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직장생활 처세술
新과 舊가 말한다
난 차라리 웃고 있는 피에로가 좋아
은행원 K씨(30대 중반)는 최근 부쩍 심해진 상사의 잔소리가 무뚝뚝한 본인의 성격 탓이라며 자책하고 있다. “근무하는 지점의 상무가 시도 때도 없이 직원들에게 다가와 초등학생인 자신의 딸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준다. 직원이 대부분 ‘와, 상무님 어쩜 이렇게 귀엽죠?’라는 마음에 없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조용한 성격인 나는 그런 멘트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얼마 전 동료인 Y와 비슷한 실수를 했는데, 혼나는 강도가 달랐다. 그는 작은 꾸지람을 들었지만, 나는 주변 직원도 놀랄 만큼 잔소리를 들었다. 평소 Y는 상무의 딸을 시종일관 칭찬하는 직원이다”라고 했다.
K씨는 평소 상사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한 자신의 탓도 크다고 했다. 과연 상무는 자신의 딸을 향한 칭찬에 인색한 이유로 K씨를 더 꾸짖은 걸까? 그와 대화를 나누며 또 다른 실마리를 발견했다. K씨는 상사가 업무를 시키기 전까진 맡은 업무 외에는 하지 않는다. 만약 K씨가 상무 딸의 동영상을 보며 맞장구를 치지 않았어도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아부가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 사람과의 관계를 잇는 것이 바로 처세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이 아부와 처세를 동등하게 바라보고 있다.
직급별로 들어본 처세술의 이면
P씨, 쇼 호스트 대리 “일 잘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라”
ACTION : 퇴근 시간이 넘어도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애초에 퇴근 시간을 일찍 잡고 정확히 지키면 ‘업무의 완급 조절을 잘하는 직원’이란 인식을 심을 수 있다. 물론 직장에서 남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자세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상사에게 자주 질문하는 자세도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대부분 혼자 끙끙 앓다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상사는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다.
BENEFIT : 팀 내에서 성실함을 갖춘 이미지를 얻었다. 나와 함께 일을 하지 않은 다른 팀원마저도 내 칭찬을 한다. 회사는 소문이 빠른 곳임을 잊지 말자.
H씨, 공기업 대리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 메이커로 변신하라”
ACTION : 부하 직원의 역량은 업무와 회식 장소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사와 함께하는 회식 자리를 주로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와인바나 펍으로 예약한다. 이런 이벤트는 그들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좋은 선물이 된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가 그곳에 어떻게 가느냐”며 거부하지만, 막상 가면 젊은 직원들만큼 좋아한다. 가끔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챙겨가서 터뜨려주면 금상첨화다. 업무도 마찬가지. 자발적으로 궂은일 한두 개는 나서서 해보자. 오히려 눈에 띄는 큰일을 나서서 하면 자잘한 업무를 덜어주기도 한다.
BENEFIT : 상사들의 대화에 부하 직원이 끼는 건 드문 일이지만, 예외적으로 나를 데리고 함께 차를 마시러 가곤 한다.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자주 듣게 되며 업무적으로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J씨, 중견기업 과장 “반문하기 전에 순응하라”
ACTION : 몇 년 전 업무가 너무 많아서 상사에게 종종 도움을 요청했다. 때론 목청 높여 힘들다고 주장도 했지만 득 되는 건 없었다. 문득 나를 더 생각해 큰 업무를 맡기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일했다. 시간이 지나자 상사가 주말에 불러 자신의 취미인 골프도 가르쳐주며, 식사도 챙겨주기 시작했다. 다행히 인사 평가 시즌에 이런 내 모습이 좋은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BENEFIT : 주목받으려 하지 않고 불만 없이 모든 업무를 받아들이니 상사가 내 편이 된 기분이다.
W씨, 대기업 차장 “인정받으려는 욕심을 줄여라”
ACTION : 5년간 외부에서 심리상담을 받을 정도로 상사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심리상담가는 내가 상사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남보다 크다고 했다. 인정받으려는 욕구로 상사 앞에서 긴장하게 되고, 결국 제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니 그 욕구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이후 상사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확실히 잔소리가 줄었고, 퇴근 시간도 앞당겨졌다.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흐를지 모르지만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고 상사와 독대해도 더는 껄끄럽지 않다.
BENEFIT : 상사가 원하는 걸 첫째로 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음으로 미루어 우선 그의 마음에 드는 회사원이 되라. 어쨌든 회사는 개인보다 조직을 위한 집단이니까.
P씨, 외국계 기업 차장 “상사의 기쁨은 나의 성공이다”
ACTION : 술을 잘 마시면 좋은 사람, 못 마시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상사를 모시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설과 추석 때, 집에 혹은 내게 들어온 주류를 상사에게 슬쩍 건네줬다. 선물받은 술들을 방치하기보단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상사가 회식에서 술을 못 마셔도 이해해주고 업무 보고 때도 부드럽게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술을 못 마시는 직원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BENEFIT : 얼마 전 업무에 슬럼프가 찾아와 상사와 면담을 했다. 내 걱정을 크게 하며 퇴근 후 원하는 자기계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모든 걸 도와줬다.
선인에게 배우는 must know 처세 4
1. 겸손은 가장 위대한 무기
유비, 위(魏)의 조조와 오(吳)의 손권과 함께 삼국시대를 연 주역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제1대 황제인 유비는 한때 모략의 천재로 불린 조조마저 속이는 처세술을 펼친 바 있다. 유비가 자기 세력을 모으지 못할 당시 라이벌이던 조조의 식객으로 머물 때가 있었다. 조조는 유비의 야망을 캐내기 위해 의심했고, 유비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항상 노심초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비는 조조와 함께 있던 자리에서 천둥 번개가 치자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혼비백산했다. 이에 조조는 그가 천하의 영웅이 될 자격이 없다고 확신했고, 긴장의 끈을 풀었다. 훗날 유비는 조조와 맞섰고, 적벽대전에서 그를 물리쳤다.
2. 때론 지는 것도 큰 전략
이순신, 조선시대 일본의 침략을 무찌르며 수많은 해전에서 공을 세움
일본이 침략할 당시 이순신은 명나라 장수인 진린과 함께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에 군사적 지원을 받아야 했고, 함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순신이 보인 처세술은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상대에게 돌리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적군의 머리를 베어 진린의 몫으로 돌렸다. 개인의 영광을 포기한 대가는 명나라 군사들과 화합하는 시발점이 됐고, 그들은 힘을 합쳐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다.
3. 빠른 적응력과 융통성
숙손통, 한나라의 개국공신으로 예법 및 질서에 유학 사상을 접목
유학자인 숙손통은 문학에 뛰어나 진나라 때 박사에 올랐다. 그러나 진승(중국 진(秦) 말기의 농민 반란 지도자)이 산둥에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반란을 일으킨 박사들과 유생들이 처형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숙손통은 황제에게 “황제가 있는 하늘 아래 백성이 반란을 일으킬 수 없다. 그들은 단지 도적들로 짐승이 물건을 물어가는 것에 불과하니 이 사태는 아래 것들에게 맡겨달라”며 달랬다. 같은 학문의 길을 걷는 박사들은 그로 인해 목숨은 건졌지만 불만이 속출했다. 숙손통은 그들을 대면하고 “내가 그리 행동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호랑이 입에 빠졌다”면서 그들을 돌려보냈다.
4. 배짱을 부릴 타이밍을 잡는다
임상옥, 조선 후기의 무역 상인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해 훗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
임상옥이 본격적으로 거부가 된 배경엔 그의 기백이 큰 몫을 했다. 그의 나이 28세 때 서울의 군권과 치안을 맡은 이조판서 박종경이 친상을 당했다. 이에 그는 5000냥을 들고 문상을 했다. 엄청난 부조금을 받고 놀란 박종경이 그를 찾아 “하루에 남대문을 오가는 사람의 수가 몇인가?”라는 아리송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임상옥은 “두 명이다”라면서 “그곳을 오가는 사람은 대감께 이(利)가 될 사람과 해(害)를 끼치는 두 명으로 나눌 수 있다”고 답했다. 임상옥의 배포와 사람됨에 감탄한 박종경은 향후 그에게 인삼교역권을 맡겼다.
고전의 지혜가 담긴 인간관계 처세술 서적 3
'천년의 내공' 조윤제, 청림출판
사회인으로서의 내공, 어른이 되어 겪는 다양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명사들의 얘기를 만날 수 있다. '논어', '맹자', '전국책', '장자'와 같은 명사들의 깊이 있는 얘기를 읽다 보면 어제보다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치망설존' 김승동, 글마당
단단한 이는 빠져도 부드러운 혀는 남는다는 뜻의 치망설존(齒亡舌存). 저자가 말하는 리더십은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갖추면 직장 혹은 사회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능력이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직장 내 인간관계 및 승진에 얽힌 뒷이야기를 경험담을 바탕으로 풀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순자에게 배우는 처세술' 노학자, 해피앤북스
성악설(性惡說)로 알려진 유학자 순자의 핵심 이론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환경에 따라 인간의 본성이 변한다는 그의 사상은 자신에 대한 반성,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지키며 유연함과 청렴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의미가 담겼다.
글 유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