제 고픈 배를 움켜쥐고 식당을 둘러본다.

(좌) 라젠다라 씨! 제2의 성공한 이주민이 되길 응원할게요 (우) 칸티풀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한 끼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그래. 인도와 네팔로 가자! 2007년 문을 연 ‘칸티풀 레스토랑’은 다문화거리의 터줏대감이다. 한국말이 유창한 가네쉬 리잘 사장님은 여러 매체에 성공한 이주민으로서 소개되기도 했다. 사장님의 인자한 미소 그대로를 닮은 청년 라젠다라 씨의 응대로 주문도 쉽사리 성공. 탄두리치킨과 난, 세 가지 맛의 커리가 나오는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현지인이 만들어준 차이 티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여 그것도 주문하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결과는 성공적! 화덕에 구운 두툼한 난은 쫄깃하고 고소해 밥 대용으로 그만이다. 네팔 현지 요리사가 만든 채소커리, 양고기커리, 치킨커리는 각각의 맛이 오묘하게 다르다. 난과 환상궁합이라 자꾸만 손이 가는데 라젠다라 씨가 서비스라며 수줍게 라씨(요구르트 음료)를 건네준다. 한 모금 마시니 차갑고 상큼한 맛이 식사의 마지막을 깔끔히 장식한다.


안산다문화마을특구는 다름과 같음이 어우러지는 것이 상징적인 곳이다. 아무리 한국말이 익숙해졌다고 한들 한국이 마냥 쉽겠는가. 오늘도 수많은 외국인 주민이 타향살이를 해나가는 다문화거리에 서서 다름과 같음의 의미를 되새겼다. 가히 다 모여 아름다운 빛깔, 안산이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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