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올리는 협상의 기술
DO
1. 책상 위에 직무 연관 서적 쌓아 두기
“김 과장, 요즘 자기 계발까지 하는 거야?”라는 말을 상사에게 듣는 순간, 당신의 입지는 무척 탄탄해진다. 업무와 별도로 능력을 키우는 모습이 주변에 알려지면 평판 올라가는 건 시간 문제.
[ACTION]
직무와 연관된 서적 또는 외국어 교재 등이 좋다.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만 서서히 효과가 드러난다는 단점도 있다.
2. 벼랑 끝, 선의의 거짓말 꺼내기
협상장에 들어서자마자 “규정상 올해는 인상 폭이 5%로 제한됐다”고 선포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 뒷걸음치면 안 된다. 말마따나 인상률이 정해졌다 해도 회사가 편의대로 정한 적정선일 뿐이다. 당신의 밀당이 규정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
[ACTION]
회사가 정한 규정에 계속 부정하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이때가 기회다. 그럴 땐 “이직 제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곳에 오래 다니며 능력을 개발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할 것. 애사심 인증과 더불어 연봉 인상을 우회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3. 탄탄한 기업에 취업하기
같은 직군이라도 업계와 기업에 따라 기본 연봉 수준이 달라진다. 연봉을 인상하지 못해도 기본급 자체가 높은 회사라면 그 로열티로 부족함을 메울 수 있다. 기업 규모가 크다고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다. 주요 사업 분야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인지, 내 성향과 잘 맞는 곳인지가 더 중요하다.
[ACTION]
현재 회사와 연봉 협상에서 틀어질 경우 이직을 고려해볼 만 하다. 꾸준히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과 비슷한 업종의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수집할 것. 특히 금융감독원에서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의 이직률과 근속연수, 총급여 수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헤드헌터를 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4. 이력서 6개월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기
현역 군인 백 명보다 예비군 한 명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한다. 예비군이 현역보다 총을 잘 쏘고 체력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요령’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자기 그릇을 챙길 줄 아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이 성과 정리다.
[ACTION]
본인의 금년도 목표 대비 공헌 수치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연봉 인상의 포인트다. 만약 연초 목표를 수치화해 보고한다면 달성률, 초과 달성률을 가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중간점검을 통해 달성률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DON'T
1. 비교와 차별화 구분하기
“나 없으면 이 업무 누가 하겠어?”라는 논리는 연봉 협상 시, 본인의 경쟁력을 정확한 근거 없이 주변과 비교하게 한다. 협상에선 바르고 정중해야 한다. 비교는 약점을 가리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차라리 포장이 좋다.
[ACTION]
자신을 포장하며 차별화를 두는 가장 간단한 예는 1) 성과, KPI달성, 직무 중상위 LEVEL 공헌도 2) 팀 내 솔선수범, 리더십 사례 3) 나이에 맞는 본인 경쟁력에 근거해 말하기다. 분명히 비교와 달리 체계적이며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다.
2. 액수 언급하지 않기
연봉 협상 자리는 당당히 자신의 기여도에 맞춰 정당한 금액을 요청하는 자리다. 당신도 알고 인사 담당자도 알고 있다. 간혹 지나치게 돈에 연연해 언성을 높이며 ‘200만 원만 더 올려 주십시오’ ‘300만 원 인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등 숫자 얘기만 오고 가는 경우가 있다. 차라리 다른 표현을 빌려 액수에 관한 발언을 조금 줄인다면 분위기는 부드러워질 것.
[ACTION]
회사가 제시한 연봉이 예상보다 낮을 때 가슴 막막해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당황하지 말고 표정 관리에 신경 쓰며 “연말 상여금이나 기타 보너스 등은 전과 같나요? 이 부분은 조금 올려보고 싶습니다”라며 다른 부분을 공략한다. 차선 보상책으로 위로하는 게 볼멘소리하며 돈에 집착하는 모습보다 보기 좋다.
직급별 연봉 협상 에피소드
Q
1. 지난해 연봉 인상률과 올해 기대 인상률은?
2. 연봉 협상 때 분위기는?
3. 인사 담당자의 행동은?
4. 본인만의 연봉 인상 기술은?
S씨, 대리 1년차, 중소기업 근무
“쥐꼬리만큼 오른 연봉 통보로 진하게 술에 취하는 날”
1. 5%, 10%
2. 나랑 직급도 같은데 단지 결혼해서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연봉이 인상됐다는 직원의 얘기를 듣게 돼 화가 났다. 그 뒤 나도 서둘러 지난가을 결혼했다. 이번 협상이 기대된다.
3. 회사가 어려우니 모두가 희생정신을 발휘하자는 뻔한 얘기를 꺼내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짓게 됐다. 이런 내 모습이 맘에 안 들었는지 “나 때는 그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했다”고 갑자기 혼내는 분위기로 흘러가 당황했다. 하루빨리 이직하고 싶다.
4. 다들 꺼리는 프로젝트에 앞장서는 게 좋다. 연구원이다 보니 밤샘 근무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걸 무기로 틈나는 대로 상사에게 고단함을 어필한다.
Y씨, 대리 2년차, 중견기업 근무
“1년의 노력을 단 10분 만에 평가받는 직장인의 슬픈 하루”
1. 5%, 10%
2. 만족 못했지만, 서로 얼굴 붉힐 큰 다툼은 없었다.
3. 인사 담당자 행동엔 문제가 없었지만, 연봉 협상 시즌이면 좀비처럼 나타나 본인의 연봉을 오픈하며 직원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람이 꼭 있다.
4. 협상 시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다 진짜 조금 받은 사람을 더러 봤다.
A씨, 사원 4년차, 중소기업 근무
“직급 낮은 직원들의 한숨이 터지는 날”
1. 7%, 20%
2. 장기근속자를 제외하고 연차가 적은 직원들은 거의 연봉 인상이 안됐다. 회사가 어려우니 조금 더 참자고 하는데 듣기 거북했다.
3. 나의 지난 노고와 업적을 이해해주는 척했지만 결론은 그대로다. 착한 사람 코스프레하지말고 처음부터 냉소적으로 대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상사들의 연봉이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회사가 힘들다고 했던 그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4. 티 안내고 일 하면 아무도 내 공을 몰라준다. 전에 장기 프로젝트를 담당했을 때 관련 업무로 주고받은 메일(일 평균 20개 이상)에 주요 상사들을 모두 참조해서 보냈다. 그런데 아무도 날 위로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감기에 걸려 초췌한 얼굴로 회사를 가니 그제야 다가와 내 걱정을 했다. 종종 아픈 척하며 일하는 게 효과 있을 때도 있다.
P씨, 사원 3년차, 대기업 근무
“연봉협상? 그거 다 통보다”
1. 9%, 10%
2. 내가 말을 주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사 담당자가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됐다”라는 식의 통보 분위기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길래 술 한 잔 사달라고 했다.
3. 회사 전체를 대표해 나를 만나준 것처럼 거만한 태도를 취했다. 입사 최종 면접 분위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날 하루 엄청 짜증 났다.
4. 선배 한 명이 연초 나의 계획과 성과를 알아볼 수 있게 도표형식으로 준비하라고 해서 급하게 준비했다. 효과가 조금 있었다.
H씨, 과장 4년차, 대기업 근무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
1. 3%, 5%
2. 이메일로 통보받아 대면으로 협상하는 분위기를 모른다.
3. 직접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싶지만, 면담 신청을 하는 과정이 불편해 몇 년째 넘어가고 있다.
4. 평가 시즌이 찾아오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평가자의 눈에 띄는 게 좋다. 부서 회식은 무조건 참석하며, 끝까지 자리해야 한다.
글 유재기 일러스트 박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