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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김유진, 오전 4시 30분, 나와 만나는 시간

김유진 변호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움직이라”고.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만 가면 어깨에 죽비를 맞는 기분이 들곤 했다. 당장 시작하라, 큰 꿈을 꿔라, 10년을 앞서가라. 훈장님이 아니라 선배를 찾고 싶었는데… 쏟아지는 온갖 호통과 꾸중 앞에서 의기소침해져 돌아서곤 했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한다>의 제목을 접했을 때 기대가 크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형 인간’만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오해는 불과 몇 장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책에는 부단한 노력과 치열한 공부 끝에 미국 변호사가 된 김유진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무조건적인 새벽 기상이 아닌, 스스로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페이지마다 자신의 실패와 눈물을 털어놓은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의 선배, 아니 동지를 만난 듯해 든든한 마음이 든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동기부여가 될 만한 책을 찾았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작가들이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더라고요.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거나 성공한 정치인이거나… 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하기가 어려웠죠. 오히려 제 또래가 쓴 블로그나 온라인 포럼의 글이 더 힘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처럼 느리고 부족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언제부터 새벽 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나요?


어릴 적부터 새벽을 저만의 시간으로 쓰곤 했어요. 종종 “원래 아침잠이 없는 스타일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렇지 않아요. 대학교에 진학해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새벽 기상을 쉬기도 했고요. 지금도 일 년 내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무기력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만큼은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저 자신과 만나곤 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만큼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으니까요.


단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벽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죠.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다른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은 보너스와 같은 시간이니까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 활동에 도전해도 좋고요. 저는 평소에 관심 있었던 영상 편집을 새벽에 공부해서 제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브를 개설했거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삶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추가하고 싶은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고 실행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니까요.


새벽 기상을 인생의 디톡스라고 말하는 이유군요.


맞습니다. 새벽 기상은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딱 2~3주일만 시도해도 충분합니다. 삶에 ‘온 앤 오프’ 기간을 두는 거예요. 시작하고 3일 만에 실패해도 돼요. 그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유튜브 구독자를 대상으로 함께 새벽 기상을 하는 ‘모닝 챌린지’ 이벤트를 연 적이 있는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분에게 가점을 드리는 규칙을 걸기도 했어요. 중요한 건 새벽 기상 자체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니까요. 그래야 롱런할 수 있어요.


‘새벽 기상’ 하면 포기해야 할 것부터 떠오릅니다. 퇴근 후친구와의 약속, 맛있는 술 한 잔 등등….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것이 이 부분이에요. 새벽 기상을 위해서 꼭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그러나 제가 이야기하는 건 무엇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결정하라는 것이거든요. 새벽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면 친구와의 약속은 주말에 잡으면 돼요. SNS도 무작정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간을 정해놓고 하라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에 ‘나’를 중심으로 두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보통 성공이라는 결과를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고생하고 힘들었던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책을 쓰는 동안 예전 생각이 많이 떠올라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긴장감 속에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에 떨어지기도 했던 그 기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울기도 많이 울고, 악몽도 꿨죠. 사실 처음에는 실패했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혹시 나를 부족하거나 불쌍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를 완벽한 사람인 것처럼 포장해서 원고를 썼죠. 그런데 어느 날 제 유튜브에 이런 댓글이 달렸어요. “시험도 못 붙고, 좋은 학교도 아니던데 변호사는 됐네?” 아마 개인적으로 저를 아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그걸 보고 오히려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 내가왜 창피해해야 하지?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하고도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텐데. 그때까지 써놓은 원고를 전부 수정했어요. 모든 걸 털어놨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같습니다.


막상 개인적인 감정까지 전부 털어놓고 나니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출간일이 결정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펑펑 울었어요. 친구에게 “책이 그냥 조용히 묻혔으면 좋겠다”고 했죠. 이 책을 읽고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싶더라고요.


언제 마음이 좀 편해졌나요.


신기하게도 발간 며칠 뒤부터 책을 읽은 분들에게서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어요.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정말 다양한 나잇대의 독자들이 감상을 남겨주었어요.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씀해주셨죠. 초등학교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기도 하고요. 그제야 ‘좀 괜찮은 책인가?’ 싶더라고요. 그때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니까 느낌이 새로웠어요. 예전에 산 로또를 한참 뒤에 긁었는데 백만 원이 당첨된 느낌이랄까요(웃음). 독자분들이 메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조언을 구하는데, 읽으면서 저 역시 공감과 위로를 받아요. 다음에 쓸 책이나 영상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메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새벽을 메일 쓰는 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했죠. 일해보고 싶은 로펌이나 멘토에 무작정 먼저 연락하는 식으로요. 타고난 성격이 과감한 편인가요.


저 완전 ‘트리플 A형’이에요. 눈물도 많고 상처도 쉽게 받죠. 로스쿨을 다닐 때 다른 친구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까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네트워킹이에요. 로펌에 지원할 때는 공식 접수 메일이 아닌, 합격하면 함께 일하게 될상사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어요. 평소 존경하는 분들에게도 메일을 쓰고요. 덕분에 가고 싶던 로펌에서 입사 제안을 받고, 선배 법조인들의 새벽 모임에 초대받기도 했죠. 당장 좋은 결과가 있지 않더라도 나중에 생각지 못한 기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메일을 받은 분이 다른 인연으로 확장되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씨를 뿌려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해요. 졸업반이나 취업준비생 후배들에게 가고 싶은 직종의 선배 3명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이렇게 주도적이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한 해의 계획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2021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2021년의 목표는 ‘나를 내려두기’예요. 모든 것을 계획대로만 하기보다 조금 루스하게 지내보려고 해요. 그래야 새롭게 찾아오는 기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단 3개월 정도는 재정비하는 기간으로 휴식에 좀더 집중하고 싶어요. 지난 12월까지 정말 숨차게 달려왔거든요.

이제 ‘온 앤 오프’의 느낌을 이해하시겠죠(웃음)?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수년간 4시 30분에 하루를 시작해온 김유진 변호사가 새벽 시간의 힘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시간, 남다른 노력과 도전을 통해 로스쿨 입학, 편입, 미국 2개 주변호사 시험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그의 진솔한 이야기.


 김은아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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