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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엔 딱 두 가지 떠날 자유, 머무를 용기만 있으면 돼

꽃이 만개했는데 꽃구경을 하지 말라 하시다니요. 봄바람이 살랑이는데 집에 있는 게 낫겠다니요. 올겨울을 어떻게 이겨냈는데 그리 매정한 말씀을 하십니까?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이 내게 말한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야”라고. 소중한 것일수록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 지금 나는 그 연습 중이야. 뒤죽박죽,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꺼내어 한숨 돌리려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캠핑카를 놓고

오래전 취득은 했지만 장롱 안에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운전면허증은 내게 너무도 무겁고 큰 존재다. 그러니 캠핑카 운전은 어림도 없다. 포토그래퍼 실장님 역시 캠핑카 운전은 처음이지만 서울에서 완도까지도 직접 운전하는, 자칭, 타칭 베테랑이기에 폭스바겐 T6의 키를 떠밀듯 안겨드린다. 제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사람이면 운전이 가능한 이 차는 캠핑카 혹은 캠퍼밴이라고 부른다. 캐러밴(캠핑 트레일러)이라는 것도 있다. 요새는 도로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데 모체가 되는 차량에 엔진이 없는 별도의 캠핑카를 연결한 것이다. 원하는 장소에 캐러밴을 정박해두고 자신의 차량을 따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러한 캐러밴은 규모에 따라 별도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므로 캠핑 차량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이 본인에게 적절한지 경험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겠다.

궁평리해수욕장에 정박한 폭스바겐 T6

그런 면에서 폭스바겐 T6를 하루 이틀 빌려서 써볼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기자가 직접 타보니 아이가 있는 3~4인 가족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캠퍼밴(캠핑카)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차종이라 더욱 눈에 띈다. 주황색의 승합차는 가까이 보면 상큼하고, 멀리서 보면 다부진 골격이 늠름하다. 캠퍼밴 제조사인 에이지오토모빌에서 폭스바겐 T6의 휘발유 차종을 수입하며 현재 캠핑용 렌터카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차량 지붕에는 루프톱 텐트가 설치되어 실내외 잠자리가 넉넉한 편이다. 지붕 쪽에 어닝을 펼치면 햇빛을 가려주고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소소한 음식을 즐기기에도 좋다. 내부는 작은 원룸처럼 살림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두루 갖추고 있다. 싱크대, 수납장은 기본. 업체에서 대여해주는 의자, 탁자, 침낭, 휴대용 가스버너, 식기까지 완벽하다. 단 화장실은 없는데 장기 여행이 아니라면 크게 불편한 점에 들지는 않겠다.

캠핑카는 완벽한데 나, 캠퍼가 불완전하다

기자가 생각한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자 낭만은 내가 반한 장소라면 어디든 정박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그곳에 차를 세워두고 맛있는 요리도 하고, 해먹에서 달콤한 오수도 즐기고 말이다. 그러나 캠핑카는 캠핑 시설이 갖춰졌을 뿐 일반 차와 똑같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도로를 달리다 캠핑카를 안전하게 세우려면 주차장만한 곳이 없다. 이런 점을 놓친 기자는 경기도 화성에 도착하여 주차장을 제외한, 마땅하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몇 시간을 구석구석 헤맸다. 경기도 화성 하면 제부도 아닌가. 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리는 신비의 섬, 기자가 온 것을 아는지 물길도 열려 있다. 캠핑카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고 물길이 닫히기 전, 오후 1시쯤 밖으로 나오면 되겠구나.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제부도를 크게 한 바퀴 돌며 마땅한 장소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 융릉과 건릉'에 봄이 찾아왔다

캠핑 초보자가 바라는 안락하고 쾌적한, 사람이 드문, 풍경이 근사한, 밥도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은 끝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직접 경험해보고 깨달았다. 캠핑장이 아니라면 이 상큼하고 귀여운 캠핑카를 정박해 원하는 것을 이룰 장소는 마땅치 않다. 잠시 풍경만 둘러본다면 주차장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라면 하나라도 끓여 먹으려면 물도 필요하고 불도 써야 하는데,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공간에서는 여러모로 곤란하다. 특히 캠핑의 꽃이라고 여기는 ‘불멍’(모닥불 등을 피우고 멍하게 바라보는 것)을 하려면 반드시 캠핑장에 정박해야 한다. 시골 외할머니네 집 앞마당처럼 이해관계가 다분한 장소라면 모를까. 쾌적한 환경, 나와 이웃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기자처럼 헤매지 말고 캠핑장으로 직진하시길!

궁평과 보통의 화성, 잊지 못할 거야

궁평리해수욕장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

이번 여행(이라 쓰고 콘셉트라 읽는다)의 취지와 좀 더 부합하는 장소를 찾아 떠나볼까? 제부도를 지나 전곡항을 거쳐 도착한 장소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궁평리해수욕장’이다. 세 시간가량을 이미 길에서 보낸 터라 큰 도로에서 바닷가 마을로 들어서는 좁은 길에 당도하자 느낌이 바로 왔다. “바로 이곳이야!” 화성에서는 유일하게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궁평항은 바다를 배경으로 울창한 해송과 간조 때에 드러나는 개펄, 환상적인 낙조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는 명소이기도 하다. 상큼하고 늠름한 이 캠핑카를 정박하기 적당한 장소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이제야 한숨 돌리고 바다의 주인처럼 풍경 속을 거닌다. 붉은 아이라인이 짙은 강렬한 갈매기는 사람이 다가와도 피하는 법이 없다. 아저씨의 새우깡을 노린 갈매기들이 하늘을 낮게 비행하는데 불멍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캠핑카의 의자를 뒤로 젖히자 안락한 자리가 만들어진다. 양반다리를 해도 좋고, 잠시 누워 있으면 어떠랴. 봄이 왔지만 손발이 꽁꽁 묶인 사람이 한둘이 아닌 오늘이다. 바닷바람을 피해 두꺼운 외투를 입고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빠르게 뒷걸음치는 봄날에 놓여 있다. 여름이 되면 개펄 위에서 조개를 캐어 엄마에게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지금 들리는 거라곤 바닷바람, 갈매기 울음소리가 더 큰데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궁평어촌체험마을을 신나게 가로지르는 때가 이윽고 찾아오겠지. 조심하고 배려하는 여행이 미덕이 되는 지금, 안전한 여행법 중 하나로 캠핑카를 떠올려보았다. 많은 사람과 접촉하지 않아도 되고, 준비물만 잘 갖추면 불편할지언정 큰 부족함 없이 여행을 즐길 수가 있다. 물론 기자는 캠핑의 초, 초, 초짜이기에 가진 것이라곤 이 몸, 차밖에 없었지만 이번 경험으로 하나의 문을 또 열어본 것이 아니겠는가. 궁평리해수욕장의 그 유명한 낙조를 관망하기 전 아이러니하게 자리를 옮겨본다. 화성에 아름다운 것이 비단 이뿐이 아니겠기에.

"인생엔 딱 두 가지, 떠날 자유와 머무를 용기만 있으면 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떠나고, 행동하고 싶을 때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서둘러 찾아오길 바랄뿐이다."

화성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책로 ‘보통리저수지’

맨발로 걷고 싶어 / 따사로운 햇볕 아래

짐들을 풀어놓고 / 풀 가득한 공원에

마구 뛰어다니는 / 개들과 놀고 싶어

잔디 위로 누워 / 구름을 바라보다 잠들래

Camping everywhere


Dingo X 죠지 – camping everywhere 노랫말 중

빠르게 지고 있는 해를 손으로 받을 듯 좇아갔더니 보통리저수지 너머로 뚝 떨어진다. 바닷가 마을의 어떤 적적한 장면이 완만하고 평온한 호숫가로 이동하자 마음도 한결 풍요로워진다. 어쩌면 달콤한 빵 굽는 냄새를 맡았기 때문인지도. 붉은 벽돌 건물로 총총총 걸음을 옮기자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호수의 풍경이 한 아름 담긴다. 백 명의 사람에게 맛있는 빵 하나씩 선물해주고 싶을 만큼 넉넉해지는 마음이란! 해와 바통 터치를 한 저녁달이 호수 위에 솟아난다.

일몰 시간의 보통리 저수지. 카페 창밖에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궁평리해수욕장만큼이나 마음에 쏙 든 저수지는 이름도 귀에 쏙 박힌다. 보. 통. 리. 카페창밖으로 나무의 실루엣이 그림 같다. 수고했어. 오늘도. 따사로운 햇볕 아래 짐들을 풀어놓고, 잔디 위로 누워 구름을 바라보다 잠들래….

How to Camping

에이지오토모빌의 폭스바겐 T6 렌트

(주)에이지 오토모빌은 특장제작사로서 독일의 폭스바겐T6와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차량 등의 특장 작업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 T6는 예약신청 후 이용 가능하며, 1박을 렌트하는 데 4월 기준 평일 25만 원, 주말 및 공휴일 33만 원이며 시기에 따라 금액은 변동된다.

  1. 위치 :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정로41번길 84
  2. 전화번호 : 031-283-1005
  3. 홈페이지 : http://agautomobile.co.kr

대한민국 구석구석 ‘고캠핑’(https://www.gocamping.or.kr/) - 화성 캠핑장 편

  1. 글램비글램핑 : 경기 화성시 서신면 해안길 64, 031-357-7263
  2. 백미리 희망캠핑장 :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길 210-24, 031-355-3364
  3. 카라반 캠프 :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 20-26, 031-357-8031
  4. 향남 오토캠핑장 : 경기 화성시 향남읍 도이2길 113-26, 031-8059-4763
  5. 산들래 야영장 : 경기 화성시 비봉면 자청로207번길 21-73, 031-356-0768
  6. 은빛초원 캠핑장 : 경기 화성시 원천동 672-1, 031-356-4927
  7. 어섬캠핑장 :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포리 826-1, 031-356-9887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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